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바이크는 오감(five senses, 五感)으로 탄다
89. 바이크는 오감(five senses, 五感)으로 탄다
  • 미디어붓
  • 승인 2021.01.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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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내기' 이정표. 미디어붓DB
나주시 '내기' 이정표. 미디어붓DB

바람은 보이지 않는 게 상식이지만, 오토바이를 타면 바람도 보인다. 풍경이 시선에 잡히는 동시에 바람도 풍화된다. 바람에도 그림자가 있다. 고로, 풍경의 아름다움은 바람의 표피에 묻혀 더욱 견고해지고 선명해진다. 사람의 눈은 눈앞 6m 이상의 거리에 있는 물체를 망막에서 상(像)을 맺는다. 색의 감각은 주로 파장에 관계된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빛은 파장이 760~380㎚까지다. 스펙트럼으로 구별할 수 있는 색상은 빨간색에서 보라색까지인데, 사람의 눈은 약 160가지의 색상을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라이딩을 하면 모든 색을 읽을 수 없다. 그래서 풍경도 늙는다.

“촉석루에서 저포 노름을 하며 3000전을 가지고 여러 기생들에게 뿌려주던 일을 기억하십니까?” 다산 정약용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로 ‘다산시문집’에 어엿이 실려 있는 글이다. 목민심서에서 관리의 청렴을 그토록 강조했던 다산도 당시 유행하던 저포 노름만큼은 피해가지 못했다. 저포는 윷놀이의 일종으로 편을 갈라 말을 움직여 먼저 궁에 들어가면 이기는 방식이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박지원도 글을 쓰다가 생각이 막히면 혼자서 좌우 양손에 한 씩 잡고 저포 노름을 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자’라는 소설을 쓴 당사자지만,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유럽까지 원정을 다니며 룰렛게임을 했는데 옷, 신발 심지어 낡은 모자조차도 전당포에 맡겼다. 도박을 끊겠다고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서도 돌아서면 그뿐이었다. 그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는 대문호답지 않게 너무나 군색하다.

“여보, 내가 갖고 있던 돈을 몽땅 잃었소. 제발 상심하지 말았으면 좋겠구려. 앞으로는 형편없는 도둑놈처럼 몰래 빠져나가 도박판에 끼어드는 짓을 절대로 하지 않으리다….”

내기(bet)는 서로 금전이나 물품 등 무엇인가를 주고받기로 약속하고 이기느냐, 지느냐를 겨루는 일이다. 승부근성이 강한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무슨 일을 할 때 서로 내기를 걸고 승패를 가르는 것을 좋아했다. 돈이나 재물을 걸고 주사위·골패·마작·화투·카드 등을 이용해 서로 따먹기를 하는 행위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화투나 카드 등이 심심풀이나 놀이정도에 그치지 않는 경우 노름, 즉 ‘도박(賭博)’이라고 한다. 특히 노름은 어느 사회에서나 비도덕적인 일로 생각했으며, 심심풀이로 하는 일시적이고 소규모적인 것을 제외한 조직적이고 계속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법률로 금지해왔다.

노름의 역사는 매우 오래여서 유사 이전부터 행하여져 온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름이라고 할 수 있는 투전은 조선 시대 숙종 때 중국에 자주 드나들던 장현(張炫)이 시작한 것으로 전한다. 당시 조정(朝廷)에서는 투전이 도둑질보다 더 큰 해를 끼친다고 하여 이를 법으로 엄금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지금처럼 초상집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름판을 벌였으며 관에서도 이를 눈감아주기도 했다.

노름은 패를 쓰는 투전·골패·화투·마작·트럼프를 비롯해 주사위를 쓰는 것으로 쌍륙이나 다이스(dice), 기계를 작동시켜 즐기는 것으로 룰렛(roulette)·슬롯머신(slot machine)·빙고(bingo)·빠찡꼬 등이 있다. 물론 예전에는 소싸움과 닭싸움 등 동물을 위한 노름도 널리 행해졌다. 엄밀히 말하면 요즘 대박을 꿈꾸며 사는 로또나 연금복권, 스포츠토토 등도 제3자의 행위와 맞물려 행해지는 일종의 ‘내기’라 할 수 있다. 복권은 사행심(射倖心)을 키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지만, 그 이익금을 공익사업에 쓰고 이를 국가나 공공단체에서 시행한다는 데에서 명분을 찾고 있다.

내기리(전남 나주시 산포면)

우스갯소리지만, 라이딩을 장시간 하다보면 일시적인 착시도 생긴다. 도로 바닥에 쓰인 ‘노인 보호구역’이 ‘노안 보호구역’으로 읽히고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린 이 보호구역’으로도 읽힌다. 지금은 아동이라는 말을 표기해놓지 않았지만 ‘아동 보호구역’이 ‘야동 보호구역’으로 보여 당황할 때도 있다. 나주시 산포면 ‘내기리’를 발견했을 때도 처음엔 착시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이곳은 ‘안 내(內)’자에 ‘터 기(基)’자를 쓴다. 마을 안쪽에 위치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강진군 작천면, 경기 평택시 포승읍과 전북 부안군 동진면에도 ‘내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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