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2원억대 ‘업무추진비’ 대부분 식사·간식·선물비로 사용
[집중해부]2원억대 ‘업무추진비’ 대부분 식사·간식·선물비로 사용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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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장 2018년 업무추진비 분석]
한해 1억6790만원 사용‧‧‧오‧만찬에 7255만9900원, 물품구입 583만8729원 사용
격려금·성금 400만원 축·부의금 450만원…‘시정현안 간담회’ 등 명칭 모호
세종시장이 1년간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1억6970만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보공개 조례' 제5조에 의거한 시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일반에 공개된다. 세종시청 전경. 미디어붓DB
세종시장이 1년간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1억6970만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보공개 조례' 제5조에 의거한 시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일반에 공개된다. 세종시청 전경. 미디어붓DB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업무추진비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업무추진비는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쓰는 돈이다. 하루에 한 번 공개하는 곳도 있지만 1년에 한 번 몰아서 공개하기도 한다. 1993년 이전까지는 통상 ‘판공비’라 불렸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지침서에 지방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를 직책급, 정원가산, 기관운영, 시책추진, 부서운영, 의정운영 등을 공통 업무추진비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비용을 편성하고 집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업무추진비의 사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후 정산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이 되면서 업무추진비 과다 집행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또한 신용카드(법인카드) 사용이 원칙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현금 지출도 가능하기 때문에 단체장의 비자금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과거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압박용으로 쓰이기도 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며 꼬투리 잡는데 활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보 공개로 인해 일정 부분 투명해졌다는 평가다. 업무추진비가 선출직 단체장의 쌈짓돈이 아니라 국민세금이라는 인식이 착근하고 있어서다. 

미디어붓은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세종시장의 업무추진비 1년치를 분석했다. ‘세종특별자치시 정보공개 조례’ 제5조에 의거한 시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 중 시장 사용분에 국한한 내용이다. 물론 업무추진비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차원은 아니다. 시장 활동과 오·만찬 내역을 들여다보면 이와 연계된 음식점(맛집) 추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세종시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예산내역을 일일이 열람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소소한 정보 제공차원이기도 하다. 보통 시청 홈페이지 업무추진비 공개 월별 조회 수는 500~1500여건에 그친다.

세종시장이 1년간 쓸 수 있는 업무추진비는 1억6970만원이다. 언뜻 보면 큰 액수처럼 보이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지난해 미스터피자 청계광장점에서만 5225만원을 썼다.(서울시 정보소통광장 업무추진비 내역 참조) 2018년 서울시청 산하 공무원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103억 2281만1561원에 이른다.

세종시청 업무추진비 현황 홈페이지 캡처.
세종시청 업무추진비 현황 홈페이지 캡처.

이춘희 시장은 1월에 1202만89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격려금·성금으로 50만원, 축·부의금으로 25만원을 썼는데 현금으로 결제됐다. 오·만찬 857만2800원, 물품구입 270만6100원은 법인카드로 집행했다. 물품 구입은 비서실에서 차(茶)나 지역특산물 구입 시 사용한 경비를 말한다. 오·만찬 내역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직원격려 급식제공(식사)이 월 16회로 가장 많고 여기에 쓰인 비용은 291만6900원이다. 주로 청와삼대, 버거킹, 콩대박, 나주곰탕, 행복한식공간, 빈스빈스, 수북정, 차이킹, 본가왕뼈다귀탕, 하츠, 대지횟집, 스타벅스 등의 식당이었는데 ‘재방문’은 드물었다. 1월2일 73만6000원을 결제했는데 이는 세종시청 32명과 식사한 경비다.

시정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비는 13회에 걸쳐 295만 7900원이 쓰였다. 이는 언론인, 국회의원실, 정부세종청사 공무원, 언론인, 출입기자단 등과의 식사를 말한다. 조치원읍 소속직원과의 식사는 120만원(금성정육코너), 연기면 소속직원과의 식사 37만7000원(미추원주추어탕), 부강면 시민과의 대화추진에 따른 급식에는 62만6000원(백년옥) 등을 썼고. 특히 1월엔 해외방문기관 증정 기념품으로 175만5000원을 집행했다. 이용한 식당은 파스텔로, 멍게가, 이조한우, 충무복집, 이도(두부요리전문점), 죽림, 석곡오리촌, 모아한정식, 제비반점, 은하식당, 삼도식당, 진짜우리집, 천안문 등이다. 거론된 식당들은 세종시에서 ‘맛있는 집’이라는 입소문이 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월 2회 방문한 곳은 없다.

