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車보다는 한 끼를 더 걱정하는 서민들
94. 車보다는 한 끼를 더 걱정하는 서민들
  • 미디어붓
  • 승인 2021.02.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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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다압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전남 광양 차사리 가는 길. 미디어붓DB

차사리(전남 광양시 진월면)

한적한 시골길에서 바이크 라이딩을 하는데 자동차 클랙슨이 울린다. ‘뭘 꾸물거려. 피하지 않고’라며 소리 지르듯 표독스럽다. 이럴 땐 도로 한쪽으로 재빨리 물러서는 게 상책이다. 어차피 약자는 오토바이다. 자동차가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한 달 동안 라이딩을 하면서 자동차가 꼬리 내린 걸 본적이 없다. 대부분 오토바이를 밀어버리려는 태세로 달려든다.

사람은 대체로 비양심적이다. 걷고 있을 땐 오토바이나 자동차 운전자가 무례하다며 욕을 한다. 본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있으면 보행자나 자동차를 향해 쌍심지를 켠다. 물론 자동차 운전자들은 보행자나 바이크 라이더에게 삿대질한다. 모든 게 자기중심적이다. 서로의 입장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그게 편하니까. 우리도 자동차를 몰고 다닐 때 앞에서 오토바이가 얼쩡거리면 자동반사적으로 화가 났었다. 하지만 바이크 라이더가 돼보니 보행자의 배짱, 드라이버(driver)의 오만함에 분노가 치밀었다.

인구 2.3명당 1대꼴로 보유한 자동차천국은 교통지옥의 가해자로 전환 중이다. 1980년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할 때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는 53만대였다. 그 때는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부(富)의 상징이었다. 1985년 113만대, 1997년 1047만대, 2014년 2011만대, 2007년말 2253만대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급기야 현행 12가 3456의 형식을 갖춘 번호판이 한계에 달해 앞자리가 세 자리인 123가 4567의 형식의 번호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2200만대를 넘어서면서 생활이 그만큼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나 이에 못지않은 부작용도 생겨났다. 대도시의 교통체증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대기오염은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교통사고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에 상관없이 자동차를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심지어 자동차가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도 자동차 보급이 가져온 또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전남 광양시 진월면 차사리(車蛇里)는 간절히 차를 사겠다는 의지가 표출된 것처럼 읽힌다. 하지만 차사리의 지명은 일제강점기 鄕-所-部曲(향-소-부곡)으로 구성된 행정구역 상 차의포소(車衣浦所)가 설치된 지역에서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차사리에는 사동, 싶밑마을이란 자연마을이 있는데, 사동마을은 뱀이 기어가는 형국으로 꾸불꾸불한 뱀고개가 있는 마을이라 하여 지어진 지명이다. 싶밑은 사동 남쪽에 있는 마을로, 숲 밑에 자리한다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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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민은 34억 원은 있어야 부자(富者)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중 2명은 부자를 존경하지도 않는다. 부자가 되기 위해 뭔가 ‘투기(投機)’한다는 선입관 때문이다. 하지만 34억 원의 꿈은 둘째 치고 34만 원도 없어 빚잔치 하는 게 국민이다.

부자나라일수록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한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 행복 총합이 감소하기에 그렇다. 돈을 벌수록 사람들은 부유층을 흉내 낸다. 하지만 진짜 부자는 있는 척을 안 하는 법이다. 미국 내 백만장자들은 머리 손질에 16달러를 지불하고, 열 명 중 네 명은 10달러 미만의 와인을 즐기는 짠돌이다. 여성 백만장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두는 명품이 아닌 대중적 브랜드 ‘나인웨스트’고, 가장 좋아하는 의류 역시 중저가의 ‘앤테일러’다. 성경 잠언에도 ‘부자인 척 행동하는 사람은 가진 것이 없고 가난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부자다’라는 말이 있다. 진정한 부자들은 으리으리한 집과 고가의 자동차에 관심이 없다. 금융위기 이후 수많은 가정이 집을 잃고 파산한 이유도 ‘부자인 척 하는’ 습관 때문이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는다면 누가 밥값을 낼까? 정답은 가난한 사람이다. 부자는 가난한 사람을 만나 밥을 같이 먹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부자에게 밥을 사면서 노하우를 배운다.

누구는 한 끼를 때우기 위해 ‘풀’을 뜯고 누구는 한 끼를 누리기 위해 ‘고기’를 뜯는다. 그러나 인생의 성공은 통장잔고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숫자라고 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사람이 없으면 가난하다. 가난한 사람은 희망을 꿈꾸며 살고, 부자는 절망하지 않기 위해 산다. 내일을 담보로 한 자신들의 인위적인 생존법이다. 가난은 인생의 담금질이다. 매달 월급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보며 희망의 풀무질을 하는 것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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