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쏟아지는 밤을 즐기는 ‘소확행’
별이 쏟아지는 밤을 즐기는 ‘소확행’
  • 미디어붓
  • 승인 2020.05.2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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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편안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절규하는 행위다. 편안함을 버리는 것, 소확행(小確幸: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도 여행이 주는 교훈이다.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ランゲルハンス島の午後)’(1986)에서 쓰인 말로,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을 때,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처럼 소소한 즐거움을 말한다.

여행에서 가장 치명적인 유혹은 ‘편안함’에 대한 갈구다. 여행 초기부터 가족(편안함)이 그리워지고 안방 구들장(안락함)이 그리워지면 사실상 완주하기 힘들다. 편안했던 것은 여행전의 일상이었고, 일단 짐을 꾸리고 떠났으면 공상(空想)을 버려야 한다. 그래서 여행이란 뻔한 일상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감사함을 배워가는 시간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왜 중요하고, 목석처럼 지냈던 아내가 왜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여명(黎明)이 왜 그토록 차가운 습기를 머금고 오는지, 별이 쏟아지는 밤은 왜 그리 지루하고 외로워지는지, 길은 왜 설레지 않고 항상 민낯으로 다가오는지, 그 속뜻을 알지 못하면 여행은 끝이다.

여행이란 낯섦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일, 새로운 세상에 대해 도전하는 일이어서 웬만한 끈기와 참을성이 없으면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이다. 오 비(雨)여, 오 비(悲)여.

서산 사기리 전경. 미디어붓DB
서산 사기리 전경. 미디어붓DB

◆엽기지명-사기리(충남 서산시 고북면)

서산시 사기리는 농촌이어서 농촌이 아니라 진짜 농촌의 얼굴을 지녔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나와 서산A지구 방조제를 끼고 북쪽으로 가다보면 나온다. 인근에 간월호를 품고 있다. 사기리의 봄빛은 진녹색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자연의 천연 색감을 띠고 있다. 이곳에서의 라이딩은 속도가 아니다. 천천히, 천천히 들길을 음미하면서 걷다시피 달린다. 그러니 힐링의 장소다. 개안(開眼)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눈이 뜨이고 눈이 씻긴다. 여행자의 눈 속에 청보리밭 샛길로 열려진 하늘이 보인다. 바이크 라이딩이 좋은 이유는 풍경과 기억을 추억이라는 프리즘으로 담아낼 수 있어서다.

‘사기리’라는 지명은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사기(詐欺)’의 그악스러움과 절대 배치된다. 어감은 어감일 뿐이다. 대부분 그릇(沙器)을 굽는 가마터가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서산시 고북면 사기리 역시, 고려 시대 백자 가마터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는 사기점(沙器店)이 있어 사기소(沙器所), 사기포(沙器浦) 사기리(沙器里)라 칭하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천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는 고려 말 사기를 만들던 곳이고 경산시 화양읍 사기리는 조선 시대 가마터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그막·사기막리로 불리기도 하는 충주시 동량면 사기리의 지명 유래 또한 충주댐 수몰지구 유적발굴조사를 통해 구석기 시대 유물 등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여타 지역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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