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카 제자가 수천명 돼요"
"하모니카 제자가 수천명 돼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1.10 09: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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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충청의 김광석' 통기타 가수 이택원
충청권 유일 하모니카 아카데미 운영 ··· 연내 음반 출시
통기타 어쿠스틱 트리오 '블레스' 리더로도 활동
통기타 가수 이택원. 미디어붓DB
통기타 가수 이택원. 미디어붓DB

통기타 가수 이택원(대전·49)은 하모니카 연주의 대가다. 그는 악기와 연주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랑과 삶을 노래한다. 유명 스타는 아니어도 묵묵히 음악의 길을 가면서, 음악의 길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다. ‘충청의 김광석’으로 불리며 많은 이에게 하모니카를 전수하고 있는 실력파 뮤지션과 찻집에서 만나 담소했다.

고교시절까지 악기를 전혀 다룰 줄 몰랐던 그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배웠다. 늦어도 한참 늦은, 늦깎이 연주자인 셈이다.

“팝송을 좋아하고 따라 부르길 좋아했죠. 1960년대 록(Rock) 음악을 대표하는 전설의 뮤지션 밥 딜런 영향을 받았지만,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함께 연주하던 김광석을 더 흠모했습니다. 연습곡으로 택한 조하문의 ‘사랑하는 우리’도 두 악기를 모두 사용하는데 독학으로 마스터했어요.”

대학때 독학으로 배운 통기타·하모니카···20년간 후진 양성에 매진

대학 졸업 후에는 대전의 한 건설회사에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저녁에는 라이브 카페 통기타 가수로, 문화센터 하모니카 강사로 뛰었다. 하지만 일과 병행하다보니 힘들었다. 그래도 올바른 교육자로서의 소명감을 위해 하모니카 산증인 이혜봉 선생을 찾아가 사사 받고, 한국하모니카연맹 대전지부장을 맡았다. 취미가 업(業)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 열린 세계대회는 그를 또 한 번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됐다. 전 세계 연주자들이 모여 페스티벌을 펼쳤는데 세계 수준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과의 실력 차가 너무 컸다. 그는 6일 간 체류하며 사비를 몽땅 털어 악기와 자료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귀국 후 잘 다니던 직장도 하루아침에 접었다.

“대전으로 내려와 문화센터서 하모니카 강사를 시작했습니다. 청소년 하모니카 앙상블 팀 ‘아이빅’도 만들었죠. 영상을 틀어주고, 음악을 들려주면서 트레이닝 시켰어요. 그렇게 무려 13년을 가르쳤습니다. 한 달에 2만원 정도 받거나 레슨비를 건너뛰기도 했으니 벌이는 되지 않았습니다.(웃음) 하지만 소질 있는 재원들을 방치하기 싫었어요.”

가수 이택원의 제자들, 미디어붓DB
가수 이택원의 제자들, 미디어붓DB

보통 초등학교까지는 하모니카를 배우지만, 중학교를 입학하면서부터는 대부분 하모니카와 절연한다. 학부모들이 악기보다는 공부를 원하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는데도 무조건 끊고 본다. 그럴 때마다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잘 부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커리큘럼을 짰죠. 제대로 가르치자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아이들은 스펀지입니다. 그들의 가능성을 봤기에 세계경쟁력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tvN 오디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코리아 갓 탤런트’ 지역대회서 1위를 하고, 결승에 가서 톱10(4위)에 들었어요. 그 덕에 대전·충청을 빛낸 60인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하모니카 페스티벌에서는 10년 만에 국제대회 금상도 받았고요. 지금은 대학생이 된 류선웅(유튜브 참조)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친 제자인데 하모니카계의 신성(晨星)이라 불립니다. 대학 실용음악과에서 하모니카를 전공하고 최고의 하모니스트로 활동 중인 이한결, 박효경, 양정식, 신재현 등도 훌륭한 재목들입니다.”

통기타로 돈을 벌기까지는 10년 정도 걸렸다. 벌이가 시원찮은 때라 통기타 라이브 업소에서 하루 여섯 타임을 뛰며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재투자했다. 제자들을 좀 더 키우고 훌륭한 뮤지션으로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국제대회 심사위원을 다섯 차례 역임했다.