2월엔 1762만 3980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 격려금·성금은 없었고 축·부의금에 50만원, 오·만찬에 495만 5500원, 물품구입에 1216만8480원이 지출됐다. 1월과 비교하면 오·만찬 비용이 3분의1 줄어든 대신에 물품구입비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설맞이 직원 격려품(지역특산품 구입)과 설 연휴기간 근무자 격려 물품비용 때문이다. 지역특산품은 세종로컬푸드에서 구입했고, 근무자 격려물품은 대부분 치킨점(풍미락치킨, 신흥파닭, 왕천파닭)이었다. 2월에도 직원격려 식사로 9회에 걸쳐 160만3500원, 시정현안 간담회비로 158만3000원이 지출됐다.

참고로 행정부시장과 정무부시장의 연 업무추진비(기관운영·시책추진) 예산액은 1억370만원으로 동일하다. 이중 매월 집행한 비용은 700만~1000만원 정도다.

세종시장의 3월 업무추진비 집행은 1000만543860원이었다. 오·만찬에 872만9800원, 물품구입에 126만4060원이 들었다. 시정현안 간담회 비용으로 15회에 걸쳐 263만850원이 집행됐다. 특히 3월엔 ‘시민과의 대화’를 위한 읍면동 방문이 많았다. 소정면, 전동면, 한솔동, 전의면, 고운동, 보람동, 도담동, 종촌동, 아름동을 방문하며 식사비용으로 464만2000원을 썼다. 지출 장소 표기에 나와 있는 음식점들을 보면 물레가든, 최가네식당, 램하우스, 한우장군, 청향일식, 충무복집, 정선할매곤드래밥, 명장복집, 명품순두부, 연우미담, 워낭2013, 이조한우, 차득순칼국수, 바우정원, 미추원추어탕, 야채꽃, 서린식당, 식원, 해송촌, 옛고을, 감나무집, 다복정, 청도미나리생삼겹살 등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보면 맛집이 보인다···입맛 까다로운 공무원들 단골집 어디?

4월엔 오·만찬에 307만8100원, 물품구입에 41만6360원이 들었다. 대부분 직원 격려 급식(식사)비용이었는데 실국장과 직원 28명이 함께 한 쓰촨세종점에서의 80만5000원이 최다였다. 지출 결의된 음식점은 군산영만꽃게, 풍경한정식, 콩대박, 싱싱낙지, 복앤향, 사계절추어탕, 이화수, 차득순칼국수, 소담애, 명품순두부, 이도식당, 세종일식, 서브웨이, 수북정, 워낭2013, 꽃갈비 등이었다.

5월 집행액은 239만9700원으로 쓰임새는 여느 달과 대동소이했다, 6월엔 707만3280원이 집행됐는데 특이할 점은 직원 경조사(14명·각 5만원)가 많아 축·부의금으로 90만원이 집행됐다. 또한 직원들 격려 차원에서 피자점(피자헛·피자마루·7번가) 지출이 많았다. 거론되는 음식점은 사리원, 워낭2013, 두툼, 도쿄달빛, 꺼먹지황태진국, 세종일식 등이다.

7월엔 1270만4150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는데 오·만찬에 1010만8800원, 물품 구입에 249만5350원을 지출했다. 물품 구입비가 대폭 늘어난 이유는 중국 구이저우성 방문 시 증정할 기념품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물품구입은 대체적으로 싱싱장터 도담도담과 이마트, 하모니마트에서 이뤄졌다. 특히 시정현안 간담회가 25회나 열려 606만1400원의 식사비용이 들었다. 간담회에는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시의원, 기재부·국토교통부·교육부 공무원, 기자, 문화재단, 변호사 등 각계각층이 망라됐다.

7월에 이용한 음식점은 충만치킨, 덕이네 칼국수, 사리원, 마리소, 꽃갈비, 하츠, 차득순손칼국수, 충무복집, 호수마루, 수북정, 식원, 시골밥상, 시옷, 토바우안심한우마을, 워낭2013, 메밀꽃필 무렵, 소담애, 뜨레, 토담낙지한마당, 만상, 우가정, 봉피양벽제설렁탕, 차이킹 등이었다. 이중 ‘타이탈리’에서 110만원이 지출된 것은 ‘고향마실페스티벌’ 개최에 따라 37명에게 오찬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8월에는 총 1725만8710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됐다. 오·만찬에 701만2700원, 물품구입에 989만6010원이 쓰였다. 시정현안 간담회가 17회 있었고 언론인과의 회동도 4차례 진행했다. 특이할만한 일은 문희상 국회의장 등에 지역특산품을 350만원가량 구입했는데 집행대상이 문희상 국회의장 등 100여명에 달했다. 리엔차이, 우가정, 토담낙지한마당, 차이킹, 워낭2013, 라온아띠, 가마솥, 대나무한소반, 차득순손칼국수, 토마토식당, 싸리골, 콩대박, 낙지촌, 어작교, 자연이스테이, 가장 맛있는 족발, 백세국수, 도쿄달빛, 바우정원, 사계절추어탕, 군산영만횟집, 꽃갈비 등이 주요 오·만찬 장소였다. 

