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사랑 펼치는 ‘충청인’ 양국간 가교 역할 ‘제2친선대사’
라오스에서 사랑 펼치는 ‘충청인’ 양국간 가교 역할 ‘제2친선대사’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10.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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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광시 출신 사업가 윤병인 ‘로드(ROAD)’ 대표·세계한인무역협회 라오스 지회장
2005년 회사 설립…인테리어·물류업 등 운영
“라오스 키워야 회사 발전 가능”…장학금·교실환경개선 주력
앰뷸런스·소방차 기증…E물류 통한 헌옷보내기 운동 펼쳐
충남 예산군 광시면 가덕리 출신인 윤병인 ‘로드(ROAD)’ 대표는 라오스와 한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가덕리 출신인 윤병인 ‘로드(ROAD)’ 대표는 라오스와 한국을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가덕리에서 태어나 라오스와 한국을 오가며 두 나라의 발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가 있다. 주인공은 ‘로드(ROAD)’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윤병인(52) 대표다.

윤 대표는 현재 라오스에서 자동차 수출입 관련 사업과 엔진오일 판매업, 맞춤형 가구 제조, 인테리어, 물류업 등 다양한 방면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라오스 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충청도 특유의 끈기를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현지 학교시설 개선과 헌옷보내기,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우호적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라오스에서 로드(ROAD)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드는 맞춤형 가구, 인테리어, 건설, 물류 등에 관한 일을 하는 회사죠. 가구 브랜드는 E-퍼니처(E-furniture)로 라오스 최초 맞춤형 가구를 제작하는 업체이고 유일하게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국의 맞춤형 가구는 라오스 경제발전과 함께 최근 인기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실내 인테리어와 건설에도 진출했지요. 사실 라오스에선 ‘로드’라는 회사이름보다는 ‘E-퍼니처’로 더 유명합니다. 최근에 한국과 라오스간의 경제 교류가 늘어남에 따라 물류도 크게 늘었습니다. 여기에 발맞춰 국제물류 전문회사인 E물류(ELS)도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윤 대표는 고교 졸업 후 15년간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가 지난 2004년 동남아 등에 중고 자동차와 부품을 수출하는 진유물산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초창기 사업은 번창했지만 라오스 현지 업체로부터 자동차 판매 대금을 받지 못했고 자금 회수를 위해 라오스를 방문했다가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고 2005년 ‘진유라오’라는 현지 회사를 설립했다.

“1985년 청양농고 졸업 후 쭉 자동차 정비를 했습니다. 지금도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만 들어도 엔진상태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2004년부터 시작한 사업은 중고 자동차와 부품 수출 사업이었죠.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칠레 등으로 수출을 했습니다. 당시는 중고자동차를 연간 2000여대 이상을 수출할 정도로 호황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현대 스타렉스와 포터 트럭이 인기가 높았어요. 그런데 자금 회수가 안 돼 애를 먹었습니다. 돈을 받기 위해 라오스를 들락거렸고 그것이 계기가 돼 라오스에 주저앉았습니다.”

윤병인 대표는 “라오스 키워야 회사 발전 가능”…장학금·교실환경개선 주력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라오스 지회장을 맡고 있는 윤병인 대표가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했다.

윤 대표는 자동차 수입판매 사업을 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던 중 한국의 맞춤형 주방과 가구 등 인테리어 관련 업종으로 전환했다. ‘E-퍼니처’는 그렇게 탄생했다. 라오스는 매식 문화가 발달해 부엌이 많이 낙후돼 있다. 일반 가정집은 물론 부유층 집의 부엌도 마찬가지다. 집은 크고 화려한 반면 요리 부엌의 공간이나 동선 등이 불편하고 열악하다. 전통 부엌구조는 수납공간도 없고 싱크대나 조리대 등 모든 것이 작고 위생적이지 않다.

