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은 쓰지 않지만 양보는 없다
경적은 쓰지 않지만 양보는 없다
  • 미디어붓
  • 승인 2020.02.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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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사람들은 참으로 조용하다. 대화를 할 때도 조용조용 이야기한다. 시내에서 차가 밀리고 막혀도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라오스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가장 맘에 와 닿았던 것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차량의 경적소리가 전혀 없어서 너무 맘에 들었다. 라오 사람들은 사고가 날지언정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경적을 울리는 사람들은 중국, 베트남, 한국인들이라고 한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 경적을 너무 많이 사용해 시끄러운데 그 이유는 자신의 차량 위치를 알리기 위해서란다. 사고 발생 시 경적을 울려 자신의 위치를 알린 운전자가 그렇지 않은 운전자보다 과실 비율이 낮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라오스에선 교차로에 차량들이 막혀 차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경적을 울리는 사람은 없다. 모두 한없이 기다린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좁은 도로에서 차를 세워 놓고 물건을 사는 경우도 있다. 차량이 밀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여유 있게 일을 보고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간다. 아마도 한국 같았으면 견딜 수 없는 경적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욕을 먹었을 것이고 이런 생각조차 못 할 일인데 여긴 모두들 그러려니 한다.

라오사람들의 운전 습관은 특이하다. 2개 차선 물고 운전, 중앙선 넘어 추월, 장소 불문하고 유턴 또는 좌회전, 신호 받은 직진 차량 무시하고 우회전, 막힌 교차로에 진입 등 교통 상식 없이 운전하는 차량들이 참으로 많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차량 운전하기 전에 오토바이부터 운전을 하던 사람들이다. 습관적으로 오토바이처럼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다. 차량은 크기가 있고 바퀴가 4개라 오토바이처럼 순발력 있게 운전이 안 되는데도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면서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답답함이 밀려든다.

우스갯소리로 라오스인들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해서 ‘모태 오토바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들도 오토바이 핸들을 잡을 수만 있으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오토바이는 라오사람들의 필수 운송수단이다. 라오스에 처음 와서 “여긴 오토바이가 참 많네요” 하는 사람은 베트남에 안 가본 사람이고 “여긴 오토바이가 별로 없네요” 하는 사람은 베트남을 다녀온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내에서 속도제한이 30㎞이다. 그러나 운전을 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다. 차라리 택시를 타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나방처럼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오토바이, 칼치기 하는 오토바이, 골목에서 튀어나오는 오토바이, 핸드폰 보면서 운전하는 오토바이, 술 마시고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이야기하면서 두 대가 나란히 가는 오토바이 등 너무나 어렵다.

위양짠 시의 경우 2017년 7월 기준으로 차량 등록 대수가 81만대를 넘어섰다. 시와 경찰은 교통체증 및 불법주차를 막기 위해 표지판 정비, 사설 주차장 확장, 양방향도로를 일방도로로 변경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으나 주차공간과 도로 확장은 거의 제자리 수준으로 머물러 있다.

 

주차관련 교통표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도로 경계석을 색으로 표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인 교통 입간판 표지판이다. 도로 경계석 주정차 관련 표지는 모두 3가지다. 첫 번째로 흰색과 붉은색으로 되어 있으면 주정차 모두 금지, 두 번째로 흰색과 주황색인 경우는 정차 가능(주차금지), 세 번째로 흰색과 검정색은 상시주차 가능한 곳이다.

