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외치다 회군한 이유는?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든 ‘文복심’
백의종군 외치다 회군한 이유는? 정치 한복판으로 뛰어든 ‘文복심’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6.27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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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으로 본 양정철·유시민의 정치학]
양정철 민주연구원원장 서울·경기·경남·인천·부산 찍고 대전행
권력과 거리두고 패권·측근정치 외면하더니 현실정치 속으로
직업정치 은퇴한다던 유시민 이사장은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대전시청에서 대전세종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대전시청에서 대전세종연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호탕한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에 ‘양정철’이 떴다. 정치에 문외한이라면 이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실세 아닌 실세’로 꼽힌다. 27일 대전세종연구원과 정책협약을 하기 위해 시청을 방문한 자리에 대전시장과 정무부시장이 의전에 가까운 환대를 했다. 물론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과 허태정 시장, 박영순 부시장은 노무현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이다.

양 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전과 세종, 충청권 발전에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다”며 통큰 선물도 안겼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집권당(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연구소에 불과한 직함으로 이 정도의 실력행사를 하는 것에 입방아를 찍는 모양새다. 거의 ‘행차’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300일(2020년 4월15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정치꾼들의 마음은 이미 ‘콩밭’(총선)에 가있다. 민생이 어쩌고저쩌고 백날 떠들어봤자 입만 아픈 게 현실이다. 장삼이사가 움직여도 웬일인가 싶어 귀를 쫑긋 세우고, 유력인사가 재채기만 해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만큼 정세가 민감하고 날카롭다.

여권에서 양 원장 외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가 또 한 명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여당은 내년 총선 위기론을 들추며,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호위무사’를 자임했던 유 이사장 차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속내는 모르겠으나, 일단 유 이사장은 정계복귀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정권의 복심(腹心)으로 통한다. 특히 양 원장은 왕의 남자, 실세, 최측근 같은 권력의 수식어를 달고 있다. 노무현의 복심으로 불렸던 그는 19대 대선 이후엔 다시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문(文)의 킹메이커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 원장은 ‘잊혀질 권리를 달라’며 표표히 ‘문(文)’을 박차고나가 2년 동안 대통령 근방에 얼씬거리지 않고 해외를 떠돌았다. 스스로 권력과 거리를 둔 채 패권, 측근정치, 비선, 인의 장막 프레임을 거둔 것이다. 신선했고 아름다웠다. 복심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말 그대로 뱃속에 들어있듯이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그 맘에 들게 행동해야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에는 뭔가 껄끄러울 때 그 역할을 대신할 사람, 대통령을 대신해서 욕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이 '복심자(者)'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오른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오른쪽)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토크 콘서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까지 두 사람의 ‘진짜’ 복심은 베일 속에 가려져있다. 정치무대로 가까이 온 듯 안온 듯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세간에서 느끼는 소용돌이는 생각보다 더 세차다. 국회의장을 독대하고, 국정원장을 사석에서 허물없이 만나는가하면 광역자치단체장(서울·경기·경남·인천·부산·대전)들을 순회하며 접촉하고 있다. 인사치레라고 보기엔 민주연구원장의 행보가 위험한 줄타기처럼 보인다. 더구나 광화문 시민문화제에 참석해서는 유시민 이사장에게 차기 대선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다.

민주연구원은 누가 뭐래도 총선 병참기지다. 양 원장에게는 ‘원외대표’ 별칭이 붙었다. 그의 동선과 행보가 대통령과 연결되니 어쩔 수가 없다. 팔자인지, 순명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를 아는 다수의 사람들은 실망감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개혁을 추구했으나 번번이 고충을 겪었던 건 잘난(척) 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갔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무한한 신뢰를 보냈던 이유는 ‘나대는’ 정치인이 줄어들어서였다. 튀는 사람이 없으면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게 돼있다. 정치는 생물이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나대는’ 사람이 있으면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움직이는 총량만큼 불발탄이 터지고, 말하는 만큼 오발탄이 생긴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건 알면서도 속아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비참한 일은 일부러 속아주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일이다. 세상에는 속는 줄 뻔히 알면서도 믿어주고 싶을 때가 더러는 있다. 하지만 정도껏이다.

내년 총선에 정권의 명운이 걸린 집권당으로선 선거 전략에 능하다는 그가 필요해졌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2년 남짓 남았지만 총선에서 다수석을 잃으면 국민의 신임을 잃는 것이고 남은 2년은 레임덕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절박하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며 슬슬 시동을 거는 유시민 이사장, 권력의 정점에서 떠났다가 슬그머니 다시 회군한 양정철 원장. 이들을 바라보는 무명씨들은 두 사람의 행보가 지극히 수상하고 보기에도 썩 좋지 않다고 말한다. 더더욱 기가 찬 것은 민심의 언저리에도 오지 못하고 변방만 휘젓고 있는 야당의 무념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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