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가 안전한 곳인가요?” ‘코로나19’ 국민 일상 집어삼켰다
“대체 어디가 안전한 곳인가요?” ‘코로나19’ 국민 일상 집어삼켰다
  • 나인문·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2.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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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들 ‘버스·지하철·택시’ 활보…지역사회 불안감 증폭
“사람이 무서워요” 다중집합장소 텅텅…‘상상 코로나’ 증상까지
23일 오후 대전시 롯데마트 노은점에서 방역전담팀이 방역활동이 펼치고 있다. 대전시 제공
23일 오후 대전시 롯데마트 노은점에서 방역전담팀이 방역활동이 펼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코로나19’가 움추려들기는커녕 점점 더 확산조짐을 보이자 지역사회가 떨고 있다. 대전, 세종, 청주, 증평, 계룡 등 충청권까지 침투했고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가 늘고 있는 양상이어서 시민들 삶마저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사람들 모이는 곳엔 안가요

방역망이 뚫리고 확진자가 속출하자, 휴일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교회와 전통시장, 레포츠시설, 공공도서관 등이 일제히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에서는 사우나 시설을 비롯한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또한 실내공간에 인파가 북적이는 영화관·공연장·체육관 등도 꺼리고 있어 여가활동 위축이 표면화된 상태다. 실제로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동안 국내 영화 관람객과 박스오피스 매출액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항상 사람들로 긴 줄이 들어섰던 맛집도 빈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식당가는 한산해졌고 매장들도 한숨만 가득하다. 외식 대신 집밥,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 등 야외에서 실내로 사람들의 생활권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회식’은 전년대비 70% 가까이 감소했다.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말 종교활동은 집에서 유튜브로 대체됐고, 학교 졸업식도 강당 대신 유튜브 중계를 통해 교실에서 소규모로 진행된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감기 등 일상적인 증상에도 감염을 의심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종의 ‘상상 코로나’ 앓이다.

대전시 반석동에 사는 A씨(34)는 “열이 없는데도 머리가 아프고 마른기침이 나와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며 “하루하루 일상이 코로나에 갇혀 아무 일도 없는 상태가 돼버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사람들 기침소리만 나도 깜짝깜짝 놀라는 현상이 생겼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지역사회가 패닉상태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버스·지하철·택시 타기 겁나요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안전지대가 없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전·청주의 경우 시내버스와 지하철, 택시가 ‘슈퍼 전파지’로 지목받는 처지다. 대전시는 코로나19, 2번째 확진환자가 탑승한 시내버스 차량을 운행중단하고 예비차량으로 대체 운행한다. 더욱이 확진자는 지하철을 이용해 곳곳을 누비고 다녀 유성구 지족동을 비롯해 여러 역을 중심으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청주시는 확진자 부부 중 남편 직업이 개인택시 운전사로 확인돼 택시 승객 신원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확진자가 운행한 택시를 이용한 승객은 50건 53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탑승자 중 외국인 1명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세종시 직장인 B(42)씨는 “확진자가 며칠 사이 갑자기 늘어나는 것을 보니 통제가 정말 어려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오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식당에 들렀는데 그곳에 확진자가 다녀갔을 수도 있지 않느냐.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도 뒤섞여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 집이 아니면 안전한 곳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기업들도 아우성 "점포 정리"

기업들 역시 코로나19로 타격을 받고 있다. 일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롯데쇼핑은 창사 41년 만에 처음으로 점포 축소를 결정했는데 앞으로 3~5년 내 백화점과 마트, 대형슈퍼마켓 등 700개 점포 가운데 30%인 200여개 점포를 닫기로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재작년보다 무려 67%나 급감한 이마트는 이미 적자 점포 정리를 진행 중이다.

스타필드·롯데몰·이마트 등 대형 쇼핑몰에 대한 게시물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 것으로 조사됐고, 키즈카페·테마파크 등 위락시설 관련 게시물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느슨한 대처가 ‘화’ 키웠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며칠새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대책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31명에 그쳤던 확진자 수는 지난 19일을 기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23일 현재 556명으로 사실상 통제불능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낮다는 점에 방심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80%에 달하는 가벼운 감기 수준의 경증 확진자들인데 이런 거의 무증상의 감염자도 감염 전파력은 있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부가 초반에 보다 강력한 방역정책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주로 발병지역인 중국 후베이성을 여행한 국민과 중국인 입국자에 대한 감염의심자 유입차단에 급급한 나머지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지역감염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 스스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방역망을 느슨하게 하고, 연기했던 지자체 행사나 각종 모임들을 독려한 측면 또한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전시 자영업자 C씨(53)는 “경기가 위축되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활동을 권장하고 전통시장 투어를 하면서 이만하면 잘 대처하고 있다는 식의 섣부른 판단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보건당국이 차단보다 치료에 집중하겠다고 전략을 바꿨다는데, 지역사회 전파를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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