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놀고 먹으며 못된 짓 일삼은 양아치들
77. 놀고 먹으며 못된 짓 일삼은 양아치들
  • 미디어붓
  • 승인 2020.10.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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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딩 모습. 미디어붓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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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고개)(강원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 귀래리에는 큰 양아치 마을과 작은 양아치 마을이 있다. 양아치들의 집단 거주지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귀한 사람, 즉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이 머물렀다는 데서 유래된 명칭이다.

귀래면 운계리에서 흥업면으로 넘어갈 때 흥업 쪽의 큰 고개를 큰 양아치, 귀래 쪽의 작은 고개를 작은 양아치라고 부른다. 고개가 마치 말안장 모양이라고 해서 양안치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1872년 ‘지방지도’에는 양안치로 표기돼 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동네인 만큼 간직한 옛이야기도 많다. 큰 양아치와 작은 양아치 사이에 있는 ‘곰네미 마을’은 마을 뒷산으로 곰이 넘어 다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며느리폐백골’은 그곳에 살던 남편이 게으르고 무지해 멸문 지경에 이르렀는데 착한 아내가 회생시켜 명문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마을이다. 지형이 돼지목처럼 생긴 ‘돼지목골’, 형상이 마귀할멈처럼 생겨 유래한 ‘마귀할머이바위’ 등이 있다.

‘양아치’는 품행이 천박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족속이다. 지(智)는 순수 우리말 ‘치’에서 음차한 것으로 우두머리를 뜻한다. 벼슬아치(관원), 구실아치(아전), 갖바치(가죽장인), 옥바치(옥장인), 풀무아치(대장장이), 점바치(점쟁이) 등등…. ‘양아치’도 ‘동냥아치’에서 온 말이다. ‘동냥아치’의 ‘동’이 생략되어 ‘냥아치’가 되고, ‘냥아치’의 어두음 ‘ㄴ’이 탈락해 ‘양아치’가 된 것이다.

흔히들 코흘리개 돈을 뺏는 동네 건달을 양아치라 부르고, 알량한 돈 몇 푼을 뜯어내기 위해 사기를 치는 모리배도 양아치라고 부른다. 특정 정당이나 권력에 빗대 바르지 못한 기사를 쓰는 기자도 양아치라 부르고, 명절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한우를 사오라고 으름장을 놓는 신문사 회장도 양아치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정치를 지저분하게 만드는 정치인도 양아치라고 칭하며, 직장 내에서 오너의 눈치만 보며 출세하려고 발버둥치는 이들도 양아치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냉소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에 기대어 똬리를 트는 자도 양아치다. 이들은 그렇게 얻은 권세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며 또 다른 협잡을 꾸미기도 한다.

스나이프(snipe)는 ‘도요새’를 말한다. 그런데 왜 도요새가 양아치가 되었을까? 도요새는 주로 습지나 강둑에 살아 거터스나이프(guttersnipe)로 불리기도 했다. 거터(gutter)는 오늘날엔 주로 ‘하수도’라는 뜻으로 쓰이지만, 중세 영국에선 시내(brook)를 뜻하는 단어였다. 도요새는 먹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습지의 진흙탕을 뒤져댔다. 그 모습이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거지와 비슷하다고 해서 guttersnipe는 ‘거지, 빈민, 떠돌이, 넝마주이, 양아치’란 비유적 의미를 갖게 됐다.

넝마주이는 양아치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전국 각지에 거지들이 많았는데, 동냥뿐만 아니라 넝마주이 일도 했다. 넝마주이는 사설막(대원들을 거느린 주인인 ‘조마리’가 관리하는 막), ‘자작’(개인 또는 가족단위로 만든 막) 방식의 조직을 갖추고 망태기와 집게를 사용하여 폐품을 수집하여 판매했다. 보부상(봇짐장수·등짐장수)들이 장돌뱅이가 되지 않은 건 상도의를 지켰기에 가능했다. 객주(客主)는 어느 한쪽에서 물건 값을 지불하지 못하면 자기 돈으로 대신 냈다. 또한 흉년이 들면 쌀을 나누는 등 신뢰를 최고 덕목으로 삼았다. 대행수(지도자)는 이 같은 상거래 관습을 토대로 유통질서를 확립했다. 이른바 불완전판매나 사기거래를 줄이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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