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음식을 분해할 때 이용하는 치명적인 유혹 ‘염산’
70. 음식을 분해할 때 이용하는 치명적인 유혹 ‘염산’
  • 미디어붓
  • 승인 202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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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염산리 이정표. 미디어붓DB
전남 영광 염산리 이정표. 미디어붓DB

음식이란 알면 알수록 복잡하고 미묘하다.

빙초산이라고 하는 합성식초는 석유에서 추출한 아세트산을 99%이상 함유할 뿐 영양소는 가지고 있지 않다. 식재료를 하얗게 표백하는 데 쓰이는 산화표백제 중 과산화수소는 표백과 살균작용을 한꺼번에 해서 생선어묵이나 국수의 부패 방지를 위한 표면처리 약품으로 쓰인다. 식용유 또한 석유에서 추출하는 솔벤트(Solvent)로 기름을 녹여 분리시킨 후 정제하는 방법도 사용한다. 미네랄 오일은 석유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포화탄화수소인 알칸 종류와 파라핀을 주원료로 삼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수산화나트륨(NaOH)에 강한 산성인 염산(염화수소·HCl) 용액을 섞었을 때 나타나는 중화 반응이다. 염기와 산의 대표 격인 두 독성물질이 섞여 인체에 필수적인 물과 소금으로 바뀌니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산(酸)이란 성분 자체가 독성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부분은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먹은 음식물은 식도, 위, 소장, 대장 등 길고 많은 소화기관을 거친다. 이처럼 음식물을 모두 소화시키고 흡수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몸속에서 음식물이 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 위산이 나온다. 위산은 pH2 정도의 강한 산성을 띤 환경을 만들어, 음식물이 들어왔을 때 세균을 죽이고, 음식물이 부패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염산(鹽酸)은 무색투명하고 부식성이 강한 염화수소수용액이다. ‘염화수소산’이라고도 하며 워낙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많은 물로 희석한 ‘묽은 염산’을 이용한다. 주로 공업용으로 사용되며, 금속까지도 녹여버리기 때문에 이것을 사람에게 쓰면 치명적이다.

한자는 다르지만 ‘염산’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이 있다. 전남 영광군 염산읍 염산리다. 그곳에는 염산초등학교도 있고 염산중학교도 있다. 교회도 상점도 염산을 상호 앞자리에 내걸고 있다. 염산이란 지명을 사용하게 된 연유는 일제강점기인 1915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염소면(鹽所面)과 원산면(元山面)을 통합하면서 생겼다고 한다.

전남 영광군 염산읍 염산리. 미디어붓DB
전남 영광군 염산읍 염산리. 미디어붓DB

전남 영광군 염산읍 염산리

서해를 돌고 돌다 저물녘 영광 법성포에 닿았다. 시장기가 돈다. 법성포 하면 굴비 맛을 빼놓을 수 없다. 어느 집을 선택하든 정식을 시키면 보리굴비, 고추장굴비, 굴비 매운탕, 굴비구이, 굴비조림, 굴비전, 굴비젓갈 등 수십 가지의 찬이 죄다 나온다. 법성포 굴비는 천일염을 뿌려 간을 한다. 섶장이다. 소금의 양과 절이는 시간은 조기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시간이 만들어낸 음식들이다. 고추장굴비는 보리굴비를 찢어 고추장에 버무린 것으로 씹을수록 고소함이 기껍다. 보리굴비는 짭조름하고 구수해 녹차 냉수에 밥을 말아 먹으면 최고의 호사다. 굴비전은 살의 툭툭함이 좋다. 찐 장대(양태)는 꾸덕꾸덕 간간하다. 병치(병어)회는 부드럽고 게 씹히다가 그 고소함이 그윽하게 밀려온다.

지역을 라이딩할 때 특산물을 먹는 건 탐닉이자 겸허한 숭배다. 법성포 굴비를 먹는 순간 감칠맛(savory taste)이 떠올랐다. 혀가 느끼는 다섯 번째 맛이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이 아닌 ‘그 어떤 맛’이다. 일본인이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맛국물을 만드는 것, 중국인이 부추와 배추를 닭곰탕(스코틀랜드의 닭개장 요리와 유사)에 넣는 것, 이탈리아인이 버섯과 토마토 소스, 파르메산 치즈를 조합하는 것도 감칠맛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2개의 성분을 조합하면 감칠맛은 개별 성분의 맛보다 좋다.

감칠맛은 순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뒷맛이 있다. 감칠맛은 주로 어류, 조개, 절인 고기, 채소(버섯, 토마토, 배추, 시금치, 샐러리) 또는 녹차 및 발효 숙성 제품(치즈, 새우젓, 간장)에서 많이 느껴진다. 인간은 모유를 통해 감칠맛을 처음으로 접한다. 모유에는 같은 양의 맛국물과 거의 동일한 양의 감칠맛이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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