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세상, 갑갑한 정부
답답한 세상, 갑갑한 정부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01.05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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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근간을 흔들었던 ‘블랙리스트’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공공기관 및 정부 산하 기관장과 주요 임원의 정치 성향 등을 분석해 문건으로 만들어 관리해 왔다는 것이 의혹의 요지다. 자칫 정권 차원의 의혹으로까지 비화할 기세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선거 공신이나 친문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거나 특정 성향의 인사들을 공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권에서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국민들은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mental breakdown)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시절 “나의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다음 정부는 절대 그런 못된 짓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민주주의 근간을 유린한 국가폭력”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3년차를 맞아 전임 정권과 유사한 의혹에 휘말리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더 이상 불신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답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블랙리스트’ 의혹이 박근혜 정부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의혹이 이번에 제기된 환경부에만 국한되겠느냐는 점이다. 현 정부 쪽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기 위해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찍어내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이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태우 수사관이나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문제를 ‘분탕질’이라고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흔히 정치를 거론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일화 중 하나가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이다.

중국 진나라의 재상으로 부임한 상앙이 나라의 기강이 서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니, 백성들의 불신이 그 원인이었다. 그래서 궁궐 앞에 나무를 세우고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게 백금을 주겠다는 방문(榜文)을 붙였다.

그러나 나무를 옮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상금을 천금으로, 또 다시 만금으로 올렸다. 그러던 중 어떤 이가 장난삼아 나무를 옮겼다. 그랬더니 정말 방문에 적힌 대로 만금이 하사됐다. 그 후, 진나라는 백성들의 신뢰를 토대로 부국강병을 이뤄 마침내 중국을 통일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일화다.

그만큼 바른 정치를 위해서는 예나 지금이나 백성의 신뢰를 으뜸으로 꼽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뢰는 변하지 않는 금언(金言)이다.

올해는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다. 한자(漢字)에서 ‘집 가(家)’자를 보면 인간과 돼지의 깊은 관계를 잘 보여준다. ‘집 면(宀)’자 아래에 ‘돼지 시(豕)’자를 쓰는 것을 보면 집안에 사람과 돼지가 함께 사는 것이니, 예로부터 인간과 돼지는 그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해가 또 지난 후에 변명과 핑계로 몸살을 앓지 않도록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국민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고꾸라진 경제를 살리고 이반된 민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명확히 털고 가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대충 덮으려다 더 큰 참사를 빚었던 지난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면 안 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지금이야말로 온전한 부패 청산의 출발점이다. 소의 뿔을 바로잡는 양 설치다가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소를 살린다는 명분만으로 비뚤어진 적폐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치는 신의다. 신의가 바탕 되지 않는 정치는 패도다. 신의를 잃은 정치인은 국민을 한 때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이지는 못한다.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으로 답답하다. 그 진원지가 정부여서 더 갑갑하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차를 맞아 거짓을 경계하고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는 떳떳한 나라를 만드는데 매진해야 한다. 국민을 일으켜 세우는 힘도, 국민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힘도 진실한 마음으로 정치하려는 위정자의 ‘겸허’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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