이춘희 세종시장 2018년 업무추진비
이춘희 세종시장 2019년 4월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 집행률이 60%를 상회한 9월에는 1908만6150원이 지출됐는데 오·만찬에 498만800원, 물품구입에 1385만5350원이 쓰였다. 예산정책협의회 간담회·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개최 비용, 재일 충청향우회 내방객 기념품, 사회복지시설 위문품, 중국 구이저우성 당서기 일행 방문에 따른 기념품, 추석명절 직원 격려물품 구입에 많은 비용이 메밀꽃필 무렵, 하박치킨, 왕천파닭, 신흥파닭 등이 천안문, 명장복집, 워낭2013이 주요 거래처였다.

10월 업무추진비는 740만1350원이 쓰였고, 이중 오·만찬에 430만9800원, 물품구입에 284만1550원이 집행됐다. 중국 허베이성 쳔강 부성장 일행 방문 기념품과 53특수비행전대 지역특산품 전달이 있었고 그 이외에는 직원식사와 시정현안 간담회 비용이었다. 충무복집, 다가온설렁탕, 토바우안심한우마을, 봉피양벽제설렁탕, 장어마을, 차이킹, 본하우스인, 서울관, 꽃갈비, 토담낙지한마당, 뜨레, 세종뜰흑돼지, 세종풍천장어, 메밀꽃필 무렵, 사리원, 민소한우, 우리집진수성찬 등이 오·만찬 장소였다.

11월엔 오·만찬 비용으로 573만3300원, 물품구입에 428만100원이 지출됐다.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 간담회 비용(90만1000원)과 한-중지사성장회의 및 우호협력 방문 관련 기념품 구입(284만5000원), 충청권 행정협의회 만찬(124만원)에 ‘목돈’이 들었다. 이외에는 시정현안 간담회와 직원 식사비용이 주류를 이뤘다. 사리원, 연우미담, 청주경복궁, 콩대박, 청도미나리 생삼겹살, 대려도, 권인순 갈비 김치찌개, 다복정, 더쿡, 함흥면옥, 고등어밥상, 천안문, 영자네곱창, 궁궐, 차득순손칼국수 등이 집행 장소였다.

2018년 12월에는 1863만9250원의 업무추진비가 쓰였다. 오·만찬에 856만5900원, 물품구입에 592만3350원이 집행됐다. 대한결핵협회, 대한적십자사 등 격려금·성금으로 350만원, 축·부의금으로 65만원이 들었다. 워낭2013, 쓰촨, 갓포이로, 중화반점, 대나무한소반, 차이킹, 이즈미, 육대장, 황제명태본가, 덕이네빈대떡, 궁궐, 굴담, 토바우안심한우마을, 금단양만, 대구황막창, 본하우스, 천안문, 예산소국밥, 토담낙지한마당을 이용했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한해 업무추진비 1억6970만원 중 1억 3944만7190원을 지출해 82.17%의 집행률을 보였다. 기관 운영에 1억 866만7090원, 시책추진에 3078만100원이 쓰였다. 여기서 기관운영 업무 추진비는 기관운영 및 유관기관 간 업무협조와 유대강화를 위해 소요되는 제잡비를 말하고, 시책추진 업무 추진비는 대단위사업, 주요 투자사업, 주요 행사 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소요되는 제잡비를 말한다.

물론 시장,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 외에도 부서장 업무추진비도 따로 있다.

미디어붓의 세종시장 업무추진비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애용한 음식점은 대략 충무복집, 천안문, 워낭2013, 차득순칼국수, 이도식당, 사리원, 꽃갈비, 토바우안심한우마을 등이었다. 이곳은 여러 번 ‘재방문’한 식당이고 이외에는 대부분 월 1회 방문한 곳이 많았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공무원들(전국 106만명)이 수차례 방문한다는 것은 ‘맛있는 집’이라는 보증수표와 다름없다. 다만, 세종시장의 경우 업무추진비에 잡힌 ‘단골’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쉬운 점은 집행내역이 불명확하거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의거해 인원과 액수를 맞춘 듯한 부분이 상당수였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의 기준은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다. 특히 ‘식사비’ 지출이 가장 많고, 직원 사기진작을 위한 간식 구입이나 식사를 명목으로 대부분 식당에서 이뤄진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또한 ‘시정현안 간담회’라는 항목도 모호한 측면이 있고, 지출장소 표기가 제각각인 탓에 해당 음식점에 쓰인 업무추진비 전액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모든 부서가 공개된 업무추진비 외에 운용 가능한 예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해진 한도 내에서 쓰고 있지만, 숨긴 예산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들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대동소이하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기관장의 사익(私益)보다는 공무(公務)를 위해 쓰이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업무추진비도 국민의 세금인 만큼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춘희 세종시장 2018년 1월 업무추진비. 세종시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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