“20년 간 배출한 제자들이 수천 명은 넘을 겁니다. 충남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사 중에도 제자들이 많죠. 우린 하나를 가르쳐도 제대로 가르쳐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기초 배우는데 1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런데 우린 3개월 만에 손을 텁니다. 기초를 망각하는 거죠. 아무나 불수는 있지만, 어떻게 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중국 등 하모니카 선진국들의 실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가수 이택원 연주모습. 미디어붓DB
가수 이택원 공연 모습. 미디어붓DB

하모니카는 작은 몸집에 비해 피아졸라의 탱고와 어려운 팝까지 두루 연주할 수 있어 ‘작은 오케스트라’로 불린다. 날숨과 들숨으로 빚어내는 화음이어서 멜로디가 경쾌하면서도 애잔하다. 하모니카 종류만 해도 150여 가지. 호흡의 강약이나 혀와 입의 움직임과 크기를 조절하면, 또 손으로 잡는 모양을 달리하면 수천 가지의 소리를 낼 수 있다. 하모니카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트레몰로 하모니카는 리드 2개로 복음을 내는 방식인데 문방구에서도 살 수 있다. 크로매틱 하모니카는 옆에 레버가 있어서 반음을 연주할 수 있고 속주도 가능하다. 10구멍짜리 다이아토닉 하모니카는 낮은 파, 라 음을 낼 수 없어 이를 밴딩 주법으로 만들어낸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서 전장의 고요 속으로 울리는 하모니카 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병사들은 전쟁 중이라는 것조차 잊고 그 소리에 빠져듭니다. 참호 위로 팔랑거리며 나비 한 마리가 날고, 그 평화로운 모습에 손을 내밀며 몸을 일으키는 순간 저격병의 총성이 울려 퍼집니다.”

그는 마흔다섯에 늦장가를 갔다. 아내는 띠 동갑인데 10년간 물끄러미 쳐다만 봤다. 여자로 안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인연이다 싶어 덥석 손을 잡았다. 요즘 가장 큰 행복이 세 살짜리 아들의 재롱이다.

하모니카는 힐링의 악기···천식·치매·우울증 치료하는 천상의 소리

그는 하모니카 열혈 예찬론자다.

“하모니카는 휴대하기 좋고, 어디서든 불수 있는 유일한 악기죠. 건강에도 유익합니다. 소리의 따뜻함, 파동(음파)이 인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호흡기, 천식, 치매, 우울증 치료에 월등해 선진국에서는 치료악기로 불리고 있습니다. 다른 악기는 불기만 하지만 하모니카는 불고 마시니 호흡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거죠. 폐질환 환자의 경우 1년 정도 하모니카를 불면 정상수치가 됩니다. 등산을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효과를 봅니다. 한마디로 힐링이죠.”

그는 하모니카 연주의 고충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정당한 공연 페이를 받아야하는데 뭐 빼고, 빼고 나면 차비 정도 남을 때가 많습니다. 3개월짜리 강사나 30년 구력의 강사나 시간당 2만6000원을 받습니다. 최소한의 벌이가 안 된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치단체나 기관들의 지원책도 형편없어요. 실적 위주로 뮤지션들을 찾다보니 기획사 중심의 공연만 팔려나갑니다. 소규모 연주자들은 재능기부로 돌리며 대우를 박하게 합니다.”

뮤지컬스타들과 한무대. 미디어붓DB
뮤지컬스타들과 한무대. 미디어붓DB

그는 ‘그림’을 잘 그린다. 여기서 그림이란 수준 높은 공연기획을 말한다. 실제로 연주하고 노래하면서 행사 성격에 맞게 조율하는 능력이다. 최근 아이빅 컴퍼니 기획사를 설립한 것도 그런 이유다.

“하모니카가 주(主)가 되는 뮤지컬 식 테마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노래와 하모니카가 결합된 순도 높은 작품 같은 거죠. 화려한 사운드보다는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하모니카도 오케스트라 협연이 가능합니다.”

현재 그는 충청권 유일 하모니카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대학 강좌도 열었다. “하모니카 특성화학교를 만들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꿈입니다. 교육 당국이나 교육청에 찾아가서 일일이 설득하고 이해를 시킬 여력이 없어요. 앞으로 제자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10년 전 통기타 어쿠스틱 트리오 ‘블레스(Bless)’를 결성해 리더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훌륭한 뮤지션인 배봉춘(가수태조), 김대호(드러머) 뮤지션이 멤버입니다. 연내 노래와 하모니카로 올드팝을 연주해 음반을 낼 계획입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는데, 아침 일찍 만났던 긴 터널이 생각났다. 터널은 음습하고 어두웠지만, 터널의 끝은 햇볕이 뒤섞여 희망으로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통기타 가수이자 하모니카 연주자 이택원 또한 터널 끝 정점에 있는 듯했다. 약간은 비켜서 있지만 변두리가 아닌 변두리 끝에 있는 주류(主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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