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관심 밖
관심과 관심 밖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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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던 찰리 채플린의 말은 한발 떨어져있는 게 신상에 좋다는 뜻일 게다. 이 어법에 살짝 양념을 치면 조금은 ‘관심 밖’에 있으라는 얘기쯤 될 것이다. 가까이 있을수록 자세히 보이고 감춰지지 않는다. 남녀의 몸도 감춰져있기에 도탑다. 말과 글 또한 감춰져있기에 아름답다. 발가벗겨지는 건 보여줄 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볼 것도, 호기심을 가질 일도 없으니 남은 건 지겨움뿐이다. 무뎌짐은 상실로 이어진다. 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입은 여자를 보면 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팬티를 입고 설쳐대는데도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치마 입은 여자의 ‘팬티’는 궁금해진다. 똑같은 팬티인데 관념이 생각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관심’과 ‘관심 밖’은 항상 절충한다.

연합뉴스

▶진보는 민주화의 주역, 보수는 경제부흥의 주역이라도 자찬한다. 그런데 보수냐, 진보냐는 상대적이다. 보수는 무조건 나쁜 것이고, 진보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아군에 대한 집착일 뿐 천사와 악마는 따로 없다. 언제부턴가 ‘노동’ 얘기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뉴스에도 잘 안 나온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뉴스는 가끔 나오지만 가슴에까지 닿지 못한다. 노동자집회 뉴스에 누군가는 교통체증이 먼저 떠오르고, 누군가는 ‘체증(滯症)’이 내려간다며 환호한다. 관심 밖의 일들을 외면하는 건 진보든 보수든 똑같다. 그리고는 생색은 혼자서 낸다. 정치가 편을 가르며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도 국민에게 절반의 유죄가 있다. 자기편만 쳐다보고 상대편을 바라보지 않은 책임이다. 같은 곳을 보지 말고, 서로 바라봐야 말이 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착을 즐기지 않는다. 물론 젊었을 때는 집착했다. 어떤 것에 빠지면 헤어나질 못했다. 처음엔 ‘관심’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깊이 빠져들었다. ‘관심’은 그 상태로 머무르지 않고 변이되는 습성이 있다. 아주 집요하고 독하고 매섭게 말이다. 그래서 종장에는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를 입었다. 특히 연애가 그랬다. 집착은 의심을 동반한다. 이후 ‘관심’에서 한 발짝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살짝 비켜서있으니 편했다. 지금의 아내도 살짝 비켜서있어서 만났다. 마음가는대로 톨스토이가 됐다.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그 말이 옳았다. 희망이란 글자도 관심을 너무 가지면 절망으로 읽힌다.

▶우리는 관심을 받든, 관심을 받지 못하든 꾸역꾸역 일상 속으로 뛰어든다. 목표는 ‘잘 먹고 잘살기’다. 힘겹게 견딜 땐 차라리 관심을 받지 않는 쪽이 편하다. ‘긍휼’을 느끼는 법은 각자 다르다. 사람은 사람들 관계 속에서 굴러다닌다. 너와 내가 뒤엉켜있다. 어떤 것이 더 지긋지긋한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밥 차리는 지겨움과 밥상치우는 지겨움은 평등하다. 그런데 평등하지만 공평하지는 않다. 밥 차리면서 밥상치우는 괴로움을 떠올리면 밥은 즐겁지 않다. 밥도 차려질 때만 관심을 받는다. 밥이 비워지는 순간 밥그릇의 질량은 한없이 가볍다. 새삼 ‘집밥’이 사랑을 받는 건 차릴 때의 수고로움을 미각이 미리 알아채기 때문이다. 집밥은 맛의 향연이 아니라 맛의 신뢰다. 진수성찬의 ‘바깥밥’은 관심 밖에서 허세로 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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