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칼의 노래… 사건의 재구성' 누군가에겐 檢, 누군가에겐 방패
檢 '칼의 노래… 사건의 재구성' 누군가에겐 檢, 누군가에겐 방패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10.04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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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 칼럼-문방사우]검찰개혁&법위의 법 ‘살아있는 권력’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이 정경심 교수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이 정경심 교수가 조사를 마치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03년 8월 4일 아침, 대북송금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 12층 사옥에서 뛰어내렸다. 정 회장은 특검 조사와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세 차례 소환조사를 받았다.

#2004년 2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중이던 안상영 부산시장이 동성여객 로비 사건으로 새 뇌물 혐의가 추가되자 부산구치소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4월에는 박태영 전남지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재직 시 인사 및 납품 비리로 검찰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강에 투신했고, 6월에는 전문대 설립과 관련한 뇌물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던 이준원 파주시장이 한강에 몸을 던졌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뒷산인 봉하산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당시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은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고 썼다. 사건은 그의 죽음과 함께 덮였다.

#2014년 3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넸는데, 이를 노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5년 4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해외 자원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몇 시간 앞두고 북한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내가 왜 수사의 표적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 전 회장 주머니에서는 여권 정치인 8명의 이름과 그 옆에 금액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성완종 리스트’다.

#2016년 8월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롯데계열사 간 부당거래와 오너 일가 일감 몰아주기 등 배임 혐의와 롯데건설의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이 전 부회장이 개입한 의혹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2018년 7월 23일 ‘드루킹’ 김동원 씨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던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노 의원은 ‘드루킹과 관련해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겼다.

#2019년 10월 3일 검찰에 소환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은 검사장들이 출입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차(茶)를 한잔 마시고 조사를 받은 뒤, 점심식사(오리구이, 쌈 도시락)는 1시간30분이나 했다. 귀가 직전에도 몸이 아프다며 1시간 휴식을 취했다. 8시간 중 조사를 받은 시간은 4~5시간에 불과했다. 조사가 끝난 뒤에는 진술조서에 서명조차 하지 않고 저녁 조사도 불응한 채 귀가했다. ‘황제(황후) 소환, 황제 귀가’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만약 일반 피의자였다면 이런 호사들을 누릴 수 있었을까. 대통령까지 나서서 운운한 ‘인권’은 결국 피의자인 조국 가족의 ‘인권’을 염두에 둔 것인지 설왕설래가 뜨겁다.

‘정경심의 황제소환’이 회자되는 까닭은 아픈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동안 특검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재계 인사들은 종종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6명의 검찰 피조사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 수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단어)은 ‘치욕적’이란 것이다. 검찰이 초반부터 범죄자 취급하듯 몰아세워 그 굴욕감이 상상이상이라는 거다. 답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수사를 하니 극단으로 몰린다는 얘기다.

진영에 속해있는 군상들은 잔인하다. “정권에 충성하더니 결국… 저승에서는 처신 잘하시오. 비겁하게 목숨을 끊다니… 죽어서도 당신은 적폐. 자식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나. 반성하라”는 등 대부분이 고인의 죽음을 조롱하고 비난한다. '檢(검)에 스러져간 이'들은 정확한 혐의가 입증되기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법적으로 ‘무죄’인 상태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적폐 청산의 칼춤은 ‘중심’을 잘 잡아야한다. 적폐 청산이든, 정의 실현이든 사람을 살리는 것이어야지, 사람을 잡는 거면 광기에 불과하다. 노무현정부 당시에도 검찰은 다방면에서 칼춤을 췄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칼춤에 자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살아있는 존재는 모두 죽는다. 다만 죽음의 방법은 제각각이다. 자살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떠한 변명도 남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권력을 창출해 자기들 멋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죽음의 굿판일 뿐이다.

검찰의 과잉 수사는 사라져야한다. 때문에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에도 칼을 대라고 했던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을 행사하는 듯한 태도는 실망스럽다. 2개월 간 조국을 양분시키고 있는 ‘조국’을 감싸 안고 가는 모습이 개혁인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평등해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황제 대우’를 해주는 것이 검찰개혁인가. 검찰의 형사법 집행 권한은 국민이 부여한 가장 강력한 공권력으로 국민을 위해서만 쓰여야 한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목숨의 값어치도 다른 것인가. 만약 통상적 일반인(국민)이 조사를 받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참으로 끔찍하다. 대한민국 검(檢)은 누구를 위한 칼인가. 대한민국 법은 법무부장관의 호신용인가. 檢을 쥐어준 자가 檢을 휘두르는 지금의 법은 비열한 소크라테스의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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