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만한 책]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주목할만한 책]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8.20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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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삶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깔끔한 싱글 하우스에서 혼자만의 낭만과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가끔은 여행자가 되는 삶. 어쩌면 드라마나 에세이에서 그려지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삶일까. 이 책은 파스타와 브런치보다는 파절이에 김치를 곁들인 삼겹살 같은 평범한 싱글의 삶을 담고 있다. 보고 듣고 읽고 묻고 쓰는 게 취미이자 생업인 저자가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숨기려 했던 여린 마음을 한 권의 책으로 살포시 풀어 놓았다.

이 책의 저자는 좀 더 나답게 살라거나, 결혼 따윈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멋있어 보이거나 센 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그저 나이가 좀더 든 평범한 감정을 지닌 남자 사람이다. 일터에선 취재원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내는 일간지 기자이지만, 술만 마시면 눈물이 조금 많아진다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집에서 혼술을 즐기는 여린 사람이기도 하다. 궁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생활밀착형 글은 현실미 돋으면서 유머도 돋는다.
이 책의 생활밀착형 이야기는 살림의 힘에서 나온다. 저자는 살림하는 이들을 존경하며 지금도 살림의 기본기를 닦고 있다. 퇴근길에 장을 봐서 간단한 요리는 뚝딱 해서 먹을 줄 알고, 주말이면 빨래와 청소를 빼먹지 않는 살림남이다. 그는 세상의 많은 문제들 중 해결책 하나는, 최소한 살림을 할 줄 아는 사람을 키우는 교육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끼니를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분리배출과 청소를 하는 살림에 충실하다 보면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루 안에서 행운 같은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연애후일담은 그저 남에게 듣기만 하는 이야기가 돼 버린 상황에서 혼자 사는 남자는 반려자 대신 반려묘 송이를 만나게 된다. 페르시아가 고향인 송이는 경기도 일산의 상가 건물에 유기되어 길고양이들의 텃세에 만신창이가 됐던 품종묘였다. 다행히 인근 동네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분에 의해 구조 후 치료를 받고, 혼자 사는 남자의 첫 반려동물이 됐다.
어느덧 송이는 식구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식구라는 개념처럼 같은 식탁에 앉아 밥을 먹지는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 녀석의 밥을 챙겨주는 남자와 고양이는 식구가 맞다. 녀석 덕분에 남자는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하는 삶을 10분의 1 정도는 체험하고 있다. 일흔 넘은 어머니가 아들의 데이트 소식을 기대하며 거는 전화에 늘 같은 답으로 일관하며 어머니 속이 얼마나 타들어갈지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면서도, 냥이를 키우면서는 가끔 부모 마음을 가져본다.
혼자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두 명은 아니지만 둘이 살아요'. 저자는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렇게 계속 살아가도 될까 하는 질문을 오가면서 오늘도 남자 혼자서도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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