“2011년 11월 2000여 평 규모의 현지 제작 공장을 설립하고 조립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자재는 한국에서 직접 가져다 썼습니다. 가격도 비싸고 라오스 실정에 맞지 않아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더구나 처음엔 판로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라오스 사업을 여러모로 도와주고 친하게 지냈던 장관 집 주방을 무상을 제작해줬습니다. 라오스 상류사회에선 새로 집을 짓거나 차를 사면 사람들을 초대하는 관습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려는 거죠. 부엌을 만들어준 장관 집에 초대 받아 온 사람들이 그동안 라오스에서 보지 못한 맞춤형 주방에 모두 반해 버렸습니다. 새로운 부엌을 본 사람들의 소문은 주문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맞춤형 가구 사업을 성장하게 만든 마중물이 되었습니다. 제대로 광고가 먹힌 거죠.”

한국에서 유행하는 가구 구조와 세련된 컬러 등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적용하니 인기가 높았다. 재방문 판매가 전체 매출의 50%를 넘었다.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났다. 공장안에 다양한 맞춤형 가구 전시장을 설치해 고객들이 제작과정을 확인하도록 만들었다. 생산과정을 본 고객들은 제품에 대해 신뢰했고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주부들의 심리를 정확히 읽은 것이 라오스에서 성장하게 된 동기가 된 것이다.

“라오스에 처음 갔을 때는 낯섦과 싸웠습니다. 말도 안 통하죠. 문화도 모르죠. 날씨는 덥죠. 음식은 안 맞죠. 한마디로 고생보따리를 풀어놓은 격이었어요. 수없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빈손으로 갈 수 없었고, 한번 시작한 일이니 끝장을 보자는 마음으로 달라붙어 견뎌냈습니다. 일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기 시작하더라고요. 자리 잡을 때까지 곁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아내의 덕이 큽니다.”

윤 대표는 라오스에서 처음 사업을 하면서 잠시만이라는 ‘짝너이’와 괜찮다는 ‘버뻰양’이란 단어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나거나 서류절차를 밟으면서 라오스 사람들에게 ‘언제 만날 수 있니? 언제 서류가 나오니? 언제 일이 끝나니?’ 물어보면 한결같이 ‘짝너이’라고 말했다. 사실 ‘짝너이’는 잠시만이란 뜻인데 이걸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다. 몇날며칠을 기다려도 답이 없어 다시 물어 보면 똑같이 ‘짝너이’라고 했다. 그냥 귀찮으면 모두 ‘짝너이’라고 둘러댔다. ‘버뻰양’은 괜찮다는 뜻인데 라오스 사람들은 괜찮지 않은 일에도 ‘버뻰양’을 쓴다.

“사업 초반에 한국의 아라비아 숫자 표기와 라오스 표기가 달라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라오스 사람들이 ‘1’자를 ‘7’처럼 쓰는 것을 알지 못해 계약서를 쓰자마자 엄청난 손해를 본 거죠. 제가 잘못 알고 쓴 것이니 그냥 손해가 난 상태에서 손쓸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계약대로 공사를 잘 마무리해줬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돼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손해를 입힌 사람이 지금은 가장 가까운 사업파트너가 됐습니다.”(웃음)

윤병인 대표는 라오스서 장학사업, 학교환경개선사업을 펼치고 있다.

윤 대표는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면서 라오스를 제2의 조국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같이’ 잘 살기 위한 방법을 찾았고, 장학금 지원사업과 학교 교실 환경개선 사업을 착안해냈다.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 동력인 청소년을 키우는 게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라오스로 가져오는 각종 인테리어 자재를 기부하고 각종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학교 개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회사가 단독으로 학교지원 사업을 했는데 이후 한국 중소기업, 화성시 화동 교류회, 수원 수성 로터리 클럽 등이 참여했습니다. 제가 라오스 학생들을 위해 학교 지붕개량사업, 유치원 신축, 지붕개량, 교실환경개선, 책걸상 교체 등을 해주는 모습을 보고 재능기부로 일을 도와준 겁니다. 회사 이익금으로 중·고등학생들에게 6년째 장학금도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학생들이 공부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죠. 앞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숙학교와 함께 장학재단을 만들어 많은 교육혜택을 주고 싶습니다. 전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 미래의 라오스 역군으로, 한국과 라오스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데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여기에 산간마을 사람들을 위한 헌옷 보내기에도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동남아는 항상 더운 곳으로 생각하는데 산간마을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영하까지 떨어지는 아주 추운 곳이 많습니다. 이런 지역에 한국에서 깨끗하게 손질한 옷들을 아파트 부녀회를 통해 받아서 현지 주민들에게 전달해주는 겁니다.”

