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밥차' 봉사대왕 아시나요
'사랑의 밥차' 봉사대왕 아시나요
  • 나재필 기자
  • 승인 2019.01.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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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이승규 희망나눔라자로급식봉사단 회장
“참된 봉사는 베푸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
이승규 희망나눔라자로 급식봉사단 회장이 무료급식 천막 안에서 무쇠솥 국을 마련하고 있다. 미디어붓
​이승규 희망나눔라자로 급식봉사단 회장이 무료급식 천막 안에서 무쇠솥 국을 마련하고 있다. 미디어붓

19년째 대전역 동광장에서 ‘사랑의 밥차’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규 희망나눔라자로 급식봉사단(대전시 광역자원봉사단 회장·㈜새한환경 대표·67) 회장은 봉사대왕이라 불린다. 그만큼 나눔과 봉사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치르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그이지만, 불운과 불행을 딛고 나눔과 봉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이 회장은 “참된 봉사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밥차’를 찾아간 날은 영하 7℃로 제법 쌀쌀했다. 이 회장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무쇠 솥의 배춧국을 끓이느라 여념이 없었다. 오전 10시가 안 된 시간인데 천막 안에는 벌써 70명가량이 ‘따뜻한 집밥의 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점심 배식을 하려면 아침5시부터 움직여야합니다. 밥과 국거리를 장만하고 끓이는 일은 정성을 요하는 일이에요. 하루 500~700인분을 준비해야하니 자원봉사자들 손과 발이 필요합니다. 보통 인원수를 맞춰서 충분히 하는데도 간혹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죠.”

‘밥차 봉사’는 학생부터 직장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50~60명이 참여한다. 여기엔 기관사, 의원, 파출소장, 공무원, 프로야구단 직원까지 있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숨은 조력자들이다. 이들이 힘을 모아 '꿈의 총합'을 이룰 때 '밥'은 비로소 사랑으로 피어난다.

외국인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급식 준비를 하고 있다. 미디어붓
외국인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이 급식 준비를 하고 있다. 미디어붓

“대전에 무료급식단체가 17군데 정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 ‘라자로’가 제일 크죠. 차량과 트레일러 2대로 솥단지 7개를 실어 나릅니다. 짜장면 3000~4000인분은 거뜬히 할 수 있는 규모죠. 보통 하루 급식을 하면 100만원 정도 듭니다. 연중 365일 주말만 되면 행사를 하니까 비용이 만만찮습니다. 쌀값도 제법 올랐잖아요. 그래도 후원이 꾸준하니까 유지됩니다.”

이 회장은 삼천원의 행복 봉사단장, 라이온스 환경보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일이 많은 만큼 몸도 고되지만 마음은 항상 기쁘다고 말한다. 베푼다는 생각이 아니라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기 때문이다. 급식비용은 ‘십시일반'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후원자들이 충당하고 골프존문화재단에서도 후원한다. 김영찬 회장은 매달 무료급식비로 250만원을 지원해주고 천막·차량 보수나 제반 애로사항을 측면에서 돕고 있다. 시(市)나 구청 지원은 없다. 물론 정부 지원도 없다. 모든 행사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뤄진다.

“우린 순수한 봉사를 지향합니다. 관(官)을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봉사자들 중에도 끗발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힘을 빌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봉사는 참의미를 잃게 됩니다. 그저 사람의 소중함만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때가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이 지금 만나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좋은 일을 행하는 거지요.”

희망나눔라자로 급식봉사단 봉사자들이 천막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붓
희망나눔라자로 급식봉사단 봉사자들이 천막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붓

밥차 봉사는 연중 쉴 수가 없다. 간혹 오해를 하는 노숙자나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번이라도 행사를 거르면 돈을 떼먹는 줄 안다고 한다. 정부에서 전액 지원하는데, 왜 밥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봉사자들의 가슴은 미어진다.

이 회장은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진도로 내려갔다.

“짜장면 1500인분을 마련해 무작정 갔죠. 참담한 심경이었습니다. 전국 봉사자 단위 중에서 가장 컸어요. 그런데 오래 상주하다보니 나이 드신 봉사자들은 체력을 이겨내질 못하더군요. 왕언니라 불리는 분은 두 번이나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갔습니다. 제(第)를 지내며 ‘아이들아, 너희들 좋아하는 짜장면 가지고 왔다’고 하자 유족들, 군인, 잠수부들 모두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가슴에 저며 오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갖고 간 쌀 2t이 이틀 만에 다 떨어져 SNS에 사정을 올리니까 한시간만에 10여t이 답지했어요. 그게 공감이고 공유겠지요. 감동이었습니다. 덕분에 하루 3200여명에게 급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회장의 ‘라자로’ 봉사단은 국내 재난재해현장은 물론 해외까지 날아가 도움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현장부터 경상도 화훼단지 폭설현장까지 누비지 않는 곳이 없다. ‘라자로’는 ‘라이온’과 ‘자원봉사’를 합친 말이다. 극기와 절제의 생활 속에서 가난한 이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해 사랑을 베푼 라자로 성인의 나눔 철학이 숨어있다.

