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디는 향기로운 오해 ‘인동초’
겨울을 견디는 향기로운 오해 ‘인동초’
  • 미디어붓
  • 승인 2019.0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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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에게 존재보다 수사로 더 익숙한 식물이 하나 있습니다. 온갖 고난을 견디고 극복한 이들의 이름 앞에 이 식물의 이름이 관성처럼 따라 붙곤 하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별명으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정작 그 모습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은 식물, 바로 인동초(忍冬草)입니다.

인동초는 많은 오해로 둘러싸인 식물입니다. 인동초는 덩굴성 낙엽관목, 즉 풀(草)이 아니라 나무입니다. 본명인 인동덩굴이 오히려 더 낯선 이름입니다. 인동초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는 이유로 대접을 받고 있지만, 풀이 아닌 나무가 겨울을 견디고 꽃을 피우는 현상은 흔한 일입니다. 푸른 잎을 매단 채 겨울을 나는 상록활엽수는 인동초 말고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동초가 특별한 취급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혹독한 시련 끝에 큰 성취를 이뤘던 김 전 대통령의 삶이 인동초에 투영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부서울청사 울타리에서 만난 인동초 꽃.
정부서울청사 울타리에서 만난 인동초 꽃.

사실 인동초는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무작정 인내하는 식물이 아닙니다. 남부 지역에서 자라는 인동초는 잎을 매단 채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면 다시 새로운 잎을 뽑아냅니다. 반면 남부 지역보다 기온이 낮은 중부 지역에서 자라는 인동초는 혹한과 맞닥뜨리면 과감하게 대부분의 잎을 털어내고 겨울을 건너갑니다. 잎을 매단 채로 겨울을 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이 때문에 인동초는 반상록(半常綠) 식물로 분류되기도 하죠. 이렇듯 인동초는 여러분의 생각보다 변화에 꽤 유연하게 대응하는 편입니다.

인동초 꽃은 처음에 흰색으로 피어난 뒤 점점 노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립니다. 인동초 꽃은 향기가 좋고 꿀도 많아 벌들을 쉽게 유혹하죠. 모진 겨울 추위를 견디고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는 이미지 때문에 인동초가 이른 봄에 꽃을 피운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심지어 인동초가 겨울에 꽃을 피운다고 오해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오해를 하신 분들에게 조금 실망스러운 이야기지만, 인동초는 아무리 빨라도 봄이 무르익는 5월은 돼야 겨우 꽃을 피웁니다.

정부세종청사 부근 화단에서 만난 붉은인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오해로 두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실체와 관계없이 인동초라는 이름이 가진 상징성만으로 용기를 얻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니 말입니다. 인동덩굴이란 이름보다 인동초라는 이름이 입에 더 잘 붙는 것도 사실이고요. 사람들이 오해를 하거나 말거나 인동초는 매년 봄 그 자리에서 푸른 잎을 세우고, 봄과 여름의 문턱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 그윽한 향기로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 겁니다. 늘 그래왔듯이 꽃은 말이 없고, 오해는 사람들의 몫이니 말입니다.

인동초를 만나는 방법 : 인동초 꽃은 제법 더위가 느껴지는 5월부터 울타리나 주변 화단에서 흔히 보입니다. 인동초는 보통 여름 내내 꽃을 피우지만, 가을인 9~10월까지 꽃을 피우는 개체도 적지 않습니다. 인동초 꽃으로 향기뿐만 아니라 꿀도 즐길 수 있습니다. 긴 꽃술을 잡아 뽑으면 그 끝에 꿀이 방울처럼 매달려 있는데 그 맛이 꽤 달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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