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빨라진 일상복귀론 "글쎄올시다"
좀더 느슨해진 ‘사회적 거리두기’ 빨라진 일상복귀론 "글쎄올시다"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4.1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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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재필 칼럼-문방사우]주춤해진 코로나19에 방심할건가
국민들 마스크 벗고 다중이용시설 찾고…예상보다 일찍 경계심 풀어
신규확진 줄었지만 무증상 전파·재양성 속출…“폭풍전야 고요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을 찾아가며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안정을 찾아가며 17일 오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마스크를 벗어던졌다. 식당 안은 왁자지껄하다. 사람들 눈빛에는 날선 경계심이 풀렸다. 이제 괜찮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음지의 유흥가는 손님들로 가득 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회적 거리는 1m내로 좁아졌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좀비’다. 긴장을 푸는 순간 인간 고리를 물어뜯는다. 둑이 터진다.

신규 확진자가 수일간 20명대를 유지하면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전, 충북, 전북, 전남, 경남에서는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생활방역(일상+방역) 기본조건으로 제시한 ‘일일 확진자 50명 미만 유지’, ‘감염경로 미확인 환자 비율 5% 미만’이라는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

그러나 아직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염원을 알 수 없는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경북 예천에서는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감염자 1명이 30여명을 감염시켰다. 그는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미용실, 식당, 오락실, 목욕탕, PC방, 당구장 등을 누비고 다녔다. 현재까지 무증상 감염자도 140명을 넘어섰다. 알고 당하면 막을 수 있지만, 모르는 상황에서 당하면 감당할 재간이 없다. 지금 코로나19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라져 보일뿐이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이다.

정부와 여당은 ‘슈퍼위너’가 됐다고 들떠있다. 대한민국의 방역모델, 이른바 ‘K방역’에 전 세계가 주목한다고 자랑을 한다. 나아가 정확도 높은 진단키트,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드라이브 스루와 워크 스루 검사, 자가진단 앱 활용, 병상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치료센터 도입, 질서 정연했던 전국 단위 선거방역 등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들까지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양념까지 친다.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전파되고, 감염 후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치유되는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감염 후 언제부터 전파력을 갖는지 무증상 전파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사회적 좀비’가 거리로, 식당으로, 회사로, 학교로 쏟아져 나온다면 그 재앙은 막지 못한다. 은밀한 전파이기 때문이다. 발병한 자도, 완치된 자도, 다시 발병한 자도 잠재적 좀비균 보유자다. 죽었던 바이러스는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가 ‘방심의 허’를 찌른다. 코로나19는 ‘죽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부활’ 가능한 변종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예방주사다. 추가적인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거리다. 우리는 그간의 경험으로 국민 개개인이 서로 깊이 연결된 존재이며, 재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학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준수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런 마당에 섣불리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교, 출근 등 당장의 편안함을 도모한다면 가족, 이웃, 공동체, 국가는 ‘좀비 사회’를 맞을 수도 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두려워하는 것은 ‘나만의 병치레’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숙주가 돼 누군가에게 전파하고, 그 사람이 또 한명의 숙주가 되는 것이니 두려운 것이다. ‘나’ 하나로 끝나지 않으니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신종, 변종을 통해 계속 진화한다. 치료제를 개발하면 다른 신종이 또 생긴다. 그 신종은 변종이 돼 인간을 괴롭힌다.

아프면 쉬면된다. 그러나 쉬는 것보다 아프지 않는 게 우선이다. 지금은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활보할 때가 아니다. 1m앞에서 비말을 뿌리며 인간적 거리를 가질 때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이 코로나19와 ‘마지막 전쟁’을 벌일 골든타임인지도 모른다.

코로나19가 '침묵의 살인자'라면 우리의 해이해진 마음이 '침묵의 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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