"행복이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 것이죠. 우린 일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지만, 나눔으로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세상은 거울과 같아요. 찡그리면 세상도 찡그리고, 웃으면 세상도 웃습니다. 자신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남의 행복만 눈에 보이는 거에요." 

1999년에 대덕 라이온스에 입회했던 그는 샘물라이온스클럽을 만들어 2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곳에서 최우수클럽상을 받았다. 이후 한밭클럽으로 스카우트 됐고 거기서도 2009년, 2010년, 2013년 종합 최우수클럽 대상을 받아 30년 숙원을 풀었다.

“봉사활동은 대전방역자원봉사단에서 시작됐죠. 2002년 봉사단 회장으로 취임해 전국 수해지역은 모두 쫓아다니며 방역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그때는 (솔직히) 회사를 알리자는 차원에서 더 열심히 몸으로 뛰었던 것 같아요. 비싼 방역 약값을 무료로 뿌리며 다니니까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배가 고파 군에 자원입대···봉사하면서 아파트 두채 값은 썼을 것

이 회장은 1953년 대전 중동 중앙시장 내 먹자골목에서 포목점을 하던 부모님의 7남매 중 5남으로 태어났다. 원동초와 한밭중, 충남기계공고를 다니던 시절엔 골목대장이었다. 그러나 70년대 중앙시장 화재사건으로 부모님을 잃고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친척들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군(軍)에 자원 입대한 것도 배가 고파서였다. 육군 특수부대서 하사관으로 제대한 이후엔 대한통운(장비파트)에 입사했고, 리비아 트레일러 팀장으로 2년간 파견돼 사막의 대수로 공사를 성공리에 끝냈다. 귀국한 뒤엔 7년 간 대한통운 특수운송장비 과장으로 일했다. 그러다가 돌연 사표를 내고 트레일러 회사인 대승운수를 차렸다.

“광양항에 3만대 분량을 계약하고 수송하는 일을 하면서 순풍에 돛단 듯 승승장구했습니다.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하지만 IMF 때 17억원 짜리 부도를 맞고 한방에 날아갔어요. 이후 학습지 장사도 했는데 3억원의 손실만 입고 빚만 떠안았죠. ㈜새한환경은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생각에서 설립한 마지막 희망의 보루였습니다. 돈은 써야 모입니다. 돈을 모은다고 생각하면 절대 모아지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던 나날입니다.”

㈜새한환경은 위생관리, 시설경비, 건축물종합관리, 물탱크청소, 방역, 방제, 소독 등 시설 관리와 근로자 파견을 하는 업체다. 처음에는 대덕구 읍내동에서 직원 6명과 함께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구 규모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지나친 봉사정신’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위기도 있었다. 무료급식에 들어가는 비용을 거의 사비로 충당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무료급식에 쏟은 돈만 합쳐도 아파트 두세 채 값이 넘는다. 지금도 헐벗은 이를 만나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냉큼 벗어줄 정도로 '자신의 것'을 챙기지 않는다.

“화재사건으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힘들다고 하소연할 때도 없었죠.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 진짜 따뜻한 사람입니다. 배고파 본 사람만이 배고픈 사정을 압니다. 그 차디찬 눈물을 이해하게 됩니다. 어려운 사람들의 배고픔을 그냥 넘길 수 없게 된 이유입니다.”

밥은 사랑이고 눈물이다. 밥은 그 자체로 뜨거움의 절정이자 결정체다. 밥을 나눈다는 것은 동고동락을 의미한다. 눈물의 밥을 알기에, 밥알에 담긴 뜻이 용광로처럼 뜨겁다. 실천하지 않는 베풂이란 없다. 누군가 손을 잡아줬을 때 그 손은 또 다른 사람의 손을 잡게 돼있다. 사랑과 배려도 전염된다.

“사명감 없이는 봉사를 못합니다. 봉사는 일종의 중독이죠. 주말에 집에서 쉬면 얼마나 좋습니까. 하지만 배고픈 사람들이 밥을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쉬는 게 편칠 않습니다. 그들과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로 못합니다. 진짜로 힘들 때도 있지만 좋은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니까요. 어차피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니까, 제가 살 동안은 최선을 다해 베풀고 도우며 살려고 합니다. 힘닿는 데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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