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둘로 나눠버린 ‘조국 파문’ “국민들의 상처는 금수저 스펙~”
조국을 둘로 나눠버린 ‘조국 파문’ “국민들의 상처는 금수저 스펙~”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9.03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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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붓 칼럼으로 본 법무부장관 후보자 뽑기 논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와 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와 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고집도 없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국민 다수가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는데 계속 ‘그거’라고 말한다. 생떼를 부리다가 법도 살짝 빗겨간다. 조국이 부르지 않는데도 조국을 부르짖는다. 마치 ‘법무부장관은 내 자리란 말이오’라는 식이다. 물론 대통령이 낙점했으니 무소불위다. 그는 청문회(국회)가 안 되니 간담회(기자)를 자청해서 스스로 의식을 치렀다. 셀프 청문회다. 국민도, 국회도 무시했다. ‘금수저 강남좌파’라고 고해성사한 대목은 다분히 으스대는 투다. 법을 다룰 사람이 법을 놓고 눙친다. 오로지 자신만이 개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자신인가, 자만인가. 법을 기망한 자가 법을 만진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벗어난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조차도 현실과 여론을 망각한 채 ‘조국, 조국, 조국’을 외치고 있는 ‘조국 맹신’에 있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그깟 장관 자리 하나 놓고 왈가불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수에게 상처를 줬다. 금수저 스펙을 현실로 보여줬다. 아등바등 살아보려고 허둥대던 사람들의 희망을 빼앗았다. 그와 그의 딸로 인해 상처 받은 자식들은 졸지에 바보가 됐다. 억울하면 너도 성공해보라는 식의 엔딩은 참혹하다. 개혁이란 결코 몇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피바람만 일 뿐이다. 아무리 떠들어 봐도 따르는 힘이 없으면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의 색깔을 착각한다. 진보는 무조건 좋은 것이고, 보수는 무조건 나쁜 놈이라는 식이다. 역사를 거슬러 보건대 그 생각은 틀렸다. 더구나 대한민국에서의 보수와 진보는 차이가 없다. 둘 다 죽었다. 스스로 진보, 보수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다분히 ‘종교적’이다. 상대방 얘기가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둘 다 틀렸다.

▶용감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무식하다는 뜻이다. 산(生)권력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투사는 무식하다.(야당) 그 불나방을 한낱 벌레로 보는 자도 무식하다.(여당) 무식한 자들이 양보 없이 싸우니 그 또한 무식하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여당도 무식하고 야당도 무식하다. 배운 사람들이 포진해있으니 대단한 해법이 나올 법도 한데 아주 무식하다. 만약 함량으로 따지면 여당은 그냥 무식한 것이고, 야당은 그냥 바보다. 급진세력과 반동세력 모두 자신의 의견이 상식이라고 주장한다. 세상은 선악 이분법으로 선택의 폭이 좁다. 밤과 낮 사이에도 여명과 황혼처럼 시나브로 변하는 회색지대가 있고, 동지와 적 사이에도 무수한 회색지대의 아이콘이 널려있다. 그런데 촛불 vs 적폐다. 다함께 잘사는 사회 vs 다함께 사는 사회다. 아주 야비하다. 교집합은 갈수록 작아진다. 배제되는 원(圓)이 많아질수록 쪼그라든다. 정치인만 그걸 모른다.

▶어느 새 우린 회색지대에 살고 있다. 중간지대다. 우리는 언어를 지키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선전선동에 능해 좋은 말만 삼켰다. 혁명의 미화다. 항일투쟁과 반공투쟁으로 태어난 이상한 정권들은 혼자서만 떠든다. 처음부터 적을 안팎으로 안고 태어나다보니까 오만불손하다. 가령 문재인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했지만 현실인식과 이념접근 방식이 다르다. 노무현은 이라크파병,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같은 사안에서 나라를 위해서라면 그냥 내려놨다. 안 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 조국이 조국을 구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가. ‘손에 잡히는’ 실용이 없다. 시대의 먹물들은 정권에 빌붙어 기생해왔다. 그리고 지금도 ‘ing’다.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죽는 그날까지 개혁을 주창했던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행동을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고, 국민에게 위임한 후 행동해야 한다.” 증오는 쉽게 증폭된다. 대중은 정치인에게 존중 받기를 원한다. 대중은 작은 거짓말보다는 큰 거짓말을 잘 믿는다. 거짓말을 듣게 되면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그 다음에는 의심하게 되고 계속 듣다 보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다수 생각이 늘 옳다는 생각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 물론 다수의 지속적 생각은 대부분 옳았지만 특정 시점의 다수 생각은 잘못됐을 때가 많았다. 획일보다 다름이 진실에 더 가깝다. 조국을 무조건 응원하는 ‘얼빠 팬클럽’과 애초부터 청문회 따위는 생각도 없었던 청와대, 온갖 물타기와 떼쓰기로 대치하는 여야 모두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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