훈장님 최고의 감투는 ‘국악선생’
훈장님 최고의 감투는 ‘국악선생’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8.12.17 0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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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의 feel]김봉곤 청학동 훈장
김봉곤 청학동 훈장. 미디어붓DB
김봉곤 청학동 훈장. 미디어붓DB

김봉곤 ‘청학동 훈장’과 그의 두 딸(도현·다현)이 함께하는 ‘福자선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30일 광주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서울, 일산, 청주, 인천을 돌았다. 김 훈장은 두루마기 망건에다 흰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그는 평생 흰 고무신을 신고 살았는데 자신에게 딱 맞아서 발을 잊고 산다고 했다. 특히 ‘소리 신동’ 도현(13)과 다현(10)의 열정적인 공연은 만석(滿席)을 이룰 정도로 전국적 흥행을 거두었다.

-왜 福콘서트라고 했나.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한다. 좋은 일을 하면 복 받을 거예요라고 하고…. 또 좋은 일을 하면 복이 돌아온다, 궂은일을 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말한다. 복스럽게 생겼다, 복이 있어 보인다, 복 나간다 등등 복(福)은 최고의 가치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도 웃으면 복이 온다는 뜻 아닌가.”

福콘서트는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기 위해서 기획됐는데, 출연진들도 재능기부 했다. 판매된 공연 CD수입금은 전액 소외계층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도현과 다현 양이 경기민요 메들리를 멋지게 부른다.

福콘서트 포스터. 미디어붓DB
福콘서트 포스터. 미디어붓DB

“김영임 명창에게서 사사 받았다. 아직 어린아이들임에도 정말 국악을 즐긴다.”

국립전통예술 중학교에 판소리로 합격을 한 도현의 꿈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서 훌륭한 국악인이 되는 것’이고, 다현의 꿈은 ‘방탄소년단 같은 국악아이돌’이다. 딸들은 서너 살 때부터 김 훈장에게 국악을 배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셋째 딸(도현)은 중간에 하기 싫어해서 1년 쯤 쉬었던 적도 있었다. 심청가나 춘향가를 완창하려면 4시간이 걸린다. 가사를 외우는 것도 힘들다. 福콘서트에서 도현과 다현은 판소리 중간 중간에 ‘내 나이가 어때서’ ‘인연’ 등의 유행가를 부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드나.

“처음에는 혼내면서 가르쳤지만, 언제부터인가 잘 따라와 준다. 사람들이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사는 것처럼 나도 훈장 모습을 하고 살 뿐이다. 우린 10년 동안 100대 명산을 함께 가자고 약속했다. 호연지기, 끈기와 인내심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딸 소리신동 다현의 꿈은 방탄소년단 같은 국악 아이돌

‘회초리 선생’이란 애칭은 2010년 2월부터 매달 1일을 ‘회초리의 날’로 선포하고 회초리 바로쓰기 운동과 도덕, 효, 예 실천운동을 전개하는데서 비롯됐다. 여기서 회초리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는 진리를 전한다는 의미의 ‘回初理(회초리)’를 말한다. 충북 진천에 세운 선촌서당(청학동 예절학교)은 선비마을의 서당이란 뜻이다. 지난 2008년부터 4년여 동안 전국을 돌며 물색한 끝에 빼어난 경관의 문백 평산리에 자리를 정했다. 그리고 전통 한옥과 누각을 지어 2013년에 문을 열었다.

그는 20년 넘게 서당에서 공부를 가르치며 스러져가는 효(孝)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세상은 변했고, 애틋했던 눈물도 말랐다며 끌탕을 하는 그는 견공(犬公)은 봉양할지언정 어른의 안부는 묻지 않는 현 세태를 한탄했다.

-효란 무엇인가.

