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네 편
내 편 네 편
  • 나인문 기자
  • 승인 2020.01.15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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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민들은 지금 참으로 기막힌 나라에 살고 있다.

오랫동안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왔는데, 느닷없이 정부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기회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LTV(loan to value ratio·주택담보대출비율), DTI(Debt To Income·총부채상환비율), DSR(Debt Service Ratio·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무엇이란 말인가. 용어마저 생소한 그러한 정책으로 서민들의 부족한 자금줄마저 철저히 차단하면서 탄식도 깊어가고 있다.

수억, 수십억을 주무르는 가진 자들과 달리, 서민들은 각종 대출규제 정책에 발목이 잡혀 정작 몇 천만 원도 빌리지 못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지레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LTV, DTI, DSR이 결국 서민들만 잡는 꼴이 되고 있지만,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때 검토돼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카드를 다시 꺼내드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말 그대로 주택을 거래할 때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부가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것이어서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반대 여론이 적지 않아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모조리 태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에도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지만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둔 적이 별로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양책과 안정책, 규제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잇따라 쏟아져 나왔지만 일관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다 말겠지”라는 조소를 보내는 것도 그러한 정부정책의 신뢰성 추락에 기인한다.

9억 원 이상 고가의 주택이나 다주택에 초점을 맞추면 9억 원 이하 주택의 가격이 오르고, 특정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인근 지역이 오히려 급등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도 의문을 키우는 대목이다.

세종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 대전시의 집값이 급등한 것이 실증적인 사례다.

실제로 1992년 1억 원 안팎에 분양한 대전시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가 최고 17억 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서 혀를 내두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수도권 비규제지역 분양 아파트의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수만 명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자 중 계약 포기자나 청약 당첨 부적격자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하는데, 지난해 12월 분양한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부평 두산위브 더파크'는 잔여 물량 4가구 모집에 4만 7626명이 몰려 1만 9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규제 지역이 풍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초고가(超高價) 아파트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12.16 부동산대책’을 포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내놓은 부동산 대책만 18번째에 달한다.

그러나 이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이 상승하는 ‘풍선 효과’는 기본이고, 집값을 잡겠다면서 강남의 부동산 값만 올려놓는 수능 정시강화 대책 등 ‘엇박자’도 잇따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으려다가 서울 집값을 다 올려놓고, 부자들을 잡으려다 서민들만 때려잡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시장 기능을 활용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규제일변도로 가는 게 공산주의 정책과 뭐가 다르냐는 성토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도 이제 2년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라도 눈과 귀를 열고, 네 편 내 편 따지지 말고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편이라고 믿는 몇몇 위정자의 말만 믿을 게 아니라 네 편이라 생각되는 서민들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자칫하면 내 편이라 믿었던 이들마저 네 편으로 돌아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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