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喪家)는 곡소리 없는 '좋은 집'
상가(喪家)는 곡소리 없는 '좋은 집'
  • 미디어붓
  • 승인 2019.10.1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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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상가(喪家)엔 울음소리가 없다. 사후의 세계가 현세보다 더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라오스에 없는 것을 꼽으라면 바다, 동전, 터널, 경적소리, 상가(喪家)의 울음소리가 없다고 한다. 라오스사람들은 전통적인 불교의 윤회사상을 믿는다. 죽은 사후의 세계가 현세보다 더 좋아지기 위해 끝없는 기도와 선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태어남은 업을 얻는 것이고 죽는 것은 업을 놓는 것이다. 라오 사람들은 삶과 죽음을 아주 가볍게 받아들인다. 아이가 태어난 집은 ‘흐안깜’이라고 부른다. ‘흐안’은 집이고 깜은 ‘업, 업보’를 뜻한다. 아이가 태어난 집은 결론적으로 업보가 시작되는 집이란 뜻이다. 깜은 인도 범어 산스크리트어의 ‘까르마’, 팔리어의 ‘깜마’에서 나온 말이다. 영어로 ‘karma’로 업, 인연, 운명을 뜻한다.

사람이 죽은 집을 우리는 상가(喪家)라고 부른다. 이곳에선 ‘흐안디’라고 한다. ‘흐안’은 집이고 ‘디’는 아주 좋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상가는 ‘좋은 집’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이승의 모든 업보를 놓고 좋은 내세의 세상으로 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과 다르게 무거운 분위기에 비해 덜 무겁다. 서러운 곡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오히려 간간히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것이 현실이고 다시 살아 올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평소 즐겼던 음식과 술, 음악을 준비해 편안하게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이곳의 풍습이다. 상주는 머리와 눈썹을 밀고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남자 상주들은 대부분이 주황색 가사를 입고 있어 상가엔 여자들만 보이는 것 같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복덕을 닦아 부모님께 참회하고 회향하는 의미로 단기 출가한다.

보통 3일장을 치르는데 마지막 날 오후에 화장터가 있는 절로 향한다. 트럭을 장식한 장례 영구차에 관을 싣고 위엔 탑 모양 장식과 치장을 하고 살던 곳을 한 바퀴 돌아서 간다. 뒤로는 친인척들의 차량들이 길게 이어진다. 돈이나 권력이 있는 집은 경찰들이 나서서 교통을 정리해준다.

보통 화장터는 절 또는 절 인근의 공터에 마련돼 있다. 절이 없는 곳엔 마을 공동의 화장터가 있다. 화장터 주변에 부도탑이 있다. 비엔티안 시내 한가운데 대통령 궁과 빠뚜싸이(승리의 문)사이에 있는 왓탇푼(Wat That Phone)사찰 안에는 현대식 화장 시설이 마련돼 있다. 한 사람들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거치는 통과의례인 관혼상제(冠婚喪祭), 생로병사(生老病死) 등을 절에서 스님들이 관장한다. 스님으로부터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서 죽어서 이승을 가는 것도 스님의 축언 속에 떠난다.

화장터에 시신이 안치되면 여자들은 코코넛 물과 꽃을 관 주변에 올린다. 이때 장례 절차에 참석한 스님들이 사용할 붉은 가사 등도 함께 올린다. 스님은 가족들과 함께 실을 잡고 망자에 대한 축원 염불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 고인을 떠나보내기 전에 모여서 기념 촬영을 한다. 시신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 캠프 화이어 하듯 특별하다. 관까지 연결된 철사 줄에 폭죽을 달아놓고 불을 붙이면 불이 날아가 화장이 시작된다. 이때 불을 댕기는 일은 장녀들이 맡는다.

화장이 시작되면 상주들은 마지막 사진을 다시 한 번 찍는다. 이 시간이 되면 대부분 참석자들이 한둘 떠나기 시작한다. 화장을 마지막까지 상주가 지켜볼 것이란 생각은 우리의 착각이다. 상주는 고인의 사진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고 스님들은 관에 올렸던 가사를 들고 절로 돌아간다. 시신의 모두 타고 난 후 인부들이 고인의 뼈를 모아 항아리에 담아 집으로 모셔다 드린다.

49일째 다시 유가족들이 모여서 마지막 제를 지내고 뼈가 든 항아리를 납골탑에 모시는 것으로 장례절차가 끝난다. 사원의 담장은 납골 탑이다. 화려한 탑으로 만든 사찰의 담은 납골 탑이다. 떠나신 부모를 절에 모시는 일이 자식으로써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효도이기에 사원 담은 물론 경내 곳곳에 납골 탑이 모셔져 있다.

라오스 주류인 라오족의 보편적인 장례절차다. 49개 소수민족들의 장례절차는 모두 다 다르다. 라오족 다음으로 많은 전제 인구의 11%를 차지하는 끄무족(khum)은 장례절차가 무척 간소하다. 심지어 오전에 죽은 경우 오후에 장례를 치루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소수민족 몽족(8%)은 우리의 장례와 아주 흡사하다. 상주들이 곡을 하며 남성 중심의 장례로 치루며 화장이 아닌 매장을 하며 일부에선 여성들의 장지 참석을 막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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