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들어간 것도 뺏고 싶은...
입에 들어간 것도 뺏고 싶은...
  • 나인문
  • 승인 2020.05.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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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향천리행 인덕만년훈(花香千里行 人德萬年薰)'

중국 제후나 선현들의 일화나 우화를 엮어 놓은 설원(說苑)이라는 고서집에 나오는 말로, “꽃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덕은 만년 동안 훈훈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처럼 숭고한 나눔의 뜻을 저버리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 이들도 있어 씁쓸함을 자아내게 한다.

얼마 전 충북 한 고을의 독지가가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00만원 상당의 3㎏들이 돼지고기 833세트를 한 봉사단체에 기탁했다.

이 독지가는 매년 설날이나 추석, 연말연시에 관내 장애인복지관과 저소득층을 위해 돼지고기를 기탁하는 등 소외되기 쉬운 주위 이웃들에게 지속적으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전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웃을 보듬기 위한 그의 의지에 뜻하지 않는 복병이 등장했다.

돼지고기를 전달받은 어떤 이가 “왜 살코기는 적고 비계만 많이 들어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하면서 이 독지가의 가슴을 후벼 팠다고 한다.

‘자식 된 도리, 부모 된 의무’마저 외면하고 세상과 돌아앉는 일이 비일비재한 각박한 세상에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세상의 냉기를 조용히 감싸온 그의 억장도 무너져 내렸다.

조금만 건드려도 상처가 덧나서 금방이라도 살점을 앗아갈 것 같은 가난과 시련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줌의 희망이라도 전달하기 위한 그의 가슴에 상처가 난 것은 당연지사.

가난과 질병 때문에 손톱발톱도 지쳐 울고, 생의 등짐이 등뼈를 파고드는 아픔을 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업(善業)을 베푼 것이 오히려 독이 돼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그는 되려 그를 찾아가 사과했다고 한다. 도축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양의 돼지고기를 분배하면서 살코기와 비계가 기계처럼 정확히 분배되지 못했지만, 모든 책임을 자신의 부덕으로 자책했다.

여느 장삼이사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과는커녕 입에 들어간 것도 뺏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타박대신 자신을 낮추는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가슴이 저민다.

이왕 공짜로 받았으니 비계가 많으면 살코기 한 근 사서 보태면 될 터이고, 살코기가 너무 많아 기름기가 생각나면 비계 붙은 고기를 조금 더 사서 먹으면 될 일인데, 준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는 이들이야 말로 준 것도 뺐고 싶도록 하는 몰염치가 아닐 수 없다.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백 섬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 본디 인간의 욕심인데, 나누고 베풀고 싶어 하는 독지가의 가슴에 비수를 겨누는 거지근성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려는 이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독자들의 엄중한 경고를 각오하고 그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얻어먹는 고기를 놓고 비계 타령을 하는 시간에 벽돌 한 장이라도 더 나르며 막노동을 해서라도 남 탓 말고 제 돈 주고 고기를 사 잡수시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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