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 최진섭 기자
  • 승인 2019.01.27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붓DB
미디어붓DB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이 바로 파란 하늘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정주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노래했는데, 그 아름다운 노랫말이 참 무색하게 느껴지는 요즘 날씨입니다.

이건 뭐 눈이 부시기는커녕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때문에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기도 전에 눈이 따가워지고, 눈물이 먼저 흐르는 괴로운 날들의 연속입니다.

예전에도 미세먼지가 전혀 없진 않았겠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파란 가을 하늘과 청량한 겨울 하늘이 정말 눈이 부시게 푸르렀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앞으로 30여년 후에는 ‘벚꽃 엔딩’을 들으며 소풍을 떠나는 모습이 역사 다큐멘터리의 자료 영상이나 동화책에서 볼 수 있는 먼 옛날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우울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방독면을 쓰고 나란히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일상이 된다면 정말 끔찍한 일 아닐까요.

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덮어 햇빛조차 볼 수 없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제는 흘려들을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옵니다.

“어제는 초미세먼지가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 최악 단계였지만, 오늘은 초미세먼지가 아주 나쁨 단계입니다. 모처럼 방독면을 벗고 야외활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초미세먼지가 아주 나쁨 단계인데도 그나마 날씨가 좋아졌다고 야외활동을 하라고 권하는 이런 뉴스가 나오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실제 요즘엔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지수가 보통 단계라는 예보만 봐도 안심이 되는 느낌이니까요.

오늘도 눈이 시릴 만큼 청량했던 겨울 하늘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입니다.

맑고 투명한 하늘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이제 깨닫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있는 겨울 풍경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 폭의 수채화였습니다.

밤새 하얀 눈이 쌓인 들녘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면 드넓은 들녘은 온갖 보석을 흩뿌려놓은 듯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그리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면 눈부신 햇살에 눈 결정체가 조금씩 타들어가듯 아주 희미하게 바스락, 바스락 속삭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날씨는 춥습니다. 청량하다 못해 시리게 맑은 겨울 하늘이 너무 파랗고 깨끗해 더 춥게 느껴집니다. 해가 떠오르고, 들녘을 덮은 하얀 눈은 이제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맑게 반짝입니다. 파란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습니다. 들녘이 끝나는 곳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맞닿는 그 곳은 하얀색과 파란색, 오직 두 색만 존재합니다. 너무 하얗고, 너무 파래서 맞닿은 그곳은 하늘과 땅을 뒤집어 놓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저 멀리 하얀 구름 한 점이 서서히 다가옵니다. 구름도 솜사탕처럼 새하얗고 맑아 들녘에 떠있는 것인지 하늘에 떠 있는 것인지 모르게 그냥 한 폭의 그림 속으로 천천히 다가와 자리 잡습니다.

아, 파란 하늘이 그립습니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14 (가락마을6단지) 상가 1층 3호 리더스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ediaboot@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