“효도 효자(孝)를 가만히 보라. 자식이 밑에 있고 부모님에 위에 있는 글자다. 효도 효자만 잘 보고 깨달으면 효를 실천할 수 있다. 효(孝)는 부모를 위해 넓적다리 살을 베고, 한겨울 산속을 헤매 죽순을 찾아 봉양하는 것이다. 요즈음의 효(孝)는 부모를 그저 봉양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개나 말도 먹이고 돌볼 수 있지 않는가. 만약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와 무슨 구별이 있는가. 과연 나는 공자 말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반성을 한다. 부모 봉양은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정성을 다하고 부모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지 특이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어른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거리에서 담배 피는 학생들을 대할 때도 훈계하지 말고 차라리 껌을 건네면서 자신이 담배 피우던 시절을 말하는 게 좋다. 그리고 참을 인(忍)자를 마음에 새기면서 공감을 표시한다면, 그게 바로 어른 노릇이다. 지금이 어디 다짜고짜 혼낸다고 먹히는 세상인가.(웃음)”

김봉곤 청학동 훈장. 미디어붓DB
김봉곤 청학동 훈장. 미디어붓DB

-국악문화산업 진흥을 위한 법률제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국악진흥법 제정을 하려고 한다. 여러 국회의원들을 만나 법안 발의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 법이 만들어져야 제2의 송소희, 오정해가 나온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고유 음악이 국악(國樂)이다. 수많은 국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의 보물이면서 세계적인 보물인데, 국악을 문화산업으로 진흥하는 관련법이 없다. 우리 국악이 호적도 없다는 얘기다.”

현재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 등재) △판소리(2003) △강릉단오제(2005) △강강술래(2009) △남사당놀이(2009) △영산재(2009)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2009) △처용무(2009) △가곡(正歌·2009) △아리랑(2012) △농악(2014) 같은 국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국악 전문 인력이 많지 않은 것 같다.

“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서양음악을 전공한 교사들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 유튜브를 통해 국악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가끔 전문 강사를 초청한다. 그런데 국악은 현장성이 생명이다. 교육 현장에서 직접 악기를 연주하거나 공연을 봐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국악 콘텐츠를 개발·보급하는 국악문화산업진흥원을 만들 필요가 있다.”

-한류(韓流)를 주도하는 ‘케이팝(K-pop)’과 가야금, 판소리의 결합도 기대된다.

“케이팝은 수입된 서양음악에 ‘흥’과 ‘정(情)’이라는 한국 정서를 입혀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인의 정서와 민족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국악을 서양음악과 하모니를 구성해 산업화할 수도 있다. 대중음악을 하는 분은 ‘행사’를 뛰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사실 국악인은 설 자리가 없다. 우리가 공연하겠다고 해도 예산이 없다고 말한다. 국악인은 싸구려 취급당하며 뒷마당에서 전을 펴야 한다. 조선시대 명창 이동백 선생은 정3품 벼슬을 할 정도로 존중 받았는데….”

-진천의 생활은 어떤가.

“산 좋고 물 좋으니 근심 걱정이 없다. 과거 강원 철원에서 서당을 운영할 때는 학생 230명이 함께 공부할 정도로 시설이 컸지만, 진천의 서당은 50명 정도 공부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니 가르치는 일에 스트레스가 없다. 생각이 번잡해지면 서당 근처 하천에 가서 쏘가리와 장어를 낚는다. 그 재미도 쏠쏠하다.”

국악법 만들어야 제2의 송소희·오정해 탄생··· 팔로워 20만 대군 함께 뜁니다

-SNS에도 밝다.

“개인 홈페이지, 트위트 등 방문객과 팔로워가 20만명에 이른다. 새롭게 탄생한 인터넷 뉴스 언론 ‘미디어붓’ 홍보에도 노력하겠다. 어느덧 나도 충청도 사람이 됐고 충청지역을 위해 붓을 든 언론이니 서로 합(合)이 맞지 않는가.(웃음)”

청학동 훈장의 효사랑, 국악사랑, 그리고 지역사랑은 무조건 옛것을 좇는 게 아니다. 옛것을 숭상하되 바르고 곧은 것. 그래서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귀감이 되는 뿌리를 말한다. 창백한 수염 위로 잔잔히 퍼지는 그의 너털웃음이 겨울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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