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의 시대에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절제의 원칙들
유혹의 시대에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절제의 원칙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4.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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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심리학자 스벤 브링크만의 저서 '절제의 기술'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시대다. 끊임없는 유혹의 나날을 현대인들은 산다.

무수한 행복이 주변에서 우리를 유혹한다. 새 옷을 입고, 좋은 차를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여행지를 가면 누구나 쉽게 행복해질 것만 같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들을 빨리, 그리고 많이 성취해낸다고 해도 결코 완벽한 만족에 이르지 못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랄까, 아니면 다람쥐 쳇바퀴 돌기랄까? 눈앞에 어른거리는 행복을 열심히 좇고 또 좇아도 더 좋은 기회를 놓치고 흐름에 뒤처질까봐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포모'는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나 세상의 흐름에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공포를 나타내는 일종의 고립공포감을 뜻한다. 반면에 '조모'는 내려놓는 일과 뒤처지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절제의 즐거움을 이른다. '포모'가 잃어버림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조모'는 놓아버림의 자유로움이다. 덴마크 심리학자인 스벤 브링크만 교수(알보그대학)는 저서 '절제의 기술'에서 "행복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데 달려 있다"고 역설한다. 그러면서 심리적, 실존적, 윤리적, 정치적, 미학적 관점에서 절제의 원칙들을 설명해준다. 얼른 말해 '포모'가 아닌 '조모'로 살자는 거다.

알다시피 덴마크는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중 한 곳이다. 브링크만 교수는 덴마크인들이 행복 비결로 여기는 '얀테의 법칙'에 그 비결이 있다고 말한다. 인생에 대한 기대를 적게 하고, 그 안에서 선택지를 줄여가자는 얘기다. 얼핏 비관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이 태도가 오히려 불안과 불만을 줄이고 속깊은 행복을 안겨준단다. 종종 '포기하면 편해지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 소박하게 자리한다.

이런 미덕은 결코 현대의 덴마크에서만 소망하는 게 아니다. 고대 그리스인들도 절제의 미덕을 일찍이 깨닫고 있었다. 절제와 중용을 시민 모두가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여겼던 것. 돌아보면 이 같은 삶의 방식은 비움과 내려놓음의 동양 철학과 종교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저자는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절제의 원칙들을 제시한다. '선택지 줄이기'와 '진짜 원하는 것 하나만 바라기', '기뻐하고 감사하기', '단순하게 살기', '기쁜 마음으로 뒤처지기' 5가지 원칙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이런 얀테의 법칙과 삶에 대한 낮은 기대 덕분에 덴마크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행복할 뿐 아니라 실망과 실패에 잘 견디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언제든지 부정적 결과를 마주할 심리적 준비가 갖춰져 있어서다. 부정적 사고의 긍정적 힘이랄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방어적 비관주의'로 부른다고 한다. 저자는 그 반대의 경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꼽는다. 이를테면 '공격적 낙관주의'다. 브링크만 교수는 "온갖 허풍과 확고한 자신감으로 무장한 트럼프는 긍정적 사고의 화신"이라며 "그의 온몸은 결코 완전히 채워질 수 없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긍정적 사고는 사회적으로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 특히 자신에게 맞서는 이를 조직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가운데 그의 긍정이 오로지 자기만을 향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트럼프야말로 욕망의 쳇바퀴를 끊임없이 굴리는, 한계를 모르는 문화의 표본"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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