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는 공인중개사' 오늘도 읽고 쓴다
'책 쓰는 공인중개사' 오늘도 읽고 쓴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8.12.2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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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허재삼 작가 ‘3개월의 기적,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출간
허재삼 작가. 미디어붓DB
허재삼 작가. 미디어붓DB

평범한 것과 비범한 것은 한 끗 차이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책으로 엮어내기는 쉽지 않다. 필력은 공력이다. 일상의 소소한 경험이 원대한 문장으로 꽃피기도 하고, 인생의 원대한 희망이 작은 불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업(業)도 타고난다. 타고난 ‘업’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할 때는 항상 불규칙한 바운드가 있다. 그래서 본업과 부업 사이에는 갈등과 혼란이 저며 든다. 어떨 땐 본업보다 부업이 흥하고, 어떨 땐 부업 때문에 본업이 영향을 받는다. 업(業)이란 본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도록 설계돼있지 않아 힘들다. 허재삼 작가는, 작가이기 이전에 공인중개사다. 이미 2권의 책을 출간했고, 세 번째 잉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세종시(조치원읍 문화길)에서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 책을 쓴다.

“글이란 쓰면 쓸수록 뼛속까지 시려온다. 연애편지 쓰듯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그래서 때론 부끄럽고 야살 맞고 멋쩍은 게 문장의 괴로움이다. 이제 50대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인생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그래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부동산 중개업도 정년 없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업계 경쟁도 치열해지고 앞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도 든다. 그래서 독서를 시작했다. 책을 읽다보니 빠져들게 됐고, 책 쓰기에 대한 갈망도 생겼다.”

지난해 자신의 첫 저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를 출간해 작가의 반열에 올랐던 그는 1년 만에 두 번째 작품 ‘3개월의 기적,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를 펴냈다. 글쓰기는 물론이고 책 내는 것조차 무서워했던 자신이 첫 책을 완성한 노하우를 두 번째 책의 소재로 잡은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크고 작은 분쟁들을 직접 보고 상담하면서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안 주네요’라는 책을 냈다. 기본적인 임대차 상식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분쟁 없이 살 수 있다. 임대차 노하우 132가지를 Q·A형식으로 정리했고, 직접 겪었던 실전 사례에다가 법률 해석, 법원 판례를 접목시켜 신뢰성을 배가시켰다. 이후 두 번째 책은 처녀작에 대한 결실이다.”

허 작가는 경기도 광명 출신으로 원래는 평범한 은행원이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직장을 잃었고, 새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중 연고 없는 조치원에 정착하게 됐다.

“은행에서 정리해고 된 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40대 후반까지 중소기업을 다녔으니 중개업이 생업이 될 줄은 몰랐다. 이젠 투잡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는 읽기와 쓰기에 열중하며 산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하는 게 어렵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수월하다.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절반의 노력만 기울여도 출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수년 사이에 1000권의 책을 구입했고,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니 저절로 글이 써지더라. 읽기가 축적되면 쓰기가 반사적으로 써진다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다. 이 노하우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어 책으로 쓰게 됐다.”

허재삼 작가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도서관처럼 꾸며놓았다. 미디어붓DB
허재삼 작가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도서관처럼 꾸며놓았다. 미디어붓DB

그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도서관처럼 꾸몄다. 만화책부터 소설, 수필, 에세이, 시집 등 다양한 장르를 비치했다. 거기에 책읽기의 비법이 숨어있다. 비(非)독서인이었던 작가를 독서인으로 만든 것도 책이다.

“책은 좀 읽다보면 지루하고 따분하다. 특히 독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그래서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기보다는 한 두 시간 읽다가 지루하면 다른 책을 집어 들어 읽는다. 일명 동시병행독서법이다. 김병완 작가의 ‘1시간에 1권 퀀텀독서법’도 그런 것이다. 뷔페에 가서 다양한 음식을 접하면 입에 침이 고이고 식욕이 생기듯 책도 다양한 장르를 구비해 놓으면 읽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오로지 글쓰기만 매진하는 전업 작가는 아직 ‘가슴 속의 꿈’이다.

“책을 발간한 작가가 되면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생겨난다. 칭찬을 받을 수도 있지만 때로는 혹평에 시달릴 수도 있다. 칭찬을 받았다고 해서 자만에 빠진다거나, 혹평을 받았다고 해서 의기소침해하지 말아야한다. 일종의 심리적 방어기제를 갖고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허재삼 작가 두번째 책.
허재삼 작가 두번째 책.

그는 책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량과 사색의 시간이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거르지 말고 꾸준하게 책을 쓰겠다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에 몰아쳐서 많이 쓰고, 며칠 쉬었다가 다시 쓰기보다는 꾸준하게 쓰라고 강권한다.

“언제나 읽고, 쓰고, 메모하는 게 습관이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누구나 책의 저자가 될 수 있고, 책 쓰기를 통해 자기혁명을 이룰 수 있다. 평소 좌우명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지 최선을 다한 뒤에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 아닌가. 주위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성과가 있을 것이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허 작가는 글로, 말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읽고 쓰라고 주문한다. 은행원에서 회사원을 거쳐 공인중개사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책 쓰기를 통해서 새로운 인생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책은 그를 움직이는 부동(不動)의 긍정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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