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극복에 써주십시오” 익명의 기부가 ‘시민정신’ 깨운다
“코로나19 극복에 써주십시오” 익명의 기부가 ‘시민정신’ 깨운다
  • 나인문·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3.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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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청천면 익명의 농부 100만원과 손편지 놓고 사라져
대전·천안·서산 등도 ‘고통분담’ 선행 잇따라 잔잔한 감동
괴산 청천에서 익명의 농부가 기탁한 성금과 손편지. 괴산군 제공
괴산 청천에서 익명의 농부가 기탁한 성금과 손편지. 괴산군 제공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좋은 일에 써주십시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지만 충청지역 곳곳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과 배려하는 시민정신이 빛나고 있다. 익명의 기부자들은 그리 크지 않은 기부금이지만 정성으로 꾹꾹 눌러 쓴 손편지와 함께 상처 입은 민심을 보듬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3일 괴산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6시께 한 남성이 청천면사무소를 찾아와 슬그머니 봉투를 내밀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100만원과 함께 ‘코로나19로 마음고생이 많으리라 생각된다. 어려운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적힌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농사를 지으며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아 이렇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한다”며 “얼마 되지는 않지만 모든 이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도 적었다.

청천면사무소 직원들은 이 남성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괴산군은 이 남성의 뜻에 따라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에 전달하기로 했다. 노현호 청천면장은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따뜻한 마음으로 후원해주신 익명의 기부자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이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검역과 방역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대전 서구보건소에 익명의 편지와 간식이 배달됐다. 보건증 발급을 위해 보건소를 자주 이용하는 평범한 주민은 직접 쓴 편지와 도넛 여섯 박스를 놓고 갔다. 편지에는 “매일 아침 눈을 떠 뉴스 기사를 접할 때마다 하루에 몇백 명씩 늘어나는 환자에 잠을 미뤄가며 시민들을 지켜주는 분들께 뭐라도 해드리고 싶어 이렇게 도넛을 보낸다”고 적혀 있었다. 이어 ”비록 마스크나 방진복은 아니지만, 관계자분들 몸 챙기시고 끼니 거르지 마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서구보건소 관계자는 “몸은 고되지만,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하나로 열심히 버티고 있다”며 “이렇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 사랑을 받으니 진심으로 힘이 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천안 익명의 천안시민이 보낸 손편지
익명의 천안시민이 보낸 손편지

천안 서북구에서도 30대로 추정되는 남녀가 코로나19 사태 관련 시급한 곳에 사용해달라고 쓰인 손편지와 함께 현금 5만원을 익명으로 전달했다. 손편지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천안에 퍼져서 그 심각성이 더 실감이 나는 가운데 조금이나마 마음을 보태려 한다”며 “얼마 안 되지만 현재 가장 시급한 데 써주시길 바라고 코로나 사태에 적극 협조하시는 모든 시민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적혀있다.

이재영 천안시 서북구청장은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가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에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에 크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 방역요원들도 익명의 독지가가 보내온 사랑의 음료수를 마시고 힘을 내고 있다. 보건소 직원들은 '힘내라'며 음료수와 조청, 청과를 현관 입구에 몰래 두고 도망치 듯 뛰어가는 40~50대 여성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질병 방지를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라는 진심 담긴 아주머니의 글을 읽은 많은 직원들은 힘들지만 더더욱 힘을 내며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보건소가 승리한다'는 엠블럼을 다짐했다

한편, 충남 서산에 사는 익명의 80대 할아버지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시민을 위해 써달라며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98만원을 기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은 마스크 4000개와 손 소독제 150개를 시에 기탁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4812명, 누적 사망자 수가 28명에 이르며 민심이 흉흉한 이때, 이름 없는 기부자들이 보내는 가슴 따뜻한 '고통분담'과 '애휼'의 손길이 대한민국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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