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인생역전? 인생여전?…대박과 쪽박 사이
90. 인생역전? 인생여전?…대박과 쪽박 사이
  • 미디어붓
  • 승인 2021.01.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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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대박리 전경. 미디어붓DB
세종시 대박리 전경. 미디어붓DB

우리가 꾸는 대박의 꿈은 무력(無力)하다. 꿈은 억지로 꾸어지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면 꿈을 꾸게 된다지만, 보고 싶은 것은 꿈에 좀체 나타나지 않는다. 일주일치의 꿈, 일주일치의 희망 ‘로또’는 무명씨들이 꿈꾸는 희망의 숫자다. 복권방은 꿈을 사고파는 곳으로, 복권 한 장은 희망의 승차권이다. 지갑 속에 넣은 5000원어치 복권 한 장은 5만 원, 5억 원의 희망으로 자란다. 복권 사는 68%는 중하층 서민들이다.

인생역전을 위한 허황된 한탕주의라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복권은 사회상을 대변하는 바로미터다. 실업과 불황, 구조조정 칼바람이 판을 치는 세상에 복권은 벼랑 끝에서 붙잡는 희망이다. 인생역전, 아니 ‘인생여전’이 될지라도 그들은 5000원어치의 꿈과 희망을 산다. 행여 그 꿈이 100배, 1000배로 뻥튀기 되지 않을지라도 5000원어치의 운수대통을 꿈꾸는 것이다. 복권은 허접한 삶을 갈음할 수 있는 장밋빛 인생의 매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 통장에서 빈털터리 소리가 난다. 카드 돌려막기를 눈치 챈 은행권의 잔혹한 재촉은 살벌하다. 통장 잔고가 비었으니 삶의 잔고도 빼버리겠다는 겁박처럼 느껴진다.

사실 당첨은 힘들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벼락을 연속 두 번 맞을 확률이고, 매주 20만 원씩 3200년을 사야 한번 당첨될까 말까할 확률이다. 80㎏ 쌀 한 가마니에 들어 있는 쌀알은 260만~300만개쯤 된다. 쌀 세 가마니를 쏟아놓고 검은 쌀을 한 톨 섞은 뒤 눈을 가린 채 그것을 집어들 확률과 맞먹는다. 부산에서 동대구까지 고속도로에 1원짜리 동전을 일렬로 죽 늘어놓고 그 중 하나를 무심코 집을 확률과도 비슷하다. 죽어도 안 되는 일에 죽어라하고 매달리는 격이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어차피 꿈은 꿈이니까. 그 꿈이라도 잡아야 행복하니까.

꿈은 어차피 공짜다.

“아, 월급쟁이 못해먹겠다. 나도 장사나 한번 해볼까. 장사하는데 임자가 따로 있나.” 직장 스트레스에 찌든 월급쟁이라면 한번쯤은 상상해봤을 법한 그림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결심이 잔인한 결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괜찮은 사업 아이템 잡아서 점포만 차리면 ‘대박’이 날 것 같지만, 현실에 부딪혀보면 ‘쪽박’ 찰 확률이 더 크다. 보통의 사람들은 ‘사업’에 ‘돈’을 맞추지 않고, 가지고 있는 ‘돈’에 ‘사업’을 맞추기 때문이다. 망하는 집(터)은 항상 망하는 이유가 있다. 시장조사는커녕, 앉아서 계산기만 두드리다 뛰어드니 망한다. ‘입’으로 개업하고 ‘눈대중’(感)으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실패한다. 폐업 자리에 개업하는 사람들의 경우다. 본인이 하면 잘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겁 없이 덤벼드는 건 겁이 없어서가 아니다. 두려움을 알면서도 두려움을 일부러 모른척하기 때문이다.

‘닭집(치킨집)’을 차렸다고 가정해보자. (보통의 기준으로) 상가 보증금 2500만원, 권리금 2500만원, 인테리어와 집기류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투자한다. 대출금 5000만원에 대한 이자만 한 달에 30만원씩 낸다. 생닭, 기름(대두유), 파우더, 포장박스, 무, 콜라, 소스, 소금 담는 비닐, 비닐봉지까지 사야하고 배달비(인건비)도 만만치 않다. ‘한집건너 닭집’일 정도로 치킨게임도 격렬하다. 보통사람들은 모른다. 제빵업자들은 빵 한 조각을 팔기 위해 새벽부터 채비를 한다. 아침 식탁을 채우는 고소한 빵은 눈물로 반죽한 것이다. 설렁탕집(식당)의 국물도 밤새워 불곁을 지켜야 나오는 눈물겨운 육수다. 오늘 본 주인의 얼굴은 오늘의 얼굴이 아니라, 새벽부터 일한 어제의 얼굴이다. 자영업은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 막다른 벼랑 끝에 서서 눈물로 버티는 최후의 밥벌이다.

세종시 대박리 표지석. 미디어붓DB
세종시 대박리 표지석. 미디어붓DB

대박리(세종시 금남면)

다사리와 금사리에 가면 모든 물품, 특히 금붙이라면 모두 사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면, 이곳에 가면 일명 ‘대박’을 터뜨릴 것 같은 마을도 있다. ‘대박’은 흥행에 성공하거나 큰돈을 버는 것을 일컫는 유행어다. ‘대박’의 어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가운데 제기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큰 배를 일컫는 ‘大舶(대박)’ 설이다. 예전에 밀항선이나 화물선과 같은 큰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온갖 진귀한 물건들을 접할 수 있었고, 또 그 물건을 팔아 돈도 벌 수 있었던 데서 나온 견해다. 예컨대, 밀항선이나 화물선과 같은 큰 배는 재화를 버는 원천이 될 수 있었고, 그래서 ‘큰 배’를 뜻하는 ‘대박’에 ‘큰 이득’이라는 비유적 의미가 생겨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세종시 금남면 대박리(大朴里)는 마을의 형국이 함박꽃 같아 ‘함박금이’ 즉, 큰 마을이라는 의미에서 ‘대박’이라고 불리다가 대박리로 개칭됐다고 한다. 충남 연기군 금남면에 속해 있다가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으로 편입되면서 기초자치단체에서 특별자치단체 소속으로 바뀌었다. 군민에서 특별시민이 되었으니 이미 대박이 난 것이나 다름없다.

대박이라는 지명은 또 있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대박리(大朴里)이다. 지명 유래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지만 ‘후박 박(朴)’자를 쓰는 것을 보면 큰 후박나무가 있거나 인근에 있는 대박저수지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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