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쪽문- 박장락
내 고향 빈집에 가면 열려있는 쪽문이 있다
아버지가 닫아 두었던 쪽문이
어느 해 부턴가 바람에 열렸다가 닫혔다가
바람이 수런거리며 저마다 길을 묻는지
담장을 넘어와 코끝에 걸린다
문틈을 열고 들어온 박쥐 나는 밤
백합꽃 피는 담장 옆 송아지 울음소리에
소낙비 내리는 날 뒷짐 지고 가버릴 채비를 하는지
두꺼비 한 마리 잰걸음으로 기어간다
아버지 삼베 적삼 인두질하는 날
숯이 새까맣게 타서 지붕 위 굴뚝새랑
연무를 둘러친다
언제부턴가
어머니의 마지막 눈물이기도 했으리라 마는
쪽문 열고 나가면 따라 나서는
청설모 한 마리
뒷산 자락에 잣나무 익어 가면
오래 오래 바라보다가 문을 연다
삐꺼덕 거리는 소리,
들렸던가? 안 들렸던가?
어머니의 몰래 흘리던 눈물이던가!
들리지 않는 속울음 소리
집 뒤란에 가면 다시 듣고 싶은
어머니의 쪽문이 거기 있다.
◆박장락 시인 약력
△경북 영양군 출생 △2003년 모던포엠 등단 △2005년 문학21 등단 △2004년 한국인도대사 문학교류상 수상 △아람문학 편집위원, 감사위원, 부회장 역임 △한국 작가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영양지부 회원 △선진문학작가협회 회원 △2018 지역언론 작품연재 △2019 미디어붓 작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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