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두 번이나 나간 시골처녀 '춤바람 났네'
전국노래자랑 두 번이나 나간 시골처녀 '춤바람 났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1.20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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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댄스·난타 강사 서유나
13년째 아이들에게 춤 전수…운동회 댄스로 흥행몰이
배우·MC·가요제 출연·축제 메인 공연등 팔방미인 활약
댄스 난타 강사 서유나(맨왼쪽). 미디어붓
댄스 난타 강사 서유나(맨왼쪽). 미디어붓

조용하던 시골에 스텝 좀 밟고 노래 쬐끔 부른다는 통통 튀는 처자가 시집을 왔으니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이게 뭔 일이냐며 시끌벅적했을 법도 하다. 풀이하면 ‘시골처녀, 춤바람 났다’쯤 될까. 13년째 댄스·난타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유나 씨는 비범한 댄서다.

춤바람, 신바람을 일으켜 화제가 되고 있는 그녀는 꽃처럼 하늘거릴 듯 가녀리지만 일상은 ‘직진’이다.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긍정에너지 때문이다. 돌아서 간들 그 길은 멀고 멀 뿐이라고 여긴다. 시골 댄스 강사(국가자격 청소년 지도사)의 진가는 미백(美白)의 웃음에 있다.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자식으로, 여자로 살아가는 5인5역의 억척 여인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댄스와 난타를 가르치고 있어요. 천방지축이지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선한 마음이죠. 시골엔 댄스나 난타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몸을 쓰는 놀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색다른 발상을 했습니다. 운동회 때 국민체조를 없애고 댄스체조로 바꾸자고요. 모두들 의아해했지만 조회 단상 앞에 성큼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세상아, 즐거워라 하며 마구 흔들어댔죠. 이제는 운동회 댄스가 정례화 됐습니다. 당연히 매년 하는 줄 압니다.”

아이들 공연 모습. 미디어붓
아이들 공연 모습. 미디어붓

결과는 놀라웠다. 얌전한 아이들의 몸짓이 달라졌고 이상하게 보던 학부모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학예발표회는 1년간의 결실을 얻는 무대였다. 집에서 오냐오냐 살던 아이들이 숨겨진 끼를 발산하자 환호하기 시작했다. 눈시울을 붉히는 부모도 많았다. 당연히 방과 후 프로그램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도 호평 일색이었다.

“지난해 충북도 댄스경연에서 동상을 수상한 제자들(보광초)은 지역축제(괴산군 사리면 효문화축제·예술꽃축제 등)에서 댄스와 난타로 공연을 합니다. 어느 대중가수들 못지않게 인기가 많아요. 어쩌면 그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마을회관에서 재능기부로 다이어트 댄스를 가르쳤는데 입소문 나기까지 5년5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이젠 ‘고추잠자리’ 팀을 만들어 ‘고추축제’를 비롯해 모든 축제를 장악해버렸죠.(웃음) 옆 동네인 증평 ‘들노래축제’, 심지어 제주도 가시거리 축제까지 원정을 갑니다. 군수님, 면장님, 이장님들도 저희 팀댄스와 사물놀이, 농악놀이, 난타, 가요를 믿고 좋아해주십니다. 덕분에 문화인상도 받았어요.”

서유나 강사.
서유나 강사.

그녀는 ‘오늘’을 ‘내일’처럼 치열하게 산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일’이란 당연히 오는 내일뿐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이라는 담보는 없다. 그는 지치고 힘들 때 의도적으로 힘든 표정을 짓지 않는다. 표정에는 감정이 묻어있다. 그래서 항상 웃는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신명을 타고 났는지는 몰라도 사람들 앞에서나 무대 위에서 부끄럼을 타거나 긴장을 하지 않아요. 시집온 첫날부터 그런 면을 들켰는지 몰라도 시아버지가 의향도 묻지 않고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전국노래자랑에 참가시켰습니다. 당시 출산 예정일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만삭이었는데 말이에요. 직진만 하시는 시아버지 덕분에 210명과 겨뤄 본선 진출자 9명안에 들었죠. 결과는 ‘인기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5년이 지난 후에 다시 ‘전국노래자랑’에 출전했고 두 번째 본선에서 송해(오빠)를 다시 한 번 만났다. 그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움을 의도적으로 희석시킨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끄럽다고 느끼면 나설 수 없고, 나설 수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다. 무대는 그녀의 세상이다. 광활하지만 진폭이 넓기에 가능하다.

“어릴 적 꿈은 연예인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고, 고등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오디션과 단역배우로 방송에 출연도 했죠. 노래자랑이나 댄스경연이 있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도전했고 반드시 상을 받았습니다. 남다른 도전정신이 있었나봅니다. 대학가요제(충북예선)에서는 10대1의 경쟁률을 뚫기도 했어요. 하지만 계속 좋았던 건 아녜요. 대학가 호프집에서 노래 알바를 하며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얼마나 열심히 동동거렸는지 서울에서 ‘대학로 서유나’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니까요.”

그녀의 끼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다. 학창시절 내내 체험학습과 수련회의 장기자랑 기획자였고 개개인의 포지션까지 챙겨주는 프로듀서(PD)였다. 대학에선 공연제작전공을 했는데 학교 MC를 도맡았다. 청주 KBS방송국에 스카우트 돼 아침마당 노래자랑 코너에 수없이 출연하기도 했다. 그녀는 어디서든 톡톡 튄다고 해서 스스로를 ‘팝콘’이라고 표현했다. 억척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어느 것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일단 시작하면 흥을 돋운다. 노래가 있고, 웃음이 있고 여운이 있다. 그것의 궁극적인 종착점은 에너지다.

서유나 강사(왼쪽 두번째)

“저는 돌려 말하지 않아요. 말괄량이 삐삐 같기도 하고, 명랑소녀 같기도 해요. 남들은 팔방미인이라고도 하죠.(웃음) 긍정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언제나 밝게 살려고 합니다. 어머니의 영향도 있습니다. 환갑이 됐는데도 피아노와 해금을 배우고 있거든요. 무엇을 계획할 때 실패를 먼저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가르치셨어요.”

명절이면 그녀의 독무대다. 친가들이 모두 둘러앉으면 그녀는 송해도 되고 홍진영도 된다. MC를 보고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고 결국엔 웃게 만든다. 귀띔으로 혼자서는 절대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어느 한사람이 취해 버리면 그 무대는 끝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함께 있고 함께 취하는 것이 주도(酒道)란다. 결국 술 마시는 것도 나누고 공유하며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가는 공유라는 개념이다.

“한(恨)이 아니라 흥(興)을 추구합니다. 전 개그우먼이 아녜요. 그렇다고 춤바람 난 처자도 아니죠. 한마디로 즐겁게 살자는 겁니다. 에너지는 전염됩니다. 흥(興)도 전염되고요. 사람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즐거울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내던질 수 있어요. 제게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무대는 있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생긴다. 시골의 평범한 처자가 일으키고 있는 ‘춤바람’은 마을의 흥이요, 지역의 에너지다. 지금처럼 학생들과 소통하며 재능과 에너지, 끼를 나눠주고 싶다는 젊은 시골 처자의 눈빛에서 고요한 개혁, ‘흥(興)’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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