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가도 모를' 라오스의 숨은 진짜 이야기
'알다가도 모를' 라오스의 숨은 진짜 이야기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3.03 02:4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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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철 사진작가 한국-라오스 수교 25주년 기념 新인문지리서 출간
행복에너지서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
라오스서 경험하고 배운 이야기 진솔하게 풀어내
우희철 작가가 한국-라오스 수교 25주년 라오스 新인문지리서 출간
우희철 작가가 한국-라오스 수교 25주년 기념으로 라오스 新인문지리서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를 출간했다.

저널리스트, 사진작가, 산악인, 오지탐험가, 트레킹 여행전문가, 패러모터 글라이더 조종사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있던 우희철 여행가가 또 다른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번에는 ‘글을 쓰는 작가’다.

20년 넘게 사진기자로 활약한 우 작가가 ‘알 수 없는 라오스, 몰라도 되는 라오스’(행복에너지 출판)를 펴냈다. 평소 ‘사진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수행’이라고 말해왔던 그가 라오스의 온전한 풍경을 철학적 담론까지 담아 영상미학으로 집대성했다.

“라오스에서 산지가 벌써 7년이 넘었다. 처음엔 그냥 라오스를 알기 위해 지냈고, 언어를 배운다고 학교도 다녔다. 라오스국립대학교 안에 라오어를 배우는 1년 짜리 언어과정(삐끼암)이 있다. 한국의 세종학당 같은 것으로 중국, 베트남, 한국, 캄보디아 등 외국인들이 라오어를 배우거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코스였다. 이후엔 카메라를 들고 곳곳을 누비며 낯선 땅과 낯선 이들을 담아왔다. 그들의 감정과 시선을 이방인의 관점이 아닌 원주민(토착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곤 했다. 그런데 막연하게 바라보던 타국의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더니 마치 조국의 품처럼 느껴졌다. 앵글에 담긴 건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내 모습인지도 모른다.”

행복에너지 제공
행복에너지 제공

우 작가도 처음엔 라오스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했다. 더위도 그렇고 문화도 그랬다. ‘가짜’처럼 서성이다가 라오스를 진정으로 알게 된 것은 순전히 라오인들의 가슴때문이었다. 우리네 60·70년대의 순박한 정서와 풍경들, 그리고 기꺼이 마음의 터를 내어줬기에 동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한 책은 진짜 체험기다. 좋은 건 좋다고 말하고, 나쁜 건 나쁘다고 말했다. 비틀어쓰거나 꾸미려하지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날것을 표현했다. 대부분의 라오스 책들은 미소의 나라, 순수의 나라, 힐링의 나라 등 아름다움만 나열해놨다. 하지만 이번 책은 안 좋은 경험이나 기억, 라오스 사회문제 등도 다뤘다. 없는 이야기를 포장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것과 경험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아름답지 않더라도 라오스의 진정한 속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바라보는 앵글의 각도는 사물의 원형질이다. 보도사진이 아니라 피사체에 담론을 담는다. 사진은 풍경을 퍼 담는 찰나의 포착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는 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진기자로 활동할 당시 한국사진기자협회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남들이 보지 못한 시각, 남들이 가지 않은 장소, 남들이 하지 않은 발상으로 사진이 아닌 사실을 기록했기에 가능했다.

“알기 어려운 라오스와 이해할 수 있는 라오스, 이해해야 하는 라오스, 흥겨운 라오스로 파트를 나눴다. 목록 그대로 라오스는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해하면 흥겨워진다. 그런 나라다. 라오스를 피상적으로 봐서는 제대로 안다고 볼 수 없다. 라오스는 외관이 아니라 내부에 진정성이 있다. 라오스의 지역·문화·생활·종교·경제·정치·사회·관습·역사 등을 사진을 통해 심층적으로 바라보면 느낌이 새로울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속에 담긴 라오사람들의 눈빛과 해맑은 웃음을 보면 우리네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종과 국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라오스는 먼 나라가 아니라 먼곳에 있는 이웃나라다. 언어와 문화만 다를 뿐이다.”

우 작가는 낯설었던 라오스에서 살면서 알게 된 이야기와 경험한 각종 이야기를 정리하려고 하니 막상 망설여졌다고 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느낀 것과는 다른 점이 많이 담겼다. 라오스의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냥 라오스를 좀 더 심층적으로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다.

"사람들은 비가 많이 내리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젖는다고 생각한다. 건기의 뜨거운 태양볕은 모든 것을 다 말려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완전히 적시지도, 완전히 말리지도 못한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다 알지 못한다. 다 경험하지 못했다.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다. 오해한 것도 있을 수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일부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고 더 많이 젖고 더 말라 보았기 때문에 부끄러움에도 불구하고 썼다."

그가 라오스를 '이보다 답답할 수 없고, 되는 것도 되지 않는 것도 없는 불투명한 나라'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뭘까. 

"라오스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라오스를 아는 사람들은 순수한 나라, 은둔의 나라, 조용한 나라, 미소의 나라, 힐링의 나라, 비밀의 라오스, 느림의 미학이 있는 나라,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나라 등 각종 수식어를 붙여서 이야기한다.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라오스는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일하게 바다가 없는 나라로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다. 불교국가로 외교, 무역, 민간교류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의 관계가 크지 않은 나라다. 한국과의 관계가 적은 만큼 교민들도 많지 않다. 다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탈북민들의 탈출로로 중요하게 인식되던 나라였다. 한국인에게 라오스를 결정적으로 알린 것은 ‘응답하라 1994’의 젊은 출연진들이 ‘꽃보다 청춘’이란 연예프로그램에 나온 이후다. 그래서 항간엔 라오스를 ‘꽃보다 청춘’ 프로 방영 이전과 이후로 구분한다. 그만큼 라오스를 이 프로의 영향을 받은 많은 이들이 찾았기 때문이다. 라오스를 소개하는 이 프로그램은 여전히 한국에서 방영 중이다."

우 작가는 여행을 좋아한다. 책상에 앉아 구글 지도를 통해 하는 인도어 투어(In Door Tour)를 좋아한다. 비용도 들지 않고 시간과 장소는 물론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기에 언제든 떠났다가 돌아올 수 있어서 즐긴다. 또한 무한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직접 가기 전보다 더 흥분되고 기분이 좋다.

"지도 투어를 마치면 반드시 직접 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일을 위해서 갈 때도 있고, 맘을 다스리러 갈 때도 있다. 때로, 꼭 가야만 한다는 강박감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다. 어떤 지역은 등산로를 찾기 위해 수차례를 헤맨 적도 있고 그냥 차로 지나친 곳도 있다. 아직 라오스 전역을 다 가보지 못했다. 라오스 문화를 다 경험하지도 못했다. 라오인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지내보지도 못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냥 오랜 기간을 지내면서 익숙해졌다."

우 작가는 라오스에서 트레킹, 자전거, 오지, 봉사 관련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여행사를 하고 있다. 몇 번에 걸쳐 KBS2 영상앨범 ‘산’에 라오스 산을 소개하기도 했다.

“남들과 다르지만 틀리지 않은 길을 가고 싶다. 물은 반드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다시 높은 곳으로 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순리대로 살련다. 가능하다면 올해 라오스 사진전도 열고 싶다. 한국에 라오스를 알리고, 라오스에도 한국을 알리고 싶어서다. 여러분도 틀린 삶이 아닌, 다른 삶을 향하는 ‘이카로스’의 꿈을 실현해보시라. 행운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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