윤 대표는 한국의 구급차, 소방차 등을 라오스에 전달해주고 있다. 라오스는 한반도보다 면적도 넓고 산악지형이 많지만 응급구급체계가 전무하다. 특히 환자 이송을 위한 앰뷸런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한국소방연합회와 함께 라오스에 차량을 지원하고 있다. 몰론 한국에서는 사용연한이 지난 차량이지만 라오스에서 절실히 필요한 차량들이다. 지난 3년 동안 15대를 기증했다. 이 앰뷸런스들은 현지에서 응급환자를 이송하는데 유용하게 쓰이며 많은 생명을 구하고 있다.

라오스 비엔티안에 있는 회사 ‘로드(ROAD)’ 전경.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말은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시작했으면 끝을 보자’입니다. 늘 메모하고 일 진행상황을 체크합니다. 그런데 메모를 하다보면 할 일들이 더 많이 생깁니다. 대신 늘어난 일을 줄이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되죠. 메모 습관은 효율적인 일처리와 마음가짐에 효과적입니다. 라오스사람들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합니다.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오랫동안 공산당이 나라를 운영하다 보니 경쟁심이 많이 부족합니다. 열심히 하기보다는 다 같이 조금만 일하는 풍토가 강합니다. 그리고 더운 날씨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끝까지 해내라고 말이죠.”

윤 대표는 라오스 ‘사람’의 문제이기보다는 ‘일’에 관한 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라오스인들에게 맞는 회사 시스템을 만들었다. 경영자의 기분에 따라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원들 기분에 맞춰 일한다. 이것이 결국 만족하는 직장문화가 돼 이직하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 직원들 대부분이 5~10년을 함께 지낸 ‘가족’같은 사람들이다.

“시스템 없이 일을 시작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시간적, 금전적, 정신적으로 엄청난 손해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출퇴근부터 휴식시간, 복장 등 작은 것까지 규칙이나 방법을 다 정해야 합니다. 물론 시스템 갖추는데 준비 시간이 상당히 깁니다. 대신에 한번 만들어놓으면 중간에 발생되는 문제도 적고 해결이 쉽습니다. 저희 회사 같은 경우는 제가 자리를 비워도 큰 문제가 없이 잘 돌아갑니다. 시스템에 의해 착착 움직이죠.”

윤 대표는 라오스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한국 스타일’에서 벗어나라고 권한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 시스템과 방식, 경험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일을 시작하는데 한국의 방식이나 경험은 참고만 해야 합니다. 라오스인들에게도 살아온 방식이 있습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바꿔 한국 스타일로 하면 절대로 따라오지 못합니다. 천천히 쇠를 달궈 물건을 만들듯 조금씩 변화를 줘야합니다. 라오스에 진출하려면 코트라(kotra), 옥타(world-Okta)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시장조사 및 조언을 받는 게 좋습니다. 짧은 시간에 비전문가의 도움으로 사업을 시작하다보면 어려움이 많습니다. 라오스의 시장상황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면 법규를 위반하고 공무원들에게 뒷돈을 줘야하는 등 골치 아픈 일들이 계속됩니다.”

윤 대표는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라오스 지부장(18기)을 맡았고 현재는 위원(19기)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경제단체인 ‘월드옥타’ 라오스 지회장도 맡았다. 월드옥타는 라오스와 한국의 물류 유통을 통해 두 나라의 수출, 수입 등 경제발전에 도모하는 단체다. 또한 750만 재외동포 중 최대 규모의 한민족 해외 경제네트워크로 73개국 144개 지회에 7000여명의 재외동포 CEO들과 차세대 경제인 2만여명으로 구성된 재외동포 경제인 단체이기도 하다.

“라오스는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고 아세안 국가에서 가장 젊은 나라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나라입니다. 한국 또한 한류 열풍과 맞물려 한국제품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검증된 기술력과 뛰어난 품질로 인정받고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우수한 상품과 다양한 상품을 소개 및 판매하는데 중점을 두고, 많은 기업이 라오스에 진출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특히 한국의 각 시·도 우수상품을 유치 홍보하는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상품 상설 전시장을 만들어 한국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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