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산다는 건 결절…여행은 고통을 껴안는 일
64. 산다는 건 결절…여행은 고통을 껴안는 일
  • 미디어붓
  • 승인 2020.07.1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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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팔조리 라이딩 모습. 미디어붓DB
경주 팔조리 인근 라이딩 모습. 미디어붓DB

여행이 처음부터 고상하고 낭만적인 단어였던 것은 아니다. 여행을 뜻하는 ‘travel’의 어원은 ‘travail(고통·고난)’이다. 고문(拷問)의 도구였던 ‘three poles(3개의 몽둥이)’를 뜻하는 라틴어 trepalium에서 travail(진통·고생·노고·노동)과 더불어 travel이 나왔다. travel이라는 단어가 쓰인 건 14세기부터인데,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엔 여행이 고난의 행군이었다. 결국 여행은 ‘교통’을 매개로 ‘고통’의 경계를 관통한다.

19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서구인들의 해외여행은 자본주의, 세계화와 맞물려 4S(sun, sea, sand, sex)에 초점을 두었다. 태양과 바다, 모래, 그리고 성(性)적 유희들…. 유목(遊牧)의 시대를 끝내고 정착의 삶을 살았던 인간들이 다시 유목(nomad)의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행을 할 것인가, 관광을 할 것인가. 여행자(traveler)는 적극적으로 모험, 경험, 사람들을 찾아나서는 사람이고, 관광객(tourist)은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다. 관광(sight-seeing)은 흥미로운 것들을 보기 위해 그냥 안락하게 가는 것이다. 그래서 어디에 갔고, 어디에 머물렀고, 어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고, 무엇을 구경했는가가 중요하다. 이처럼 여행은 ‘편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서로의 취향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진다.

산다는 것은 결절이다. 성공과 실패, 확신과 후회, 행복과 불행, 사람과 사랑이 결합돼 있는 듯 하나 사실은 서로 끊어져 있다. 모두의 삶은 다른 듯 같다. 삶이란 나쁜 짓만 안하면 일정한 틀 속에서 비슷하게 돌아간다. 한마디로 그게 그거다. 저 사람 일상이 곧 본인의 일상이다. 삶의 문법이 닮았다는 얘기다. 가족을 건사하고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인간 본연의 원형질이지만, 사실 그때가 되면 늦다. 걸어 다닐 기력조차 없는데 여행이 호사일리 없다.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 사이에서 우린 ‘익숙한 것’들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 추억의 말소 작업이다. 없어졌기에 차마 잊을 수 없는 것, 사라져버렸기에 오히려 더 사무치는 것에 대해 악다구니를 퍼붓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인생의 모든 ‘불편한 것’들에도 분명 존재의 이유가 있다.

'보물섬'과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저자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은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기 위해 여행한다. 나는 여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행한다. 가장 큰 일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했더라면’은 후회다. 후회하지 않는 삶은, 보통의 일상에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문제해결의 단초다. ‘했더라면’이 아니라 그렇게 ‘했으니까’ 그나마 행복한 것이다.

인생에 언젠가는 없다. 언젠가는 훌쩍 떠난다고 해놓고 10년이 흐르고 20년이 훌쩍 흐른다. 그리고 머리가 희끗희끗해져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언젠가’라는 말은, 언제라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그 언젠가를 지금 이 순간으로 바꾸면 삶이 즐거워진다. ‘바로 지금 떠나라. now now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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