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고 미래 이끄는 힘이 독서, 지역공동체속 '사랑방'을 꿈꾸죠
세상읽고 미래 이끄는 힘이 독서, 지역공동체속 '사랑방'을 꿈꾸죠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1.2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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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김천식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
"평생학습의 기초가 독서···도서관은 남녀노소 즐기는 마음의 창구"
김천식 청주시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 미디어붓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는다. 마음에 문자가 와 닿았을 때 글은 비로소 지혜가 된다. ‘하루 15분씩 독서하면 40년 후에는 1000권의 책을 읽게 되고, 1000권의 독서량은 대학을 다섯 번 졸업한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독서는 세상을 읽는 힘이고, 미래를 이끄는 힘이다.

김천식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은 ‘책 읽는 청주’ 등 시민독서문화운동을 통해 미래형 지식정보센터로서의 파수꾼을 자임하고 있다. ‘책 읽는 청주’운동의 모체인 ‘한 책, 한 도시’(OneBook OneCity)' 독서운동은 1998년 미국 시애틀 공공도서관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지역주민이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통합을 이뤘다는 성공 프로젝트다. 김 본부장을 만나 책과 미래, 지역공동체와 독서문화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는 지역주민 누구에게나 지식과 정보를 평등하게 제공해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있다. 이용자 중심, 시민 중심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민독서운동인 ‘책 읽는 청주’는 모든 시민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문화 본류의 장입니다. 지난 2006년 9월 시작했으니 꽤 공력을 쌓은 편이죠. 민족과 인류의 자랑인 직지(直指)를 기반으로 청주의 정체성을 살리고, 현대적으로 계승발전 시켜 ‘책의 도시’라는 고유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책의 도시' 청주는 14개 공공도서관·132개 작은 도서관이 쉼터 역할

청주시는 인구 80만 이상 7개 도시 중 문화기반시설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도서관 인프라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개관을 앞두고 있는 ‘금빛’, ‘가로수’까지 합치면 14개의 공공도서관, 132개의 작은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그만큼 권역별 정보 네트워크가 촘촘하다.

“도서관 서비스는 지역민들이 체감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체감은 온도 같은 겁니다.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 어르신, 소외계층 등 남녀노소 모두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껴야합니다. 그 독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책무죠. 지식정보시대에 ‘청주’라는 도시의 창조역량, 시민의 지적 욕구와 정보 수요를 맞춰주려고 합니다. 도서관평생학습본부는 시민들의 소중한 문화적 쉼터입니다. 지식과 정보의 혜택은 누구나 차별 없이 골고루 누려야 해요. 그래서 항상 다양하고, 편하고, 특색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끝이 없는 만큼 평생학습이 중요시된다. 김 본부장은 평생학습의 기초가 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은 소년의 음식이 되고, 노년을 즐겁게 하고, 위난(危難)의 도피소가 되고, 여행할 적엔 친구가 된다’는 말을 시금석처럼 여긴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맞아 인생설계와 여가문화는 한 축입니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잘사는 것이 중요하죠. 한마디로 삶의 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 트렌드를 맞추지 못하면 여가조차 즐길 수 없어요. 그래서 평생 배워야합니다. 독서는 자발적인 체득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누가 억지로 떠먹이는 이유식(baby food)이 아니라 스스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이죠. 독서처럼 창의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활동도 없다고 봐요.”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을 소개했다. 구한말 경허(鏡虛) 대선사의 일대기를 그린 구도소설인데, 정해진 바 없는 깨달음의 길을, 스승 없이 홀로 깨달아 선불교 법통을 다시 잇는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책에서 민중들의 희구를 읽었다. 길 없는 길은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무(無)의 길이었다. 그는 경허 선시 중의 한 구절인 ‘일없음이 오히려 나의 할 일’이라는 구절에서 심혼의 불이 당겨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책에는 다른 사람, 다른 시대, 다른 삶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상황이지만 어쩌면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같은’ 상황입니다. 한사람, 한사람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서 즐거움을 공유하면 우리의 삶도 달라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떤 혁신보다 부서·직원 소통하는 것이 혁신···마음의 창(窓) 열고 대화

김 본부장은 소통을 중요시한다. 사서직원들 애로사항을 일일이 챙겨들으며 활로를 찾는다. 조직의 혁신은 부서 간, 직원 간 ‘열린 마음’이 생겼을 때 가능하다. 마음의 창(窓)이다.

