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죽어도 죽지 마
[신간]죽어도 죽지 마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9.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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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대교에서 죽고자 했지만 살아난 사람들

“삶을 포기할 이유는 수만 가지이다. 하지만 그 삶을 붙들어야 할 이유는 단 하나면 족하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거세게 몰아닥친 신자유주의 물결은 개인들의 삶을 철저히 고립화시켰다. 그렇게 고립되고 파편화된 개인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자신들의 삶을 영위하면서 만들어진 ‘OECD 자살률 1위’라는 불편한 진실 위에 오늘도 또 누군가는 마포대교 난간에 서 위태로운 삶의 경계를 저울질한다. 극단적인 선택을 언론은 그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었냐는 듯 건조하게 알린다.
“죽겠다”, “죽을 만큼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은 일상이 되었고, 때로는 익명성에 기대어 누군가에게 “죽어라”라고 하는 저주조차 거리낌 없다. 이러한 세태에 작가는 단호하게 명령한다. “죽어도 죽지 마!”
지독한 고독, 벗어날 수 없는 궁핍의 굴레, 사랑의 배신과 무서운 폭력 등 자존감과 희망을 잃은 자들이 의지할 데 없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결정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어쩌면 ‘자살’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자살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커다란 위안이 된다. 그 생각으로 수많은 끔찍한 밤을 견디게 된다”는 니체의 말처럼 자살에 대한 번뇌로 가슴 저린 위로를 할지도 모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작가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위로를 넘어 ‘살아야 할 하나의 이유’를 소설로 제시한다. “죽을 의지로 오늘을 살라”는 허공에 흩어질 의미 없는 권유가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야 할 하나의 이유’, ‘삶을 부여잡을 하나의 이유’를 찾아 삶을 영위하길 소원한다. 그리고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내미는 누군가의 절망의 손을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잡아줄 것을 독자들에게 요청한다. 애초에 삶의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삶 자체가 의미이므로.  살면서 마음대로 된 것이 하나 없던 서른한 살 강시우는 죽음만큼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다. 장고 끝에 의미 있는 날을 골라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지만 누군가에 의해 구해진다. 시우는 다시 살게 된 것이 기쁘기는커녕 고르고 골랐던 날에 죽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겨우 다시 죽을 날을 골라 마포대교에서 다시 투신하지만 이번에도 누군가에 의해 구해진다.
홀로 키운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집단 성폭행까지 당한 서른 살의 정혜지는 아들의 마지막 숨결이 남아 있는 마포대교에서 죽고자 한다. 삶에 아무런 미련 없이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지만 자살에 실패한다. 두 사람을 구한 사람은 스스로를 ‘천사’라고 소개하며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데···. 천사 노인은 역시 마포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했던 초등학생 한수호까지 총 세 사람을 한 자리에 모은다. 이유는 각자 다르지만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렸던 세 사람에게 천사 노인은 섬에서 일 년 동안 한 집에서 생활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기묘한 제안을 한다.
믿는 둥 마는 둥, 천사 노인의 제안을 수락한 세 사람은 마침내 해청도라는 섬마을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마음은 여리고 착한 시우, 고아로 자라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자 했으나 고통스런 지난 일로 남자에 대한 불신에 가득 찬 혜지,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자살을 생각할 만큼 인생의 고난을 일찍 알아버렸음에도 초등학생일 수밖에 없는 수호. 그렇게 각기 다른 성격의 세 명이 해청도에서의 약속된 1년의 삶을 이어간다.
그들이 살게 된 섬마을 해청도에는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이웃들이 있었다. 무당처럼 세 사람의 과거를 꿰뚫고 있는 명미희, 혜지를 성폭행한 범인으로 의심받는 그녀의 남편 추정우, 혜지에게 비정상적인 관심을 보이는 수호의 담임교사 박정호까지···. 그렇게 아슬아슬 해청도에서의 삶을 이어가는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게 얽히며 심리적 변화를 겪어가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맞닥뜨린다. 혜지에 대한 박정호의 집착이 만들어낸 얘기치 못한 상황이 끝나는가 하더니, 과거 끔찍한 성폭행의 악몽이 혜지에게 찾아온다.
사건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가 새로이 맺어지고, 쌓였던 오해들이 서서히 풀리며 숨겨왔던 진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세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었던 무거운 삶의 무게들이 한 꺼풀씩 벗겨지고, 각자가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를 서로 나누고 위로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그들 앞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반전의 상황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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