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호두·호로·호떡의 주인은 ‘오랑캐’
호주머니·호두·호로·호떡의 주인은 ‘오랑캐’
  • 나재필 기자
  • 승인 2020.05.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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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사극 중 이성계 역을 맡은 유동근. KBS제공

우리나라에는 호주머니가 없고, 중국옷에는 헝겊을 단 주머니가 있었다. 그것을 오랑캐 호(胡)자를 써서 ‘호주머니’라고 부른다. 당시 이들은 잦은 전쟁으로 전투나 수렵을 위한 소도구를 몸에 지녀야 했다. 그 방편으로 옷에 주머니를 달기 시작했다. 우리 역시 북방 민족들의 영향을 받아 주머니를 만들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호(胡)’로 시작하는 단어들은 보통 중국에서 들여온 것에 붙이는 접두사다.

'호로자식'은 배운 데 없이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인다. 호로(胡虜)는 오랑캐라는 뜻이다. 청나라를 세운 여진족은 조선에 침입해 병자호란을 일으켰다. 이때 조선은 청나라에 공녀를 바쳤는데, 이들이 돌아오자 사람들은 환향녀(還鄕女)라 불렀다. 이 환향녀들 중에서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태어난 사람들을 ‘호로새끼’, ‘호로자식’이라고 불렀다.

'호떡'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음식이다. 호인(胡人)들이 먹는 떡이 곧 호떡이었는데, 여기서 ‘호’는 서역(西域, 중국 신장지역, 우즈베키스탄, 중앙아시아, 아랍 포함)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호떡은 기원전 2세기 서역에서 중국으로 전해졌는데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도 호떡을 무척 즐겼다고 한다.

'호두'는 처음 페르시아(현재의 이란)에서 자생했는데 한나라 무제(한족의 황제중 가장 오래 재위)때 장건이 실크로드를 통해 가져와서 중국에 들어오게 됐다. 호두나무는 호도(胡桃)나무라고도 하는데 열매가 복숭아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호박'은 한문표기 ‘남과(南瓜)’가 남만(南蠻, 남쪽의 오랑캐라는 뜻으로 남쪽 지방에 사는 민족을 낮잡아 이르는 말)에서 전래됐다는 뜻을 내포한다. 박과 유사한 것으로 오랑캐로부터 전래된 것이라 하여 호박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각(胡角) 역시 만주인이 불던 뿔로 만든 피리를 말한다. 후추는 한자어로 호초(胡椒)라 하는데, 한나라 때 서역의 호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장건이 실크로드를 통해 가져왔다해 ‘호나라에서 전래된 초(椒)’, 호초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호떡과 달리 '호빵'은 호(胡)와 관련이 없다. 1971년 삼립식품이 일본에서 유래한 분식집 찐빵을 집에서도 먹기 좋게 쪄서 호호 불며 호호 웃고 먹으라고 작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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