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신을 모시는 파품
지신을 모시는 파품
  • 미디어붓
  • 승인 2020.01.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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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품-허피_붉은바위할아버지
‘파품’은 토지신, 지신을 뜻한다. 사진은 붉은바위 할아버지.

라오스에선 집집마다 작은 신당을 모셔 놓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그게 바로 민간신앙을 믿고 있다는 증거다. 집에 모시는 신당이 있고 가게나 사무실에 모시는 신당도 있다. 큰길가에 있는 신당도 있고 강가나 큰 나무 아래에 있기도 하다.

잘 차려진 신당도 있고 볼품없는 신당도 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눈에 띄는 이 신당이 바로 ‘파품’ 또는 ‘허파품“이라고 부른다. ‘파품’은 토지신, 지신을 뜻하고 ‘허’는 어떠한 임무를 위해 세워진 탑, 관, 실, 빌딩 등을 뜻한다. ‘허파품’이라고 불리는 신당은 집에 모셔놓은 신의 집이다.

한국에도 집에 모셔놓은 신들이 많다. 안방의 조상신과 삼신, 마루의 성주신, 부엌의 조왕신, 뒤꼍의 택지신(宅地神)과 재신(財神), 출입구의 수문신, 뒷간의 측신, 우물의 용신 등이다. 허파품은 아마도 이 같은 신들이 아닐까 싶다. 큰길가나 강가에 모셔져 있는 것은 ‘허피’라고 부른다. 이 신당에서 모시는 지신은 불운을 막아 안전을 위해 기도하는 공동체적인 신당이다. 한국으로 보면 마을입구에 있는 성황당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런 허피에는 대부분 전설이 있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가다보면 산길이 시작되는 곳, 쎈쑴(Senxoum) 마을을 벗어나면 언덕길 중간에 허피가 하나 보인다. 단냐뿌파댕(단=지점, 냐뿌=할아버지, 파댕=붉은바위)이라는 허피가 있다. 커다란 붉은 바위 앞에는 할아버지 모형이 오셔져 있다. 그리고 이 바위가 있는 산을 거룩한 산이라고 부른다. 길을 내기 위해 바위를 치우려고 했으나 바위가 꿈쩍하지 않자 사람들은 이 바위를 영험하게 여겨 이곳에 신당을 세웠다고 한다.

산길로 접어드는 이들은 안전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산길을 넘어온 이들은 안전하게 도착한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이곳에 차를 세우고 기도를 올린다. 차량을 세우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적을 울려 할아버지 신에게 고한다. 기도를 할 때 사람들은 신당에 음식물, 음료, 과일 등을 올리고 초와 향을 피운다. 바나나 잎을 말아서 탑 모양으로 만든 후 주황색 다오(별)꽃으로 장식한 것도 함께 드린다.

13번 남부 도로 빡가딩 허피에 대한 전설이 있다. 빡가딩은 1985년 소련의 지원으로 다리가 생기기 전까지는 배로 강을 건너야하는 곳이었다. 남부지방에서 비엔티안으로 올라가는 중간 나루터로 아침이면 강가에 시신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자주 생겼다고 한다. 물귀신이 밤에 사람을 불러들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믿어 허피를 세우고 지나는 이들이 기도를 올려 강 귀신에게 안전을 빌었다고 한다.

커다란 바위 앞, 오래된 나무 아래, 큰 강가, 길모퉁이, 산 정상, 집 앞마당, 공원, 직장 등 사람의 발길이 닫는 곳이면 어김없이 이 파품이 있다. 한국에도 마을 앞, 길가, 우물가, 강가, 언덕 위, 커다란 고목 등에 성황당이나, 장승, 돌무덤을 만들어 놓았듯이 말이다.

누구나 어떤 대상에게 기원을 하는 것은 종교를 떠나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이다. 어떠한 형태이냐가 다를 뿐 인간의 마음은 한국이나 라오스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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