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어떻게 생각하나] 집 없는 서민 “우리도 국민이다”
[부동산 정책 어떻게 생각하나] 집 없는 서민 “우리도 국민이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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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충북 지역민들에게 듣는다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한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정부가 고강도의 부동산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서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책상머리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나온 부동산정책은 크게는 19회, 세부적인 것까지 합치면 30회에 가깝다. 그러나 약발이 먹히지 않자 갈수록 독해지는 양상이다. 더구나 현실을 무시한 채 온갖 규제만 가해 서민들만 힘들어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여러 채의 집을 가진 부자에겐 지나가는 ‘소나기’정도에 그치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은 희망마저 빼앗겨버린 처지다.

미디어붓은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가감 없이 기록했다.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름은 생략하고 거주지와 직업, 나이만 밝힌다.

▶A씨(대전시 오정동·자영업·54)

“한마디로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실패했다. 모든 정책을 전국에 동일하게, 한꺼번에 써야했는데 핀셋이니 뭐니 해서 특정지역에 국한해 약발이 떨어졌다. 오히려 서울 집값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뛰고, 지방만 그로기에 빠졌다. 정부의 눈에는 서울만 보이고 지방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실제로 지방을 한 번만 돌아봐도 부동산이 어느 지경인지 알 수 있을 텐데 참으로 한심하다.”

▶B씨(대전시 가양동·미용사·36)

“대통령이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았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를 가지고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다. 집값 재미를 본 참모들이 이상한 수치를 보고한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와대 직원 평균 아파트 값이 11억4000만원으로 40%나 급등했다고 하더라. 이것이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을 설계하고 책임지는 자들의 실상이다. 혹독한 대책을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부자는 꿈쩍도 안 한다. 죽는 것은 서민이다. 대출을 꽉 막아놨으니 어떻게 집을 사겠는가.”

▶C씨(세종시 한솔동·직장인·44)

“정부는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를 공언했다. 신혼부부와 1인 가구 등 서민 주거의 보호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한다. 현실을 알고 말하는 건가. 2년 간 대전지역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일각에서는 투기세력이 훑고 지나갔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규제대상에서는 빠졌다. 규제를 하라는 말이 아니지만, 규제 기준이 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완전히 널뛰기다.”

▶D씨(세종시 고운동·공무원·42)

“세종시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3중 규제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부동산 거래가 침체됐다. 특히 상가 공실률이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세종시 주택가격 상승률도 전국 소비자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세종시가 어디 서울인가. 규제를 서울처럼 해놓으면 어떻게 살란 말인가. 그래놓고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에게 세종시에 정주하라고 얘기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

대전시 도안신도시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대전시 도안신도시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E씨(충북 청주시 사직동·사업·55)

“집 한 채밖에 없는데 비싸면 어떻고 싸면 어떤가. 정부가 예고도 없이 정책을 자꾸 바꾸는데 어떻게 정부를 믿겠는가.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크다. 오랫동안 청약을 준비한 사람들은 거주요건 변경 등 잦은 변화에 혼란스럽다. 손바닥 뒤집듯 왔다 갔다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소수의 투기꾼을 잡겠다고 다수의 실거주자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는 꼴이다.”

▶F씨(충북 청주시 운천동·자영업·38)

“대출 받을 길이 막혔다. 집을 살 목적이 아니라 다른 투자를 하기 위해 자금을 받으려고 해도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은행을 한 번 가보라. 1000원 한 장 빌리기도 힘들어졌다. 요구하는 서류가 한 보따리다. 현재 DSR을 시범 도입한 은행들은 대부분 DSR을 100% 이상인 대출을 고위험 대출로 보고 관리하고 있다. 기존 100%에서 비율 조정을 참고하는 선으로 규제강화책이 운영돼 본격 시행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G씨(대전시 갈마동·자영업·48)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시 제2금융권으로의 풍선효과 등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도입된 DSR규제에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까지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DSR규제를 통해 전체 가계부채 규모를 줄일 수는 있으나 이것이 꼭 투기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층의 유동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H씨(세종시 보람동·직장인·37)

“반시장적 규제가 문제다. 문제를 모르니 해결이 안 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지금 쓰는 정책은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사람을 잡는 정책이 되고 있다. 18번의 부동산 정책이 나왔지만, 전세도 오르고 집값도 내려가지 않는다. 18번이나 해보고 안 되면 고쳐야 하지 않나. 집 마련하는 것을 마치 죄악의 뿌리인 것처럼 규제만 하면 안 된다.”

