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가벼운 삶의 방식을 깨닫다
이국에서 가벼운 삶의 방식을 깨닫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10.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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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혹시 이 세상이 손바닥만 한 스노볼은 아닐까
웨일북 제공
웨일북 제공

한국에서 월급 98만원 비정규직으로 시작해 여러 직장을 부유한 작가는 지금 호주에 산다. 큰 몫을 떼어주지 않는 도시에서 낯선 이방인의 표정을 얻었지만 잃은 것과 얻은 것의 무게를 비교하지 않는다. 부유할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생계보다 고상하다고 믿었던 꿈을 버렸지만 불안하지 않다. 무엇이든 돼야 한다는 다짐과 야망이 없어도 삶은 괜찮다.
작가는 108배와 아쉬탕가 요가를 하고 느리게 걷는 법을 알게 됐다. 108배로 몸을 낮추며 한번도 마주한 적 없었던 높이에서 지난 시간을 복기한다. 아쉬탕가 요가로 경직된 몸을 부드럽게 하면서,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해가 뜨고 지는 풍경에서 길어진 해를 따라 걷고, 너른 대지와 맞닿은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지금 작가는 풍경을 따라 느리게 걷는 법과 그 걸음으로 내면을 산책할 수 있게 됐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가다듬는 가장 이로운 일이었다. 스스로 다그치며 쓸모를 증명하거나 제도의 중심에 들어가려 애쓰지 않게 되었다. 빈틈이 생기면 빈틈을 내보이는 것, 세상의 평균에 맞추지 않고 하루의 절반 이상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것, 단조로운 일상을 통해 더 많이 웃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작가가 깨달은 삶의 방식이었다.
이제 작가는 말한다. ‘살아 있는 한 모든 인간은 떠도는 존재가 아닐까’라고. 삶은 어떻게든 나아가고 있다. 그 믿음이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내 삶’과 ‘나’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생은 고단해진다. 타인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타인이 될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은 채, 판단하고 상처 입힌다. 그리고 결국 함께 아파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리’와 ‘시간’이다. 조금 멀리 떨어져서 자신을 타인처럼 봐야 하고 타인을 바라볼 땐 시간을 둬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나를 모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타인이 걸어 온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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