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망치를 든 사람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71. 망치를 든 사람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
  • 미디어붓
  • 승인 2020.08.31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골길 라이딩 모습. 미디어붓DB

어느 집에나 망치는 하나쯤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망치는 어둠속 연장통(공구함)에 처박혀있든지, 아니면 집구석 어딘가에 숨어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전기드릴을 구입해 사용한 시간이 평균 15분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 기나긴 시간은 개점휴업(유휴상태)이라는 점이다. 아마 망치도 일 년에 많이 쓰면 서너 번에 불과할 것 같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산들 중에 이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이 나온다. 모든 것을 소유하지 않고 서로 대여해주고 나눠서 쓰자는 경제모델이다. 망치 하나를 이웃 몇 집과 공유해서 쓰고, 자동차 한 대로 여러 집이 함께 사용하면 조금 불편하겠지만 공익에 부합한다는 논리다.

망치는 사실상 개별성을 갖지 못한다. 못이 있어야 하고, 박힐 대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물이든 벽(壁)이든 간에…. 망치는 연장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다면 망치가 먼저인가, 못이 먼저인가. 애매한 부분은 있지만 ‘못이 먼저’다. 못은 다른 도구로도 박힐 수 있다. 망치는 철저하게 조력자다. 상대방 필요에 의해 존재한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는 속담이 있다. 윗사람이 위엄 없으면 아랫사람이 반항한다는 추경정용(椎輕釘聳)을 의미한다. 망치는 쓰는 사람 근력(筋力)의 크기에 따라 그 깊이가 결정된다.

인본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H. Maslow)는 “망치를 든 사람에겐 모든 문제가 못으로 보인다”고 했다. 손에 든 것이 망치밖에 없다면 모든 것을 못처럼 다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에게 유리한 수법(도구)만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황금망치의 법칙’이라고도 알려진 이 개념은 익숙한 도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 망치는 그저 하나의 도구(tool)다. 연장을 미리 정해 놓고 아니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연장으로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문제해결을 위한 잘못된 접근방법이다.

기술에 능통한 사람일수록 기술에 얽매여,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을 써서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망치를 든 사람 신드롬’은 주식시장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이미 지나간 데이터를 갖고서 정교한 계산 결과를 생산해내는 것인데, 이런 추정치에 근거해 주식의 내재가치를 아주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무리하게 계량화하다 보면, 더 중요할 수 있는 것들을 무시해버리기 쉽다. 계량화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문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확실성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요소인 셈이다. 못 머리가 휘어지는 것은 대상이 단단한 이유도 있지만, 힘의 일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위치에 균등한 타격을 가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망치질을 잘못하면 망치귀로 못을 다시 빼야 한다. 일을 망치지 않으려면, 망치를 잡는 순간부터 녹슨 못을 피해갈 궁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

세상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그림자가 되지 않기 위해 빛만 따라갈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늘에 숨어 적당히 운신할 수도 없다. 어떤 정책이나 계획을 잘못 세우거나 욕심이 지나쳐 일을 그르치는 경우에도 모든 것을 망치게 된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

여정이 깊어질수록 지명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대부분 한자 표기가 달라 오해가 있을 뿐이지 정작 어감과는 상반됐다. 대대손손 살아오면서 부르기 민망하고 흉측스러운 이름을 고집했던 주민은 없었을 것이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치리(望峙里)의 경우에도 그랬다. 망치를 생산하는 고장인지, 아니면 무엇인가 망친 곳이라는 의미인지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망티고개 밑에 있어 ‘망티’라고 한 것이 한자로 고치는 과정에서 ‘망치’라는 명칭이 생겼다.

윤돌섬이 해안 가까이에 있고, 피서철이면 망치리 몽돌해수욕장에 사람이 넘쳐난다. 자연마을로는 뿔당골, 신촌, 양지마을, 양화 등이 있다. 뿔당골은 불당이 있었다 해 붙여졌고, 신촌은 뿔당골 남쪽에 새로 된 마을이라 붙은 이름이다. 양지마을은 양지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양화는 버드나무 정자가 있었다 해 불리게 됐고, 윤돌섬은 윤도령이 살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풍경 좋은 곳은 이미 예쁜 펜션들이 터를 잡고 여행자의 발길을 잡고 있다. 통영에서 신거제대교를 건너 죽림해수욕장, 덕원해수욕장, 명사해변, 여차몽돌해변, 학동 흑진주 몽돌해변, 구조라 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해안길을 따라 라이딩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세종특별자치시 마음로 272-9 (고운동, 강남빌딩) 605호
  • 대표전화 : 044-863-3111
  • 팩스 : 044-863-3110
  • 편집국장·청소년보호책임자 : 나재필
  • 법인명 : 주식회사 미디어붓
  • 제호 : 미디어 붓 mediaboot
  • 등록번호 : 세종 아 00075
  • 등록일 : 2018년 11월1일
  • 발행일 : 2018년 12월3일
  • 발행·편집인 : 미디어붓 대표이사 나인문
  • 미디어 붓 mediaboot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미디어 붓 mediaboot.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pna22@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