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붓을 들면서
다시 붓을 들면서
  • 나인문 기자
  • 승인 2018.12.04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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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물은 다투지 않고, 만물을 이롭게 한다는 의미다. 절기에 맞춰 피는 꽃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다투어 피어나지 않는다. 새들도 사람들의 귀를 의식해 지줄 대지 않음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300여 일의 시간이 흘렀다. 1월 다니던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미디어 붓이라는 제호아래 다시 붓(Pen)을 잡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돌이켜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고 하면 긴 시간이다.

고백하건대 결국 떠났던 곳(언론)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1개월간 가뒀던 마음의 빗장을 걷어내려고 애썼지만, 아직도 걷어내야 할 것들이 남아있음을 실감한다.

'미디어 붓이 창간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그 분들의 주문은 한결같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똬리를 틀고 비열한 축적을 일삼는 저급한 언론이 되지는 말아달라는 당부다.

당랑규선(螳螂窺蟬)이라는 고사가 있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엿본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에 어두워 뒤에 따를 걱정거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미는 뒤에서 사마귀가 자기를 노리는 줄도 모르고, 사마귀는 참새가 하늘에서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는 바람에 더 큰 이익을 놓칠 때 쓰는 말이다.

누군가는 꿈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일탈을 얘기하지만 떠난 사람이나 떠나보낸 사람, 돌아온 사람이나 남아있던 사람 모두 희망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언론 본연의 사명은 정론이다. 언론이 가야할 정도(正道)와는 다른 탐욕과 욕망의 사도(邪道)만 걸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어려움도 분명 존재할 터이다. 그렇다고 희망만을 노래하고 싶지 않다. 역사는 승리로 인해 한 발 당겨지지만, 좌절이나 아픔을 겪으면서 두 발 건너뛰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이다. 처음은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설레기도 한다. 그만큼 가능성이 있다는 반증이다. 욕심 내지 않고 채워 나갈 것이다.

노을은 하늘이 두려워 석양을 물들이지 않는다. 중천(中天)에 뜬 휘영청 밝은 달도 칠흑 같은 어둠을 흩날리기 위해 뜨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세상 만물에는 다 이치가 있다.

미디어 붓이 문약한 붓촉을 잡고 돈과 권력을 나누지 않으려는 것도 언로(言路)’를 틔우기 위한 다짐이다.

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가 마치 매미-사마귀-참새처럼 뒤얽혀 있다지만, 미디어 붓은 독자의 쓴 소리나 단말(端末)을 오롯이 받아낼 통로가 될 것을 약속한다.

미디어 붓의 출범은 또 하나의 인터넷 언론이 머릿수를 하나 더 채우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비판하고 권력을 감시하며 할 말은 하는 참 언론을 만들기 위한 소명이다. 물론 그 대상에서 지방언론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흔히 뉘우침이 없는 역사는 비극을 반복하고, 청산 없는 역사는 미래를 지워버린다는 말이 있다. 따라서 미디어 붓은 콩과 보리도 분간 못하는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위선이 진실을 가리지 않는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해본다.

그래서 다시 먹을 간다. 붓을 잡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전폭적인 성원과 관심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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