“소통(疏通)의 ‘소(疏)’는 아이가 자궁을 발로 차고 나온다는 거고, ‘통(通)’은 길이 시원하게 뚫린 모양새라고 하죠. 사방팔방 뚫릴 때까지 고통을 참고 이겨내면 새로운 세계가 열려 활력이 생긴다는 뜻일 겁니다. 누구나 처음 만나면 낯설고 어려워들 합니다. 그 분위기로는 즐겁게 일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직원들과 눈을 맞추고, 생각을 나누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조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불통에서 시작됩니다. 소통하다보면 어려운 일도, 해내지 못할 일도 없습니다.”

김 본부장은 동장(洞長)을 맡았을 때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시(市)가 정책적 결정을 한다면 동(洞)은 인간 친화적 결정을 한다. 직접 현장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기 때문이다.

“당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께서 문(門)이 고장 났다기에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장 난 것은 문(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직원들과 힘을 합쳐 집안 곳곳을 수리해줬습니다. 족히 3000만원은 들었을 겁니다. 그 어르신의 따뜻한 눈물이 잊히질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현장행정의 가르침입니다.”

김천식 청주시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 미디어붓
김천식 청주시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 미디어붓

김 본부장은 지난해 ‘직지 숲으로의 산책’을 주제로 열린 ‘2018청주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사무총장을 맡아 9개월 동안 직지코리아 조직위를 운영했죠. 관람객 40만명과 외국인 관람객 2만명 목표를 무난히 넘겼어요. 세계인쇄박물관협회(IAPM) 창립총회가 열리면서 직지코리아 내면의 가치, 정신적 가치를 부각시키려고 했습니다. 물론 직지와 힐링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세계 속 기록 문화도시로 거듭나는데 한몫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이 공로로 제3회 운초문화상을 수상했다.

김 본부장은 청주서 나고 자랐다. 내성적인 성격에 학창시절은 평범하고 반듯하게만 지냈다. 영어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우연히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됐고, 그것이 벌써 40년이다. 몇 년 하다가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강산이 네 번 바뀌었다고 웃음 짓는다.

“2년 후면 정년이에요. 참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상사, 동료, 직원들 모두 좋은 인연이었어요. 공직을 떠나면 받았던 사랑을 여기저기 돌려줄 생각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도 늘 베풀어야한다고 가르치셨어요. 같이 사는 삶, 더불어 사는 삶을 강조하셨지요. 전,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강조하곤 합니다. 하나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거예요. 왜 출근하는가, 왜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지 정체성을 가지라는 거죠. 또 하나는 책이나 신문을 읽으라는 겁니다. 생각을 심으면 행동을 거두고, 행동을 심으면 습관을 거두고, 습관을 심으면 인격을 거둔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모든 것의 근원은 생각이라는 것인데, 이 생각의 원천이 바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본부장은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한다.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고, 이왕 시작한 거 웃으며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우연히 공무원이 됐다고 했지만, 40년 공직의 길은 필연이었고 숙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공직은 주어진다기보다는 타고나는 것이기에 그렇다.

☞작은 도서관에 관한 담소<談笑>

김천식 본부장은 시민 중심, 수요자 중심의 도서관, 복합 문화공간 창조를 꿈꾼다. ‘이름 하여 사랑방 같은 도서관’이다. 계층 간 정보 불평등을 해소하고 만인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게 접근의 편의성을 개선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정부도 최근 중산층 위주의 도서관을 서민형 생활밀착공간으로 바꾼다는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김 본부장의 방향성과 궤를 함께 한다. 정부는 현재 1042개인 공공도서관 수를 2023년까지 1468개로 늘리고, 작은 도서관 수도 6058개에서 6820개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김 본부장은 132곳이나 되는 작은 도서관에도 열정이 많다. 현재 등록기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난립돼있고 운영여건마저 천차만별이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은 전담인력과 예산이 수반되는 곳인데, 그만큼 운영자 의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작은 도서관 운영자는 마을활동가가 돼야한다고 믿는다. 이곳은 마을 의제 논의 장소, 공동육아장소, 어르신 소일거리 등 복합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마을의 커뮤니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이 없던 시절부터 지역주민들 속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곳입니다. 서비스가 미치지 않는 부분까지 감싸주는 생활 속 밀착 독서공간이죠. 마을공동체의 사랑방 같은 기능을 합니다. 청주시는 작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도서구입, 독서문화 프로그램비, 운영비, 독서동아리 육성비, 순회사서 파견사업, 순회문고 운영, 작가와의만남 지원, 북콘서트 지원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요즘 주력하는 분야는 교육지원사업입니다. 올 상반기에는 기초운영자교육을, 하반기에는 주제가 있는 전문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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