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이름(지명)은 숙성되고 진화되는 것
61. 이름(지명)은 숙성되고 진화되는 것
  • 미디어붓
  • 승인 2020.06.2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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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신평면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DB
당진시 신평면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DB

이름(지명)이란 오랜 시간 숙성되며 진화한다. 때로는 우연한 발견에서도 탄생된다.

오래살아, 주당, 카페인, 개구린, 거머린···. 생물학은 새로 발견되는 종이나 변종, 아종들이 많아 재미있는 작명 사례가 많다. 애기장대의 돌연변이종 ‘Oresara’가 있다. 애기장대는 두해살이풀로 냉이나 꽃다지와 같은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재배가 쉽고 유전체(Genom) 크기도 작아서 식물 연구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이 식물 중 평균 수명보다 오래 사는 돌연변이종인 ‘Oresara’는 노화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름의 의미는 발음 그대로 ‘오래살아’다. 남홍길 포스텍 교수가 1999년 발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논문에서도 ‘oresara means ‘long living’ in Korean‘이라고 이름의 유래를 밝히고 있다.

개화가 늦은 벚꽃나무에 붙인 이름은 ‘Zola Anziara’. 발음을 빠르게 읽어보면 무슨 의도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졸라 안지네’ 정도 될까. 알코올 저항을 늘리는 유전자의 이름으로 ‘주당(JUDANG)’도 있다. 주당의 영어 표기에서 따와 이 유전자의 약자는 ‘jud’를 쓴다. 주당 유전자의 이름을 원래는 ‘SOJU(Supressor Of JUdang)’로 지으려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과학에서의 이름은 대상의 특징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한다. 대상의 특징을 명료하게 보여줄 뿐 아니라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각성성분인 ‘카페인(Kaffein)’만 하더라도 커피(Kaffe)에 들어있는 물질(-in)이라는 너무나도 단순한 이름이다. 옴개구리의 등껍질에서 발견된 ‘개구린’, 한국 살모사의 독극물에서 발견한 ‘살모신’, 거머리에서 추출한 항응고물질인 ‘거머린’ 등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름들이다.

당진시 신평면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DB
당진시 신평면 부수리 전경. 미디어붓DB

부수리(충남 당진시 신평면)

별난 지명들을 찾아 나선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라이딩 도중에 희한한 이정표가 나오면 급히 멈춰 서서 사진부터 찍었다.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증빙이기도 했지만 기록의 의미도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연거푸 셔터를 누르다보니 두 손은 벌겋다 못해 새까맣게 화상을 입었다. 처음엔 장갑을 끼었다 벗었다하며 촬영했는데 여간 수고롭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장갑을 벗은 채 1000번의 노동을 감수했다. 사진은 전혀 고급스럽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화소 불량의 데이터로 남았지만 전국의 유별난 지명들은 기록으로 축적됐다. 더욱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미증유의 이름들이 발견됐을 땐 희열마저 느껴졌다. 또한 엽기지명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도 놀랐다. 대표적인 곳이 충남 당진시 신평면과 충북 보은군 회인면, 경남 합천군 적중면에 있는 ‘부수리’다. 지명에서 풍기는 위압감과 중력감은 무채색 공간 속에서 교차되고 중첩되며 가상의 밀도감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건 선입견이었다. 이들 마을은 한결같이 인심 좋고 산자수려한 고장이다.

당진시 신평면 부수리(富壽里)는 평지와 구릉성 지형으로 이뤄져있는 농촌이다. 동쪽으로 서해와 인접해 있으며, 마을 중앙에 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특이한 것은 마을 북쪽에는 부수리 못지않게 고역 마을(고역길), 해물골, 독우물골 등 우악스러운 지명이 분포해 있다는 점이다. 고역 마을은 고려 때 역말(驛馬·역마)이 있었다는 뜻에서 붙여진 지명이며, 독우물 마을은 밑바닥이 없는 독을 묻어서 만든 우물인 옹정(甕井)이 있다 해서 이름 붙여지게 됐다.

보은군 회인면 부수리(富壽里)는 동쪽에 우뚝 솟은 부수봉에서 유래했고, 합천군 적중면 부수리(富樹里)는 옛날 그곳에 나루가 있었다고 하여 ‘부진계’라고 부르던 것이 ‘부진기’로 변했다가 ‘부수’로 변형됐다고 한다. 마을 동쪽 개울가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 참나무 등 큰 나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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