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 장관 35일만에 '사퇴' 수사·여론·文정부 난맥상 '압박'
조국 법무 장관 35일만에 '사퇴' 수사·여론·文정부 난맥상 '압박'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10.14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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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前 중도층 민심이반·지지율 하락 부담
조국 "저는 검찰개혁 불쏘시개"
"대통령·정부에 부담드려선 안된다고 판단…온 가족 만신창이"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 발표를 하기 앞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 앞으로 향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했다. 지난달 9일 장관직에 공식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국정운영의 부담을 가중하면서, 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사퇴의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조 장관이 이날 특수부 축소를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개혁을 1차로 매듭짓는 등 소명을 일단 완수했다는 판단 역시 사퇴 결심에 영향을 줬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조 장관 및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현직 장관으로서 소환되거나 수사를 받는 상황을 피한 채 '명예퇴진'을 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2시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직 의사를 밝혔다. 사표는 이날 오후 5시38분 수리됐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심정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취임 이후 한 달여 동안 밀어붙인 검찰개혁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또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이라며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조 장관의 사퇴 발표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어서 정치권이 술렁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조 장관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반전 조짐도 없어 국정운영 부담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압박이 극도에 달한 시점이어서 조 장관 역시 강한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총선을 눈앞에 둔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권이 입은 내상이 예상보다 심각했다고 보고 조 장관 사퇴를 통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최근 서초동·광화문에서 잇따라 열린 대규모 집회 역시 조 장관에게는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국론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조 장관 사태로 진영 간 대결이 격해지며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북미 비핵화 협상 및 남북관계 개선,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외교적으로도 현안이 산적해 있는 엄중한 시점에 조 장관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조 장관이 이날 특수부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한 것이 사퇴 타이밍에 영향을 줬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이 이날 발표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결국 장관으로서 시행령 등을 개정해 할 수 있는 개혁안은 우선 매듭을 지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조 장관과 가족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상황이 전격 사퇴 발걸음을 앞당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다섯번째로 비공개 출석 시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조사 내용을 판단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주중에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만일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임박한다면, 조 장관으로서는 거취를 결단하기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영장청구를 전후해 사퇴를 발표한다면 결국 검찰 수사에 떼밀려 옷을 벗는 모양새가 돼 거취 결단의 의미가 퇴색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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