▶I씨(세종시 새롬동·교사·42)

“부동산 정책은 시장 원리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 부동산으로 축재하고 투기하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강력하게 규제하고, 집 한 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불편함 없는 부동산 정책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 무조건 더 센 정책, 더 독한 정책만 찾지 말고 서민들 목소리에 귀 좀 기울여 달라. 지금 실시하고 있는 정책들은 참여정부(노무현) 때와 결이 비슷하다. 그런데 그때 부동산값이 가장 많이 올랐었다.”

▶J씨(충북 청주시 우암동·자영업·56)

“집값 뛰는 곳만 선택적으로 규제하는 핀셋 규제 전략을 펼쳐왔지만 풍선효과 등으로 인해 다른 곳이 뛴다. 서울 아파트 값만 약 500조가 올랐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책은 되풀이된다. 세금은 형평성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주거 안정의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불로소득에 과세하고 거래세는 낮춰 자원배분의 왜곡을 막아야 한다. 정책 실패로 망쳐 놓은 가격을 공시가격으로 인정해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자고 하는 건 무능의 소치다.”

▶L씨(대전시 둔산동·공무원·44)

“집 있으면 세금 폭탄, 없으면 집값 폭등이다. 최근 몇 년 새 2억원 가량 올랐다. 언제까지 오를지 몰라 팔고 싶어도 엄두를 못 낸다. 더 오를 것 같다. 더구나 트램 건설이 확정된 이후 노선 근처 아파트 값이 자고나면 달라지는 양상이다. 무서울 정도다. 집값이 올라 기분은 좋지만 지역 별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M씨(세종시 아름동·공인중개사·53)

“세종시에서는 분양 청약 1순위 자격 거주요건을 2년으로 늘리는 방안과 청약 재당첨 금지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늘리는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1년만 살아도 1순위 요건을 갖출 수 있었던 기존 상황과 비교하면 전세나 월세로 거주해야 하는 기간이 2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당첨 금지 방안을 소급 적용한다면 엄청난 타격이 있을 것이다. 기축 아파트에 관심을 갖던 실수요자가 청약 쪽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N씨(대전시 관저동·직장인·36)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필요한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고 재건축·재개발 정상화해서 쾌적한 환경의 기본 권리를 지켜야한다. 종부세를 높이고 대출을 조인다고 해서 아파트 상승세가 꺾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젊은 층과 서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다주택자들 잡는다고 서민들 대출까지 꽁꽁 묶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세종시 4생활권 내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세종시 4생활권 내 아파트 전경. 미디어붓DB

▶O씨(충북 청주시 사직동·직장인·32)

“요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공격적으로 집 장만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집을 놓고 희로애락을 겪은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님을 바로 곁에서 목격한 세대다. 집값은 어찌 됐든 오른다는 학습을 제대로 한 세대다. 친구들을 만나면 집 얘기를 많이 한다. 집이 돈 된다는 걸 안다. 정보 습득이 빠른 스마트한 세대인 만큼 주택을 주식 분석하듯이 분석한다. 자산을 형성하는 방법에 대해 탁월하다.”

▶P씨(대전시 도안동·자영업·41)

“옛날에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있었지만 요즘엔 사이버 떴다방이 유통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사이버 상 가짜 정보·왜곡 정보 등 국민의 인식을 왜곡시키고 시장을 교란한다. 집을 팔고 대체 투자할 곳이 있어야 하는데 투자할 만한 곳이 별로 없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은 대책을 내놓는다. 정책의 진부함, 시장 눈높이보다 뒤처진 정책, 가격만 바라보는 정부의 다급함이 시장의 속도를 못 따라간다.”

▶Q씨(대전시 전민동·연구원·41)

“주택 문제에 있어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냐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을 잡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상설 조직 부처가 있어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안전성·신뢰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정부가 조직·행정·자금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은 규제만 있는 게 아니다. 시장의 과도한 것을 규제한다면 시장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이냐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실수요자를 위한 대안이 부족하다.”

▶R씨(세종시 어진동·공무원·46)

“시장의 눈높이는 높아졌는데 정부는 당장 집값에 붙잡혀있다. 2020년 주택시장을 2006년 정책 버전으로 대응할 수 없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전략이 필요하다. 분양가 상한제나 투기 과열 지구 지정이나 이런 소위 미시적인 주택 정책을 갖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놓고 일종에 누가 이기나 보자라고 하는 이런 게임 양상으로 들어가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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