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둬유'와 같은 '버뻰양'
'냅둬유'와 같은 '버뻰양'
  • 미디어붓
  • 승인 2019.09.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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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버뻰냥이다. ‘우리말로 ‘괜찮다’, ‘상관없다’, ‘천만에’, ‘이해하세요’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라오사람들은 미안한 일, 부담스러운 일,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도, 감사할 일에도 모두 ‘버뻰냥’이라고 말한다. 뭐가 그리도 다 괜찮은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 약속시간이 지나서 어슬렁어슬렁 나타나는 라오사람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따지면 바로 ‘버뻰냥’이라고 말한다. 다시 “당신을 여기서 1시간을 기다렸는데 뭐가 버뻰냥이냐”고 말해도 또다시 버뻰냥을 연발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은 “너는 버뻰냥일지 몰라도 나는 버뻰냥이 아니다”라고 화를 내도 그들은 다시 ‘버뻰냥’이라고 대꾸한다. 으이구···.

그냥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날 일인데 계속 괜찮다고만 하니 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타인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관용을 베푸는 이 ‘버뻰냥’ 문화를 알지 못하면 라오스에서는 대책이 없다. 다음날 반드시 큰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웃으면서 ‘버뻰냥’을 외친다. 정작 다음날 문제가 불거졌을 땐 아무도 연락이 안 된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라오스에서 생활하려면 웬만한 일에 다 ‘버뻰냥’이라고 말하는 라오사람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들은 싫어도 싫다고 못하고 좋아도 좋다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어려운 부탁을 받아도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그런 성격이다.

이런 점에서 라오사람들은 충청도 사람들과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충청도 사람들은 좀처럼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흔하게 말하는 “냅둬유” “괜~찮아유”는 역설적 의미가 크다. 정말 그대로 내버려두면 안 되는 일이고, 괜찮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 말에 뼈가 들어가 있다. 라오스 말에도 이처럼 반대로 해석해야 하는 메타포(Metaphor)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버뻰냥’이다.

말은 소통의 기본적인 도구이다. 하지만 그들만이 갖는 복잡한 소통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불통이 된다. ‘버뻰냥’은 정말로 괜찮아서가 아니고 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려는 그들만의 낙천적인 생활방식의 표현이다. 그리고 내일 하늘이 두 쪽 난다 하더라도 오늘을 긍정적으로 살겠다는 마음가짐의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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