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본 정치 '충성경쟁' 매몰된 靑·권력 암투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본 정치 '충성경쟁' 매몰된 靑·권력 암투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1.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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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문방사우]지금 정치권은 어디로 가고 있나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컷. 쇼박스 제공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는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재규와 민주화를 엮지 않는다. 단지 차지철 경호실장과의 충성 경쟁에서 밀린데 대한 불만이나 불안감 때문에 일을 벌였다고 단정한다. 낙인이다. 김재규의 총탄에 18년 독재정권이 파탄 나고 '서울의 봄'이 찾아온 것은 우발적인 일일까. 의도적인 거사일까. 역사는 김재규의 항변에 대해 귀를 닫는다. 김재규의 동기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대통령 암살사건 발생 40일 전, 청와대와 중앙정보부, 육군본부에 몸담았던 이들의 관계와 심리를 면밀히 따라가는 이야기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김규평:이병헌 분),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곽상천:이희준 분)의 과열된 충성경쟁 속에 박정희 대통령(이성민), 김형욱(박용각:곽도원) 전 정보부장, 전두환(전두혁:서현우 분) 중장이 등장한다.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는 고도성장을 구실 삼아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보상받으려 했지만 퇴진을 요구한 부마항쟁은 암살의 빌미가 됐다. 차지철은 탱크를 동원한 강경진압을 주장했고, 김재규는 상대적으로 온건적 입장이었다. 김재규는 최후진술이자 유언에서 강변한다. “10·26혁명은 5·16혁명이나 10월 유신에 비하면 정정당당한 것입니다. 서슬 퍼렇고 막강한 유신체제를 정면에서 타파하고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혁명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자유민주주의를 맘껏 누리십시오. 저는 먼저 갑니다.”

▶권력은 치명적이다. 권력을 휘두르는 자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도 권력의 맛에 중독된다. 대통령은 권력에 취하고, 측근들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를 쓴다. 조금이라도 권력의 가장자리로 비켜나면 금단현상까지 생긴다. 협잡과 배신, 충성, 모멸, 자존심, 시기, 질투 같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믹싱 되면서 자신의 감정, 도덕성이 파괴되고 성격적 결함까지 야기된다. 김재규은 단지 충성했고 차지철도 충성했다. 그런데 박정희는 충성경쟁을 하도록 이간질과 충동질을 했다. 충성한 자와 충성을 강요한 자는 그 충성때문에 죽었다. 이것이 팩트다.

▶5·16쿠데타를 잡은 정권이 무너지자 12·12 하극상 쿠데타가 일어났다. 최악의 군사독재를 끝냈더니 더 최악인 신군부정권이 탄생했다. 박정희라는 역사의 무거움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졌다고 느끼는 순간 민주주의는 오지 않고 전두환, 노태우가 온 것이다. 그렇게 14년을 또 암흑에서 살았다. 이후 YS+DJ+노무현 15년을 보냈고 이명박+박근혜 9년을 살았다. 그러나 행복하지 않았다. 정의롭지 않았다. 모두가 하자 있는 불구였다. 감옥을 가거나 측근들을 감옥에 보냈다. 쿠데타로 탄생한 정권도, 민주 이름표를 달고 쟁취한 정권도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권력자가 없었다. 갖은 암투와 모략으로 정권을 얻고 권력의 맛에 중독돼 헤맸다.

▶문재인 정부도 다를 바 없다. 386운동권이 주류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뭔가 민주적이고 개혁적일줄 알았는데 '남산의 부장들'이 오버랩 된다. 이들도 권력에 취해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물론 자신들은 그것을 권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개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많은 장삼이사들은 개혁이라고 쓰고 개악이라고 읽는다. 촛불로 탄생한 정권이라고 자찬하지만 이들도 정권장악과 정권연장을 위해 칼춤을 춘다. 측근 권력이 너무 설친다. 조국이 그렇고 청와대 인사들이 그러하다. 정의로운 척 하나 야비하고, 공정한 듯 하나 노회하다. 내로남불의 건망증이 바보스럽다. 기억상실증일까, 기억불감증일까. 하는 폼이 남산의 부장들과 닮았다. 자신들의 비호를 위해서 용을 쓰다 '멸문'한 '이명박근혜'와 뭐가 다를꼬.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충성정치는 언젠가 부메랑이 돼 자신의 목을 겨누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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