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욕심 없이, 사심 없이 사는 게 천국
99. 욕심 없이, 사심 없이 사는 게 천국
  • 미디어붓
  • 승인 2021.03.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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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잘 사는가. 아니, 얼마나 재밌게 사는가.

‘마지막 강의’로 유명한 랜디 포시 미국 카네기 멜런 대학교 교수는 어린 세 자녀를 둔 아버지였다. 말기 췌장암으로 시한부 인생이었던 그는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는 매 순간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숨겼다. 어느 날 포시 교수는 식료품 상점에서 직접 계산을 하다가 16달러 55센트짜리 영수증 두 개를 받았다. 기계가 잘못돼 두 번 계산된 것이다. 그러나 포시 교수는 환불받지 않고 그냥 상점을 나왔다. 살날도 많지 않은데 환불을 받기 위해 15분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고별강연에서 자신의 간(肝) 사진을 보여주며 앞으로 살날이 3~6개월 정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단에서 내려와 팔굽혀펴기를 10번 하고는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즐겁게 삽니다”라고 말했다. 샤워하면서도 남겨둘 가족 때문에 몰래 울음을 터트렸다며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허락해준 운명에 감사한다. 만약 심장마비나 교통사고였다면 가족과 작별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웃었다. 우리에게 3개월이 남아 있다면 어찌 살 것인가. 포시 교수는 안타깝게도 2008년 4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박경리 선생은 ‘일 잘하는 사내’라는 시에서 다시 태어나면 건장한 사내를 만나 깊고 깊은 산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세상 풍파와 싸우며 글을 쓰고, 물질문명의 틀 안에 갇혀 산 것에 대한 항거처럼 들린다. 그저 평범한 농투성이의 아내로, 글 짓는 것보다 농사나 짓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소설가 박완서도 깊고 깊은 산골에서 혼자 먹고살 만큼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 했다. 세금 걱정도 안 하고 대통령이 누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며 살고 싶다고 했다.

소설가 신달자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라는 시집에서 인생에 대한 비애를 고백했다. 24년간 뇌졸중에 걸린 남편을 뒷바라지하면서 남편의 마지막 시간이 언제인지 하느님께 몇 번이고 물으려 했다고 한다. 그녀는 베스트셀러작가로 살았지만 삶은 베스트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녀가 정작 증오했던 것은 남편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뇌와 고단함이 뒤범벅된 ‘평범한 일상’들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평범한 행복’을 원했던 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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