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돈이 되는 고양이·판다곰의 배설물(便)
75. 돈이 되는 고양이·판다곰의 배설물(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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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9.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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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대변항 이정표. 미디어붓DB
기장 대변항을 가리키는 이정표. 미디어붓DB

우리가 알고 있는 배설물은 후각과 시각의 관점에서 불쾌한 대상이다. 하지만 이 세상엔 비싼 배설물들이 의외로 많다. 인도네시아 사향(麝香) 고양이 배설물에서 나오는 ‘코피 루왁(Kopi Luwak)’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커피다. 자바 섬에 사는 이 고양이는 야자 수액과 커피 열매를 주로 먹고 산다. 커피 열매의 겉껍질은 소화하지만 딱딱한 씨는 배설물과 함께 그대로 내보낸다. 이게 코피 루왁의 원료다. 캐러멜, 초콜릿, 풀냄새가 뒤섞인 향이 나고, 쓴맛과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깊고 중후한 바디(Body)를 가졌다.

보통 한 잔의 커피를 내리는데 원두를 10g 정도 쓴다고 가정할 때 45잔에 최고 600불, 즉 한 잔 가격은 13불 정도다. 2008년 영화 ‘버킷리스트’ 상영 이후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50g에 45만~70만 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체에서 잘해야 연간 650㎏ 정도 생산되는데 한국에서만 1t씩 찾는다.

고양이 배설물이 명차(名茶)가 된 데 착안했을까. 중국에서는 판다 배설물로 만든 차(茶)가 나오고 있다. 판다는 하루 평균 12.5㎏의 대나무를 먹는다. 그 중 30%만 소화하고 70%를 배출하는데 이 배설물에 항암성분이 포함됐다는 주장이다. 특이한 향에 견과류 맛이 난다는 판다 차(茶)의 가격은 1㎏에 5만 파운드(약 9000만원). g당 9만원이다. 중국에서는 ‘모기눈알 수프’도 특급 요리로 선보이는데 모기를 주식으로 하는 박쥐의 배설물에서 모기눈알을 채집한다고 한다. 육안으로 식별키 어려운 눈알인데도 이를 소화하지 못해서다. 또한 장쾌삼이라는 산삼은 야생 꿩 등의 조류가 산삼 씨를 먹고 배설해 자생한 것이다.

대변리(대변항)(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제발! 우리 학교 이름 좀 바꿔주세요.”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에 위치한 대변초등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의 외침이다. 교명은 학교가 대변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지어진 이름이다. 대변초등학교는 1946년 1월 기장초등학교 대변분교로 설립된 뒤 1963년 대변초등학교로 개교했다.

문제는 대변(大邊)이 ‘큰 해변’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이 자꾸만 다른 뜻의 대변을 연상시키면서 발생했다. 수학여행 등을 떠나면 버스 앞 유리에 적힌 ‘대변초등학교’라는 글귀 때문에 다른 학교 학생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고, 본의 아니게 웃음거리가 되기 일쑤였다. 학교대항 축구대회 등을 열어도 상대편 선수들에게 ‘便학교’라는 조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학교는 교명변경 공청회 등을 거쳐 2018년 3월 1일 이 지역의 옛 이름을 따 용암(龍岩)초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 개교 55년 만이다. 분교 설립으로 따지면 72년이 걸렸다. 대변초등학교의 ‘便학교’ 탈출기는 그래서 눈물겹다.

대변리는 조선 시대 공물(公物) 창고인 대동고(大同庫)가 있는 포구를 뜻하는 ‘대동고변포(大同庫邊浦)’를 줄여 부르게 됐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김성련이란 선비가 적은 병술일기에 우기이대변포문생원가라는 기술이 있었고, 대동고변포라는 긴 지명을 줄여 대변포라 부르다가 대변리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기장 대변항에서 잡히는 멸치는 몸길이 10~15㎝ 안팎의 크고 굵은 대멸(大蔑)이다. 전국 어획량의 60%가량을 차지한다. 벚꽃 피는 4월이면 대변 연안으로 멸치가 몰려든다. 대변항에서 위판하는 생멸치의 연간 생산량도 2000~3000t에 달한다.

지명은 입에서 발성하는 순간 숱한 추측을 낳는다. 별난 지명들은 뜻을 알면 착해진다. 하지만 처음 불리어졌을 때 조금 얄궂다면 최소한 그 사연에 궁금증이 들게 마련이다. ‘대가리’, ‘유방동’, ‘신음리’ 등 적지 않은 곳이 그런 저런 이유로 놀림을 받거나 상처를 받아왔다. 어쩌면 지명이란 계륵(鷄肋) 같은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바꾸기도, 안 바꾸기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 말이다. 대통령 대변인(代辯人)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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