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언제? 연봉은 얼마야~” 나홀로 추석 보내는 사람 늘었다
“결혼은 언제? 연봉은 얼마야~” 나홀로 추석 보내는 사람 늘었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9.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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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대학생·취준생 듣기 싫은 말 많아 “친척 모임 안가요”
주부들은 ‘제사상 스트레스’…이직·취업준비로 연휴에 못쉬어
인기캠핑장·자연휴양림 예약도 ‘하늘의 별따기’
명절기간 고향을 찾는 대신 가족들과 캠핑장이나 휴양림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사진은 청주상당산성자연휴양림 주차장에 꽉 들어찬 숙박객 차량들. 나재필 기자
명절기간 고향을 찾는 대신 가족들과 캠핑장이나 휴양림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사진은 청주상당산성자연휴양림 주차장에 꽉 들어찬 숙박객 차량들. 나재필 기자

추석 연휴의 풍속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친척 모임은 가급적 피하고 가족끼리 지내거나 나홀로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핵가족화도 이유이지만 나이가 젊을수록 남의 간섭을 받는 걸 꺼리고, 집에서 쉬는 것을 더 좋아하는 추세로 변했다. 더욱이 차례를 생략하는 가족들도 점점 더 느는 양상이다. 취업준비생 A씨(28)는 “친척 모임에 가봐야 불편한 질문을 들을 게 뻔해 가지 않기로 했다”며 “집에서 혼자 배달음식을 시켜 먹으며 공부할 계획”이라고 했다.

각종 통계·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현상들이 점점 더 표면화되고 현실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코레일 추석 열차 승차권 예매 현황에 따르면 2017년 374만석 중 127만석, 2018년 208만석 중 90만석, 올해 173만석 중 85만석이 예매됐다. 공급 좌석과 예매 수가 3년 연속 하락세다. 반면 해외로 출국하려는 사람들은 급증세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11일부터 15일까지 90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1년 추석 연휴 출국자 수인 11만600여명에 비해 약 7.8배 증가한 수치다.

30대 주부 B씨는 “차례상 차리기가 싫어 추석 가족모임에 가고 싶지 않다”면서 “상다리 휘어지게 차례상 차려 놓으면 절만 하는 가족들이 얄밉다”고 말했다. 이어 “시시콜콜한 가족사 얘기로 인해 다투는 경우도 많다”며 “차라리 욕한 번 먹고 만다는 심정으로 시댁도, 친정도 안 가게 된다”고 토로했다.

잡코리아·알바몬 제공

직장인들과 취업준비생들은 ‘잔소리’성 질문에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319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 응답자의 33.3%(복수응답)가 가장 듣기 싫은 말로 “결혼(자녀)은 언제쯤”을 꼽았다. “연봉은 얼마나 받느냐”(28.2%)가 그 뒤를 이었고 △돈을 얼마나 모았느냐(20.6%) △살 좀 빼야겠다(찌워야겠다)(17.7%) △앞으로 계획이 뭐냐(15.1%) △애인은 있냐(14.9%) 등의 순이었다. 미혼 직장인은 결혼에 대한 질문을 가장 꺼렸고, 기혼 직장인은 연봉 관련 언급을 가장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추석 연휴에 이직을 준비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잡코리아가 최근 직장인 547명을 조사했더니 58.9%가 “추석 연휴에 이직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841명 중 67.9%도 연휴에 취업 준비를 한다고 응답했다. 취업 압박감은 물론 어차피 마음 편히 쉴 수 없고, 쉬는 것이 눈치가 보이지 않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같은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성인 5명 중 1명은 추석 연휴를 홀로 보낼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다. 직장인 45%는 연휴에도 일하고 대학생, 취업준비생 10명중 2명은 추석을 혼자서 보내고 있다.

명절기간 고향을 찾는 대신 가족들과 캠핑장이나 휴양림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고 있다. 접근성이 좋은 인기 캠핑장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고 예약하기도 힘들다. 휴양림의 경우 일찌감치 숙소 예약이 끝났고 간간히 나오는 취소 물량도 뜨자마자 예약되는 상황이다.

청주 상당산성자연휴양림 관리소 관계자는 “연휴기간 가족과 호젓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명절 객실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며 “미처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귀성하고 돌아오는 길에 휴양림을 찾는 D턴족은 물론 부모님을 모시고 휴가를 즐기는 J턴족까지 생겨나고 있다”면서 “짧은 연휴에 추석 교통지옥에서 벗어나 가족들끼리 힐링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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