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엔 절개로 태어나자
다음 생엔 절개로 태어나자
  • 미디어붓
  • 승인 2019.10.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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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는 개판(?)이다. 묶어 놓은 개도 찾기 어렵고 개를 식용으로 먹는 사람도 없다. 개들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다. 한낮에 그늘 아래서 늘어지게 자는 개들은 사람들의 기척도 귀찮아할 정도로 순하다. 그러나 날이 어두워지면 야성이 드러난다. 사람의 인적이 드문 골목 같은 곳에선 한 마리가 짖으면 온 동네 개들이 모두 짖으며 달려들어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라오스사람들은 다음 생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지 못한다면 절의 개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라오스사람들은 윤회(輪廻)를 믿는다. 윤회라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고 다시 태어나 생이 반복된다고 하는 사상이다. 이 윤회는 철저하게 스스로 지은 대로 받는다는 자업자득에 기초를 두고 있다. 스스로 착한 일을 하였으면 착한 결과를 받고, 악한 일을 하였으면 악한 결과를 받는(善因善果 惡因惡果) 자기 책임적인 것이다.

그래서 비록 현생에서 미천한 몸으로 살고 있지만 다음 생애에 좋은 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양을 올리고 덕을 쌓고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끝없는 기도를 한다. 다음 생애에 보다 더 좋은 위치나 복을 많이 받는 사람으로 태어나길 기원하는 것이다. 나쁜 짓을 하면 다음 생에 지옥이나 아수라 같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간과 가까이서 가장 편안하게 지내는 동물은 개다. 그중에 절 안에서 지내는 개가 가장 편안하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단에 유일하게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은 스님과 절개다. 그러나 절개는 법당 바닥에 누워도 불단 부처상 앞에 누워도 어느 누구도 쫓아내지 않는다. 괴롭히는 사람도 없고 굶을 일도 없다. 그래서 라오 사람들은 다음 생에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태어날 경우 가장 원하는 동물이 바로 절개다.

루앙프라방 새벽 탁발행렬을 보다 보면 절개는 한 마리가 앞장서서 스님들의 행렬을 이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질녘 절에서 불경 공부하는 스님 옆에서 불경을 듣는 개도 있다. 절 과 개는 참으로 잘 어울리는 스님의 불경 공부도 같이 한다. 스님과 같이 절 생활을 하는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루앙프라방 왕궁박물관 옆에 사는 여든이 넘는 할머니가 매일 아침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다. 그 공양을 끝나면 할머니 주변에 개들이 모여든다. 할머니로부터 아침을 받아먹으려는 개들이다. 탁발을 마치고 삶은 고기를 찹쌀밥에 싸서 입에 넣어 주면 받아먹는다. 다 먹고 나면 또 소리 없이 사라지고 다음날 또 나타난다. 그 할머니는 16살 때부터 자신이 개에게 아침마다 먹이를 주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건강하고 집안이 편안하다고 한다. 루앙프라방 시내에 돌아다니는 개는 다 절개라고 봐도 된다.

베트남은 식용으로 개를 먹지만 라오사람들은 개를 먹지 않는다. 조상들 중에 다시 개로 태어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서 절대로 개를 먹지 않는다. 이런 개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 속담 중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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