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오감이 괴로워’ 오토바이 여행의 잔혹사
86. ‘오감이 괴로워’ 오토바이 여행의 잔혹사
  • 미디어붓
  • 승인 2020.12.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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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내기를 달리는 모습. 미디어붓DB
전남 나주시 '내기리'를 달리는 모습. 미디어붓DB

도시에서의 라이딩은 전쟁터다. 동남아에 온 듯 사방이 교통지옥이다. 자전거와 자동차 사이에서 버림받은 오토바이는 생존하기 위해 달릴 뿐이다. 도로의 어느 부분에도 오토바이의 영역은 없다. 자동차가 먼저 차지하고 사람(인도)과 자전거(자전거길)가 배치된다. 오토바이는 모두가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공간을 조심스럽게 빌려 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오토바이 라이딩은 욕먹을 각오가 없으면 못 탄다. 언제부터인가 오토바이만 탔다하면 폭주족 취급을 받는다. 이는 무단횡단, 과속, 헬멧 미착용, 안전수칙 미준수 등으로 낙인이 찍힌 배달족과 하레이족(할리 데이비슨), 혼다족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모든 모터사이클 이용자들이 범법자는 아니다.

한국엔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고, 자전거 전용도로도 있다. 그러나 오토바이는 국도나 지방도, 도시의 변두리 땅만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안전사각이다. 특히 고갯길이나 암흑의 터널을 지날 때엔 목숨을 담보로 곡예운전을 해야 한다. 아무도 양보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알고 보면 ‘오양(오토바이 양아치)’보다 ‘양카(양아치 자동차 car)’ 들이 훨씬 더 많다.

국도, 지방도는 생각보다 더 심하게 구불거린다. 인생의 요철과 닮았다. 오토바이 여행은 결코 호사가 아니다. 차를 피해야 하고 사람을 피해야 하며, 사람의 시선을 피해야 한다. 좁은 길은 좁은 대로, 넓은 길은 넓은 대로 위험이 도사린다. 도로의 상황이 질주자의 위험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속도를 내거나 줄이는 스킬이 중요하다. 그 간단한 조작에 실패하면 사고가 난다. 곳곳에 숨어있는 공격적인 장애물들을 피해 안전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일, 그것은 궁극적인 삶의 포물선과 흡사하다. 왜 인생을 여정이라고 명명하는지,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속도를 줄이고 사이드에 비켜서서 순한 양처럼 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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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를 타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후각이다. 자동차 매연은 둘째치고라도 세상의 모든 냄새를 직접 맡아야 하는 비강(콧구멍)은 괴로움 이상이다. 후각의 세기는 냄새를 발산하는 물질의 농도와 후상피 위를 흐르는 속도에 비례한다. 후각은 자극이 오랫동안 계속되면 쉽게 소실되지만, 다른 종류의 냄새에 대해서는 다시 반응할 수 있다. 축사 분뇨 냄새는 비강의 아래쪽으로 흘러 몸속에서 녹는다. 휘발성이 강해 다행이지만 마을 한 곳을 지나는 내내 라이더를 괴롭힌다. 인간이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냄새는 2000~4000가지나 된다.

촉각(觸覺)도 심대한 도전을 받는다. 장시간 라이딩을 하면 도로의 모든 질감이 온몸에 전해진다. 아스팔트 포트 홀(pot hole), 요철, 자갈, 굵은 모래가 닿는 순간 압각(눌리는 감각)과 통각(아픈 감각)이 다리, 엉덩이,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그 진동은 통점을 건드려 통증으로 치환된다. 하루 6시간 넘게 라이딩을 하면 무릎, 종아리, 팔, 어깨 결림이 심하고 등짝이 아리다. 경·소형일 경우엔 쿠션도 좋지 않아 엉덩이에 내려앉는 하중(통증)이 심하다. 촉각이 초속 70m로 전달되는 데에 비해 통각은 초속 0.5~30m 정도다.

청각도 하루 종일 괴롭다. 자동차 소리와 오토바이 엔진소리, 그리고 바람 소리는 외이(外耳)로부터 들어와 고막과 달팽이관(內耳)을 진동시킨다. 박동 에너지 없이는 어떤 움직임도 일어날 수 없다. 3㎝의 달팽이관은 달팽이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람은 두 바퀴 반, 곧 2.5회전을 하는데 기저, 중간, 첨단 회전부로 구분된다. 튜바(tuba)의 낮은 음에서부터 날카로운 호각의 높은 음까지 식별할 수 있으니 귀의 수난사를 가히 짐작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각 잔혹사다. 라이딩을 하면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미뢰(미관)에 와 닿는다. 짠맛, 단맛, 신맛, 쓴맛을 모두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개, 뺨의 안쪽 벽, 인두, 후두개의 미뢰는 바람의 맛까지도 철저하게 잡아낸다. 단맛은 혀의 끝부분에서, 신맛은 혀의 옆쪽에서, 짠맛은 혀끝과 주변에서, 쓴맛은 혀뿌리 부분에서 민감하게 느낀다. 보통 혀에 1만 개의 미뢰가 있으니 금속성 맛이 빠져나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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