주정차 금지 관련 표지판은 정차나 주차금지, 주차금지, 홀수 일 주차금지, 짝수 일 주차금지, 주차금지 해제지역 등 5가지이다. 예를 들어 일방통행 거리 중 위양짠 시내 왓짠~홈아이디얼 또는 다바라부티크호텔~텍사스치킨 등의 도로는 홀수와 짝수 날에 따라 주차 위치가 매일 바뀌기 때문에 주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2014년 5월부터 위양짠 시가 클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내 주차 위반 차량에 대한 벌금을 10배 인상했다. 승용차, 지프차 등의 경우는 과거 7만 낍에서 10배 오른 70만 낍의 벌금이 부과된다. 교통경찰들은 주요 3거리, 4거리 도로변의 작은 초소형태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이들의 주요업무는 교통질서 유지 및 교통상 위험 방지, 교통사고 처리 등이다. 그러나 이런 업무는 뒷전이고 돈을 뜯기 위해 교통 단속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불법주차 벌금을 크게 올린 것은 불법주차를 미리 차단해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하려고 한 정책이다. 위반차량 단속은 휠락이라는 타이어 잠금장치를 이용해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원활한 차량통행을 기대할 순 없다. 단속을 한 교통경찰은 바퀴를 자물쇠로 채우고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어둔다. 차주가 전화를 하면 와서 풀어주는데, 이때 벌금 영수증을 발급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뒷돈을 받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어주는데 그게 바로 계도장이다. 나중에 돈을 받은 것이 문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발급하는 것이다. 경찰은 불법을 계도했을 뿐, 돈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하기 위해서다.

과거엔 근무시간에만 단속하더니 요즘은 새벽에도 단속을 한다. 한마디로 “일찍 출근한 교통경찰이 ‘삥’을 더 많이 뜯는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위양짠 재래시장 중 가장 유명한 딸랏 쿠아딘으로 새벽 6시에 채소 사러 갔다가 불법주차로 걸려 30만 낍(한화 4만 원)을 경찰에게 주고 온 경우도 있다. 채소 값 좀 아끼려다가 한 달 내내 사 먹을 돈을 경찰한테 뜯겼으니 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본인의 경우도 신호등이 바뀌어 꼬리 물기를 하지 않고 신호를 지키려다가 주차선을 조금 넘은 적이 있었다. 다음 신호에서 경찰이 차를 세우더니 차선위반이라고 단속을 하며 돈을 바라는 눈치였다. 난 잘못한 게 없다고 계속 따지자 경찰도 화가 났는지 운전면허증을 빼앗고 교통위반 범칙금을 발부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의 주머니가 아닌 국고로 들어갈 영수증을 끊는 것은 정말로 드믄 경우다.

이 범칙금 고지서를 받고 난 바로 후회했다. 왜 라오사람들이 현장에서 경찰들에게 돈을 주고 해결하는지 알았다. 고지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낼 수 없고 꼭 관할 경찰서에 찾아가 납부해야 한다. 그리고 범칙금과 함께 교통법규집을 구매해서 교통경찰관에게 교통 법규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납부 영수증을 갖고 다시 경찰관을 찾아가 운전면허증을 찾아야 한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도 많이 들어가고 불편한데 누구라도 현장에서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교통경찰들은 노란색 번호판(개인) 차량보다는 흰색 번호판(법인, 영업, 렌트)을 주로 단속한다. 흰색 번호판은 돈을 버는 영업용이고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기에 단속을 하면 바로 성과를 올릴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면허증이나 차량 관련 서류들이 아직 공동 전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운전할 때는 반드시 운전면허증, 차량등록증, 차량기능검사증, 차량세금영수증, 보험증, 운행허가증 등 각종 서류나 면허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집이나 사무실에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취급해 불법으로 간주한다.

교통경찰은 주요 거리에서 차량과 면허를 무작위로 검사한다. 외국인들이 탄 차량의 서류는 공부하는 수준으로 자세히 본다. 만약 서류 기간이 지났거나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라오사람들은 서류나 차량에 문제가 있을 시 알아서 ‘자진 납세’를 한다. 그러면 서류를 보지도 않고 그냥 보내준다. 만약 서류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교통경찰은 “맥주 값 좀 줘”라고 말한다. 서류 보면서 시간 다 보내고 돈을 달라고 누가 주겠나? 한 번은 경찰이 “물 값이나 좀 달라”고 해서 생수 2병을 주고 간 적이 있다. 그 물병을 받아 든 경찰의 황당한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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