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그게 문제야.”
“바보야! 그게 문제야.”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9.01.12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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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4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재범을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던 체육계 ‘미투’ 운동이 다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문제는 10대의 어린 선수가 국가대표로 세계무대에 서느냐, 마느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쥔 코치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무릇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성적 충동도 억제하지 못하는 그런 인간이 국가대표 선수를 지도하는 코치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분노와 배신감이 크다.

그런 점에서 조 전 코치는 더 이상 군색한 변명이나 핑계를 대기 위해 잔머리를 굴릴 게 아니라 선수와 가족,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남은 생을 속죄하면서 살아야 한다. 아무리 감추고 싶고 감추려 해도 그의 추레한 행적이나 진실은 절대로 감춰질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시비비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하지만, 변명이나 자기합리화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그를 향한 비난 수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선수들이 당했을 공포심과 수치심이 워낙 크고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큰 데다, 페어플레이(fair play)를 강조하는 스포츠 무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충격 또한 매우 크다.

조재범의 범행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여린 여자 선수들을 상대로 오랫동안 빚어졌다는 점에서 인간의 삶 자체를 파괴했다고 봐야 한다.

이 참에 체육계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살펴보고 시스템을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우리의 ‘법’이 너무 무르다는 얘기도 있다.

일반적으로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징역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미국 체육계를 뒤흔든 래리 나사르(56) 사건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 30년간 체조 선수 156명에게 성범죄를 행한 혐의로 징역 175년(최장 360년)이 선고된 미국 전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스캔들로 인해 미국 체조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30년간 체조 선수 156명에게 성범죄를 행한 혐의로 징역 175년(최장 360년)이 선고된 미국 전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스캔들로 인해 미국 체조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피고인에게 징역 175년, 2100개월 형을 선고합니다. 당신은 감옥 밖으로 걸어서 나갈 자격이 없습니다.”

지난해 1월 래리 나사르에게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한 판사가 한 말이다.

나사르는 지난해 2월 최대 125년 형이 더해지면서 총 360년형으로 사실상 종신형을 살게 됐다.

결국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 위원장은 물론 체조협회 회장과 임원진까지 책임을 지고 전원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어떠한가.

한국 체육계에서도 그동안 폭행이나 성폭력이 적지 않고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정확하게 밝혀진 사건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도록 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돼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미국 나사르의 경우처럼 무거운 처벌이 개인 뿐 아니라 소속 단체에까지 내려져야만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기원전 339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법정에서 독배를 마시고 비극적 생애를 마감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올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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